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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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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104. 나 우거하다 104. 나 우거하다 이영백 인생, 어떻게 살아 왔던가? 스스로 돌아본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인생이 모질고, 힘들고, 참 어쭙잖게 살아 온 것으로밖에 말할 수 없다. 인생을 어떻게 살려고 살았던 것이 아니다. 나의 인생이니까 전진을 위해 노력하고 삶을 연장하기 위해 봉급 받고 살아온 것으로 생각난다. 참 모질다. 이제 도심에서 우거(寓居)한다. 우거란 “임시 몸을 붙여 삶”을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도심우사(都心寓舍)”하는 것이다. 즉, 도시 가운데에서 임시로 몸 붙여 엎디어 사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삶을 연장하기 위해 임시로 몸을 붙여 생명을 연장하며 오늘날까지 견뎌서 그렇게 살아 온 것이다. 인생의 한 평생이 길다고 한다면 참 길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짧다. 누가 뭐래도 도심에서 우거하는 것..
(엽서수필) 103. 옥상에 올라라 103. 옥상에 올라라 이영백 어려서는 곧잘 초가지붕 위로 올라갔다. 지붕 위에는 딴 세상이다. 키 작았기에 그 지붕 위에서 하늘을 치어다보면 제트기가 날아갔던 긴 흔적의 자리에 분명 다른 세상이 어디에도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오늘날 도회지 살면서 상가주택 위 옥상(屋上)은 둘도 없는 여유로운 나만의 공간이다. 옥상은 지붕 위다. 1987년 12월에 이사 한 후 옥상에다 빨래를 갖다 늘었다. 그러나 요즘은 오르내리기 불편하다고 빨래걸이를 사다놓고 마당바닥에 놓고 사용한다. 옥상활용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텅 빈 공간으로만 남아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오직 장독간이 있을 뿐이다. 옥상은 나에게 기대되는 공간이다. 도심에서 무엇을 할까? 달이 휘영청 밝은 보름날이면 이곳에 올라 멀리 도심..
(열린 수필) 102. 남자, 맑은 날 우산을 써라 102. 남자, 맑은 날 우산을 써라 이영백 우산(umbrella)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그늘을 의미하는 움브라〔umbra, 그리스어 옴브로스(ombros)〕에서 나왔다. 나는 여러 글에서 강조한 적이 있다. 세상의 남자라면 첫째, ‘돈’을 꼭 가지고 다녀라. 둘째, ‘거짓말’을 선의(善意)로 활용하여라. 셋째, 비, 햇볕, 자외선을 막기 위해 ‘우산’을 꼭 가지고 다녀라. 남자는 돈, 거짓말, 우산 등 이 세 가지가 꼭 필요하다. 우산은 비를 막고 햇볕을 가리기 위해 이제까지 발전하여 왔다. 대오리 살에 기름종이 바른 ‘종이우산’, 비닐을 씌운 ‘비닐우산’, 쇠로 만든 살에 방수 처리한 헝겊을 씌운 ‘박쥐우산’으로 이는 펼쳐진 모양이 마치 박쥐가 날개를 펼친 모습과 같다고 해서 ‘박쥐우산’ 또는 ‘편복산..
(엽서수필) 101. 우리 밥에, 우리 반찬 101, 우리 밥에, 우리 반찬 이영백 우리 밥에 우리 반찬이 보약이다. 어쩜 오랫동안 사신 엄마 늘그막에 자식 위해 만든 반찬으로 밥을 먹는데 참 정갈하게도 맛 난다. 엄마의 손에서 만들어져 나온 모든 반찬은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제 나이 어느덧 종심하고 둘인데 엄마반찬이 그리운 것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전 세상을 휘둘러보았어도 우리 밥에 우리 반찬만치 훌륭한 것은 없다. 나이 들어가면 흔히 입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산해진미면 무엇 하겠는가. 입에 들어가서 음식 맛이 없으면 뱉어내고야마는 것을…. 밥상에서 늘 나는 입버릇처럼 말해 온 것이 ‘우리 밥에 우리 반찬’이라고 강조하였다. 그것도 우리 밥은 약간 고술 하며, 조금 되도, 맨밥 먹어도 간혹 소금 찍어 먹어도 입맛을 절로 돋운다. 쫑..
(엽사ㅓ수필) 100. 나 태어난 기쁨 100. 나 태어난 기쁨 이영백 여러 글에서 나의 태어남을 기쁜 탄생이 아니라 괴로운 탄생으로 묘사하고 말았다. 이제라도 태어남은 괴로움이 아니라 기쁨으로 맞아들이고 싶다. 그렇다.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남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부모님으로부터 얻은 사랑의 결실이 바로 출생이고 탄생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탄생은 1억5천만마리 이상의 정자가 경쟁을 하여 단 한 개뿐인 난자와의 결합하여 오로지 하나만 이겨야 탄생한다. 그것도 좋은 날, 좋은 시간에 이웃, 친지들의 박수 받고 결혼한 후 얻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던가? 이런 상황에서 태어난 나이기에 세상의 고난과 경험으로 얻은 실체다. 탄생은 기쁨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새끼로 금기를 두르고 잘한 액땜으로 자라나 첫돌을 맞이하였다. 어린 날 그때는 아무런 나의 기..
(엽서수필) 99. 노옹의 일상생활 99. 노옹의 일상생활 이영백 나는 노옹(老翁)이다. 누구는 만년의 청년시작이라고도 한다. 건강 자랑한다. 종심(從心)하고 두 해나 지났는데 청춘이라니? 될법한 소리인가? 그냥 노옹의 일상생활을 소환한다. 나이 들면 생활자체가 매우 한정적이다. 간밤에 늦은 시간까지 글 쓰다, 뒤척이다 텃새 까치소리에 아침잠을 깬다. 번연히 눈을 뜨고 누워서 손가락 마디마다 주무르고, 오른팔이 아파서 어깻죽지부터 만진다. 조곤조곤 나 스스로 만진다. 이불을 밀어 놓고 누운 채로 자전거타기도 서른 번 한다. 손을 꼬불쳐 손톱 끝으로 가슴뼈 위, 머리 위, 귀 옆을 두드린다. 전신에 조금씩 몸을 일깨우는 작업이다. 이제 일어나 마루로 나온다. 늘 하던 일상을 찾아하기 위해서다. 냉 ㆍ 온수 섞어 한 컵 받아 목에 마시고 내 ..
(엽서수필) 98. 달은 살아있다 98. 달은 살아있다 이영백 달이 살아있다는 것을 아는가? 비록 지구에서 약38만Km 떨어져 있지만 걸어가면 약 11년이나 걸려야 도착한다니 숫자에 무딘 나로서는 감이 안 온다. 도회지 살면서도 간혹 하늘의 달을 찾는다. 일 년 중 가장 밝은 정월 대보름달에는 아직도 달의 고마움에 돗자리 깔고 절 올리던 시골생활이 생각난다. 도시에서 달은 나의 거창한 일의 결정 때에 마음속으로 물어본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달빛은 창호지 문에 뭔가 주는 고상미를 그림 그리듯 나뭇가지 그림자를 연출하고, 풀벌레가 찌르르 울어 예는 소리로 들리는 듯하다. 우리들 정서에 많은 이로움을 달과 달빛이 그냥 준다. 달은 살아있다. 그믐에서 초이튿날까지 숨어 있다가 초사흘이 되면 어김없이 서쪽 하늘에 눈썹달로 뜬다. 초승달은 ..
(엽서수필) 97. 밥 먼저 먹어라 97. 밥 먼저 먹어라 이영백 “얘들아! 밥 먼저 먹어라” 예전에는 이러한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 공정시대가 꽃핀 사회에서는 아이가 먼저 숟가락을 들고 퍼 먹어도 어느 누가 나무라지 않는다. 이 얼마나 세상이 정말 공정한 사회가 되었는가? 가부장시대에 태어난 우리들은 평생 아버지가 계시는 밥상머리에서 아버지 숟가락 들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먹을 수 없었다. 아니 상상도 못하였다. 그러한 식사예절은 어머니의 시어머니, 그 시어머니의 시어머니로부터 익히 알고 있었던 상식의 예절이었던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놈이라고 호된 꾸지람을 들어야만 하였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식사시간만치 고마울 수가 없을 것이다. 예부터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산다.”하지 않았던가. 그래. 배고프면 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