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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99. 노옹의 일상생활

99. 노옹의 일상생활

이영백

 

 나는 노옹(老翁)이다. 누구는 만년의 청년시작이라고도 한다. 건강 자랑한다. 종심(從心)하고 두 해나 지났는데 청춘이라니? 될법한 소리인가? 그냥 노옹의 일상생활을 소환한다. 나이 들면 생활자체가 매우 한정적이다.

 간밤에 늦은 시간까지 글 쓰다, 뒤척이다 텃새 까치소리에 아침잠을 깬다. 번연히 눈을 뜨고 누워서 손가락 마디마다 주무르고, 오른팔이 아파서 어깻죽지부터 만진다. 조곤조곤 나 스스로 만진다. 이불을 밀어 놓고 누운 채로 자전거타기도 서른 번 한다. 손을 꼬불쳐 손톱 끝으로 가슴뼈 위, 머리 위, 귀 옆을 두드린다. 전신에 조금씩 몸을 일깨우는 작업이다. 이제 일어나 마루로 나온다. 늘 하던 일상을 찾아하기 위해서다.

 냉  온수 섞어 한 컵 받아 목에 마시고 내 몸의 피를 살린다. 몸을 깨운다. 조간신문 두(중앙지, 지방지) 가지를 모두 훑어 읽는다. 남북이 갈리어 늘 걱정이고, 후손들이 잘 살아야 하는데 경제가 걱정이다. 요즘은 한 가지가 더 늘었다. 코로나19에 관한 기사가 도배를 한다. 머리가 아프다. 앞으로 우리 후손들 어찌하여야 잘 살아갈까? 고민도 늘 한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운동화 졸라매고 낮은 구릉(丘陵) 계룡산(溪龍山)에 오른다. 도심을 조금 비켜났지만 공기가 숨쉬기에 매우 좋다. 숲속 소나무 피톤치드도 마신다. 일찍 산골짝을 톡톡 누비며 걷는 까치가 정겹다. 소나무 사이로 햇빛이 얼룩무늬를 만든다. 그늘이 좋다. 흙길 걷는 것이 좋다. 반대편으로 젊은 여인이 용감하게 빠른 걸음으로 팔까지 휘저으면서 걸어온다. 풋풋한 젊음이 좋다. 벤치에 앉아 구경하다 한 시간 만에 귀가한다.

 샤워하고 옷 갈아입으니 너무 상쾌하다. 조반 먹는다. 한 그릇 비워내었다. 그래 일용할 양식이 밥과 반찬이다. 식사 끝나고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잠깐 뉴스보고 낮잠 청한다. 꿀잠을 삼십분 잔다. 다시 잠깨어 오후 글을 쓴다. 주제와 싸움을 시작한다. 독수리 타법으로 글을 완성하고 저장하여 둔다. 다음에 다시 보면서 퇴고하면 완성 될 것이다.

 오후 일상 오후 세 시면 메꽃이 사랑을 알리기 위해 꽃이 핀다. 나팔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입 오므릴 것이다. 사랑은 옴팡 나게 재미있다.

 저녁시간이 다가오면 하루 낮 시간이 휑하니 지나갔다. 그렇게 노옹의 일상생활이다. 저녁은 정확히 오후 여섯 시면 먹는다. 이제까지 그렇게 해오고 있다. 차 한 잔에 뉴스가 기다린다.

 다시 반복되는 밤에 깊은 글을 어설프게 초안 쓴다. 이게 일상생활이다.

(202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