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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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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을 마치며) 긴 터널을 뚫고 나오다 ◎ 「엽서수필」을 마치며-긴 터널을 뚫고 나오다 이영백 2020년은 코로나19로 한 해를 지나고 있다. 지루한 나날로 내 딴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었다. 하루 한 편 짧은 글을 쓰겠다고 계획하였다. 그날이 2020년 4월 2일이었다. 그래서 7월 21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A4용지 1면마다에 꽉 채우는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은 제목을 헤매다가 겨우 얻어서 저녁에서야 글을 풀어내었다. 그것도 만신창이가 된 피곤함이었다. 무거운 소금무게만치나, 아니면 솜을 물에 빠뜨린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나의 몸을 지탱하였다. 반드시 그 날짜를 어기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도 하였다. 굴(窟)과 터널(tunnel)은 같다(?). 굴은 “땅이나 바위가 깊숙이 팬 곳”이다. 그러나 터널은 시작과 끝으로..
(엽서수필) 111. 삶의 표상 111. 삶의 표상 이영백 나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삶의 목표를 그렸다. 아버지의 밑그림을 바꾸어서 “출사표”를 쓰고 가출하였다. 바로 내 인생은 내가 정하고 내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아집을 부렸던 것이다. 스스로 내 인생의 목표는 내가 만들고, 그렇게 되어 갈 것이라고 실행하였던 것이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삶의 목적이 분명할 것이다. 그랬다. 내가 살고 내가 살아가는 인생여정(人生旅程)에서 쥐가 독을 뚫듯 하루의 양만큼 쉬지 않고 두들긴 결과가 이 포인터까지 도착하게 만든 것이다. 힘들었다. 바로 내가 살았던 인생을 말하고 싶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자. 벌거숭이로 태어나서 작은 헝겊 조각으로 감싸 살았던 지난날에서 독립만세를 부르게 된 것은 서당에서 터득한 문리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던 것일 게..
(엽서수필) 110. 젉은이의 눈높이 110. 젉은이의 눈높이 이영백 나는 짧은 토막글을 쓰기로 작심하였다. 누가 뭐래도 내가 하고 싶은 장르를 개발하는 아집이 생겼다. 딱 일백열 하고 하루를 투자하여 이 장르의 지침이 될 “111편 엽서수필”을 쓰는 일이다. 아마도 내가 죽을 짓인가 보다. 종심하고 둘 해에 111일간 하루에 한 편 짧은 글을 쓰는 것이다. 21세기는 사람들의 독특한 취미와 생각으로 장편의 소설이나 뜻 모를 시(詩)를 싫어한다. 특히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수필(隨筆)이라는 장르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수필은 짧은 글이요, 나이든 이 체험의 정수 배기를 걸러내면 한 편의 글이 뚝딱 마련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바로 붓 가는 대로 쓰면 글이랍시고 탄생하고 마는 것이다. 너무 쉽다. 글쓰기가 결코 ..
(엽서수필) 109. 내 인생의 우회로 109. 내 인생의 우회로 이영백 사람이 살아 온 길에는 누구나 희로애락을 만날 길이 있었다. 현재까지도 잘 살아왔던 사람에게도 살아 온 길 물으니 제 각각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어려움의 연속이었고 하였다. 어디 누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잘 걸어 온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나 또한 빙빙 돌아오지 않았든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점쟁이의 입장이었다면 현재의 내 인생을 이렇게 그림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누구에게 받을 수 있을까? 하물며 그렇게 그런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었다면 길었을 내 인생에서 삶 궤적을 보자. 태어나고 나서 겨우 여기까지와 이제야 볼 수 있다. 1949년 6·2..
(엽서수필) 108. 젉은이의 노래 108. 젉은이의 노래 이영백 나는 젊은이 시절을 이제 지났는가? 물론 나를 보고 ‘젊은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 일반적이다. 나를 무엇이라 불러 달라할까? 무슨 글엔가 한 번 보았는데 ‘늚이〔늘미〕’라는 말이 있어서 어느 순간에 나는 나의 글에도 사용하고, 또 그렇게 불리어지리라고 기다린 듯도 하였다. 누가 이의 제기를 하였다. 우리는 아직 늙지 않았다고, 스스로 자부하며 살아야 한다고 ‘늚이’대신에 ‘젉은이〔절근이〕’로 부르자는 것이다. 즉 가장 젊은 사람은 ‘어린이’, 다음은 ‘젊은이’요, 중간 청년은 ‘젉은이’라 적고, 아주 늙은 노인들을 ‘늚이’라 부르자고 제안하였다. 나도 이제 나의 글부터는 ‘젉은이’로 적고 그렇게 부르겠다고 다짐하였다. 또 이제 자주 ‘젉은이’로 쓰겠다. ‘젉은이’는 ‘젊은이..
(엽서수필) 107. 액자와 살라 107. 액자와 살라 이영백 나의 삶은 액자에서부터 출발한다. 시골에서 태어났으니 저절로 시골이야기부터 시작이다. 아침에 잠을 깨면 바깥이 훤하게 밝아오는 창문을 향하여 고개 들면 방문위 벽에는 “가화만사성”이라는 길쭉한 액자가 걸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액자를 보며 삶을 시작한다. 액자 속에는 우리들의 많은 이야기가 담아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쇠죽을 끓인다. 셋째누나는 권식(眷食)들의 밥을 짓는다. 마치 사람 사는 일들이 액자 속에 모두 갇혀 있듯 하다. 사진의 낱장이 올망졸망 사람 사는 이야기를 털어내어 자기 이야기 먼저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동쪽 벽 위에 가족들 통과의례의 결과물인 낱장의 사진들이 그 속에 집합하여 있다. 하나씩 이야기를 펼친다. 가장 ..
(엽서수필) 106. 바람과 구름과 비 106. 구름과 바람과 비 이영백 세상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하물며 자연의 이치는 더욱 그렇고, 또 묘하다. 사람에게는 음양(♂,♀)이 있어 후손을 퍼뜨린다. 자연은 이 또한 구름과 바람과 비가 있어 만물이 만나고 생성된다. 어찌 누가 가르쳐 주어서 세상이 만들어졌겠는가. 인간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의 오묘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인간이 최초로 광야에서 벌거숭이로 태어났다. 구름 일고 바람이 불어 비를 만들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비 맞아 저절로 몸 씻길 줄만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찌 몸만 씻고 살 것인가? 추워지면 몸 피신할 나무 밑, 굴이나 아니면 머리 써서 몸 숨길 곳 혈거(穴居)를 만들 것이다. 자연은 구름이 모여 바람을 일..
(엽서수필) 105. 테이프를 사용하라 105. 테이프를 활용하라 이영백 비교적 평소에도 테이프(Tape)를 많이 사용한다. 테이프가 없던 시대하고 이제 우리 곁에 와 있는 테이프 사용시대에 편의성이 많다. 책을 자주 발송하는 일들이 많은데 요즘 주소도 컴퓨터에서 프린트하여 사용하기에 봉투에 붙인 주소지가 빗물에 젖지 않도록 꼭 투명테이프를 덧대어 발송한다. 뿐만 아니라 책은 무게가 있다. 도착하기 전까지 찢어지면 안 되기에 앞뒤로 덧감아 붙여서 내용이 안전하도록 하여 발송한다. 테이프종류도 많다. 투명테이프, 청테이프, 포장테이프, 박스테이프, 인쇄테이프, 양면테이프, 은박지테이프, 야광테이프 등 그 쓰임새에 따라 별난 테이프가 다 있다. 테이프를 자르는 데도 대용량으로 사용할 때면 커터기가 따로 있다. 나는 일명 스카치테이프인 투명테이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