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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110. 젉은이의 눈높이

110. 젉은이의 눈높이

이영백

 

 나는 짧은 토막글을 쓰기로 작심하였다. 누가 뭐래도 내가 하고 싶은 장르를 개발하는 아집이 생겼다. 딱 일백열 하고 하루를 투자하여 이 장르의 지침이 될 “111편 엽서수필을 쓰는 일이다. 아마도 내가 죽을 짓인가 보다. 종심하고 둘 해에 111일간 하루에 한 편 짧은 글을 쓰는 것이다.

 21세기는 사람들의 독특한 취미와 생각으로 장편의 소설이나 뜻 모를 시()를 싫어한다. 특히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누구나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수필(隨筆)이라는 장르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수필은 짧은 글이요, 나이든 이 체험의 정수 배기를 걸러내면 한 편의 글이 뚝딱 마련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바로 붓 가는 대로 쓰면 글이랍시고 탄생하고 마는 것이다. 너무 쉽다. 글쓰기가 결코 그렇게 쉽게만 되는 것이 아닌데 너도나도 우후죽순처럼 수필을 쓴다. 에세이를 쓴다. 미셀러니를 쓴다. 정말 21세기는 대단한 세기인가 보다.

 수필도 깊이에 들어가면 구성(構成)이라는 프레임이 있어서 벗어나면 안 될 것인데 참 쉽게 생각하고들 있다. 좀 더 연구하고 깊이를 더하면 좋은 글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다. 수필도 조금 전까지는 200자원고지로 30장 내외에서 퓨전수필이라 하여 12~15장으로 줄어졌다. 장수필(掌隨筆)이다. 그러나 나는 한사코 명칭을 달리 주장한다.

 이참에 수필이라는 나름대로의 눈높이에 맞춰서 수필을 써보려고 작심한 것이다. 바로 나만이 주장하는 엽서수필(葉書隨筆)”이라고 명명하였다. 길이도 200자 원고지로 딱 7매다. 퓨전수필보다 더 짧다. 이 짧은 공간에서도 서론-본론(화소 3~4)-반전-결론이라는 엄격한 프레임을 지켜가면서 딱 111일간 하루도 거르지 아니하고 글을 써대고 그 종착역에 도착하였다. 청림의 엽서수필이다. 수필의 새 장르 이름이다. 정겹다 엽서수필!

 이번 제목이 바로 110번째 젉은이의 눈높이라는 제목의 마지막 한 편 전의 글이다. 긴 터널 속으로 지나왔다. 논리를 세우기 위해 엽서수필이라고 하면서 블로그 1군데, 카페 6군데에 글을 매일 올려서 댓글도 받고, (?)도 먹으면서 글을 꾸려오고 있었다.

 누가 짧은 글쓰기가 쉽다고 했던가? 글쓰기에서 나의 밑천 111편 제목에서처럼 내 속까지 모두 들여다 내놓고 글이랍시고 퍼뜨려 보았다.

 누가 나를 보고 나이 들어가면서 흰소리한다고 하더라. 그래도 썼다. 젉은이가 엽서수필을 썼다.

(2020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