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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109. 내 인생의 우회로

109. 내 인생의 우회로

이영백

 

 사람이 살아 온 길에는 누구나 희로애락을 만날 길이 있었다. 현재까지도 잘 살아왔던 사람에게도 살아 온 길 물으니 제 각각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어려움의 연속이었고 하였다. 어디 누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잘 걸어 온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나 또한 빙빙 돌아오지 않았든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점쟁이의 입장이었다면 현재의 내 인생을 이렇게 그림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누구에게 받을 수 있을까? 하물며 그렇게 그런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었다면 길었을 내 인생에서 삶 궤적을 보자. 태어나고 나서 겨우 여기까지와 이제야 볼 수 있다. 1949 6·25전쟁 발발 한 해 전에 시골이라는 살기 어려운 무대에서 태어났다. 삶이 팍팍한 시골 농촌의 열 번째 막내이었다. 형이 넷이요, 누이가 다섯이니 꼭 한질에서 막내로 탄생하였던 것이다. 아버지 쉰하나, 어머나 마흔넷에 나를 낳았다.

 아무런 삶의 고민도 모르고 젖먹이일 때는 울면 젖 먹을 것이요, 자면 샅 자리자국 묻어나는 그런 방바닥에서 자랐다. 걸음 걷고 배고픈 것을 제 때 알고 어르신 말씀을 알아듣고서 부터는 서당에 문장 배우러 들락거렸다. 붓 들고 개발세발 글씨도 썼고, 마침내 입춘대길의입춘첩을 쓰고 칭찬도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가 행복하였는지 모를 일이다.

 삶의 길이 정리가 되면서도 겨우 초등학교 입학하고 학용품 마련하는 형편에 한글과 셈법을 배웠다. 그림도 그리고 자연과 사회과목을 터득하였다. 직선 길을 따라 가는 듯하였다. 첫 통과의례 초교 졸업하고 공부하는 것을 마감하고 말았다. 중학교 진학길이 막혔던 것이다.

 다시 서당이라는 곳에서 계몽편, 동몽선습, 명심보감, 소학, 통감까지 배우는 동안 문리(文理)가 틔어서 신학문을 아버지 몰래 강의록으로 공부하였다. 야학에 쫓아다니며 신학문에 푹 빠져서 아버지 몰래 출사표를 썼다. 그때부터 내가 벌어 내가 공부하고 내가 사는 먼 우회로를 택하여 걸었다.

 중·고를 마치자 군대 때문에 교육대학에 입학하였다. 코피가 나도록 공부하여 교사가 되었다. 그런 교직 8년을 던지고 만학의 우회로를 걸었다. 결혼 7년 만에 아들 둘 낳고 학부편입을 하였고, 대학원에 기웃거렸다. 곧은길을 두고 멀리 빙빙 둘러 다녔다. 곧은길 버리고 우회로 찾아다녔다.

 문학도 퇴직 후 글쓰기로 빙빙 둘러 다니고 있는 중이다. 참 애달프다.

(2020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