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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을 마치며) 긴 터널을 뚫고 나오다

 ◎ 「엽서수필」을 마치며-긴 터널을 뚫고 나오다

 

이영백

 

 2020년은 코로나19로 한 해를 지나고 있다. 지루한 나날로 내 딴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었다. 하루 한 편 짧은 글을 쓰겠다고 계획하였다. 그날이 2020 4 2일이었다. 그래서 7 21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A4용지 1면마다에 꽉 채우는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은 제목을 헤매다가 겨우 얻어서 저녁에서야 글을 풀어내었다. 그것도 만신창이가 된 피곤함이었다. 무거운 소금무게만치나, 아니면 솜을 물에 빠뜨린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나의 몸을 지탱하였다. 반드시 그 날짜를 어기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도 하였다.

 굴()과 터널(tunnel)은 같다(?). 굴은 땅이나 바위가 깊숙이 팬 곳이다. 그러나 터널은 시작과 끝으로 소통되는 곳을 말한다. 국어사전에서는 막연히 굴이 터널이라고만 풀이하고 있다. 가장 쉽게 구분하면 굴은 끝이 막힘이요,널은 시작과 끝으로 소통되어 뚫린 것이다. 엄연히 구분이 되어야하는데 이를 막연히 같다만 하고 있다. 나는 지금 굴을 지나온 곳이 아니라 터널을 지나 온 것이다. 정확한 개념어를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굴은 끝이 막혔으니 돌아 나와야 한다. 그러나 터널은 소통이 되었으니 돌아 나오지 않아도 된다. 굴은 우회로요, 터널은 지나가는 일직로(一直路). 나는 방금 111편의 글을 지으려고 지나왔음이다. 지나오면서 돌아가지 않으려고 터널을 생각한 것이다. 돌아가는 길 우회로를 택하였더라면 그냥 굴속으로만 들어갔다가 막혀서 다시 돌아 나왔을 것이다.

 내 인생에서는 분명 굴이 많이 있었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르면서 들어갔다가 끝이 막혔으니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인생에서 우회로(迂廻路)를 몇 번이나 결행하였던가?

 일반적으로 인생의 운()을 크게 본다면 인생마다에서 세 번은 있다고 한다. 그 시추에이션(situation)에서 굴로만 존재하였다면 해결책이 없었을 것이다. 짧은 생각에서나마 기발한 아이디어로 빠져나와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은 상당한 긴장의 결정기로에서 얻은 수확일 것이 분명하다

 긴 굴에서 상황을 파악하여 깊이 관여하지 않고 빨리 결정하여 되돌아 나왔으니 내 인생의 기둥시계 초침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조금 더 터득한 결과로 이제부터는 터널 속으로 들어가면서 얻은 체험을 낱낱이 기억하고 반추하면서 인생의 빛나는 덧칠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이 책 제목을 늚이의 노래에서 젉은이의 눈높이로 바꾸었다.

(20200722. 大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