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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96. 소나기 맞자

96. 소나기 맞자

이영백

 

 인생에서 행복은 소나기는 맞을 일이다. 물론 우산도 없이 다니다 보면 그날 일기에 따라 소나기 맞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소나기 맞기를 싫어할 것이다. 비가 아닌 행복의 소나기는 없겠는가?

 흔히 세상의 남자라면 세 가지를 갖고 다녀야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돈, 우산, 거짓말이다. 남자라면 돈이 있어야 큰소리를 칠 것이다. 남자는 일기예보에 상관없이 우산을 가지고 다니면 비록 햇볕이 나더라도 그늘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선의의 거짓말은 꼭 필요하기도 하다.

 소나기는 고향에서 소내기라고 한다. 혹은 비로 말할 때 소낙비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취우(驟雨)”라고도 한다. 한자에 달릴 취()’자가 보인다. 소나기가 오면 소, , 아이들, 사람들도 모두 달린다. 과학에서 입증된 것은 결코 달린다고 해서 비를 덜 맞지 아니한다고 한다. 거꾸로 그냥 걸으면 비를 맞은 곳만 번진다. 그러나 곧장 달리면 비가 사면으로 부딪혀서 오히려 더 넓게 빗물을 번지게 한다.

 어린 날 우리 집은 들판 속에 있었다. 여름날 소나기 오기 전에 번개와 천둥이 울면 논벌에서 일하다 번개가 무서워 거개 우리 집으로 피하려고 찾아든다. 벌써 후줄근히 비를 맞은 사람도 맞지 아니한 사람도 섞이어 우리 집 사랑채에 찾아든다. 소낙비는 지나간다 하여 조금 시간이 지나면 마치 언제 비가 왔느냐고 할 정도로 맑아진다.

 흔히 소나기는 소등을 두고 오는 곳이나 아니 오는 곳으로 구분되어 진다. 우리 마을에는 비가 오는데 다른 동네에는 비가 안 온다는 것이다. 소나기 본래의 성질대로 내리 쏟아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소나기는 황순원 소설 속에 나오는 청순한 순애보 같은 이야기도 만들어낸다.

 소나기는 오는 비로 맞아라. 오는 비를 피하려고 나무 밑으로 들어가거나 우산을 쓰고 가다가는 언젠가 벼락 맞을 확률에 가까워진다. 특히 우산꼭지에 쇠붙이가 있으면 벼락이 아주 좋아하고 말 것이다. 또한 큰 나무 밑에 숨어 있으면 상당히 위험해진다. 이는 구름 위쪽엔 양전하(+), 구름 아래쪽엔 음전하(-)가 생긴다. 구름 아래쪽에 음전하가 너무 많아지면땅 위 양전하와 붙는 성질로 벼락이 떨어지는 것이다이때 나무나 건물처럼 땅에서 가장 높이 솟아있는 물체가 번개의 표적이 되는 거다.

 행복의 소나기는 피하지 말고 맞아라. 안전하게 모처럼 오는 비를 맞으면 자동세탁(?)도 될 것이다. 다만 걱정은 산성비로 머리카락이 빠질 뿐이다.

(202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