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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95. 이제 서다

95. 이제 서다

 

이영백

 

나는 늘 입버릇처럼 발하는 것이 있다. “나는 겨자씨만큼 작은 지식이라도 알고 있는 것은 남에게 그냥 가르쳐 주고 싶다.” 교육대학 다닐 때 노교수는 남학생들에게 늘 일러 주신 말씀이 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송충이가 솔잎 먹지. 다른 것 먹을 게 있을 것인가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교육대학 졸업하고 교사발령 받고 보니 1/3이 교직을 떠나 버렸다. 솔잎 안 먹고도 산다.

나도 교직을 버리고도 늘 옛날처럼 교탁 앞에 서는 것이 그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늘 머리 한 부분에서는 그렇게 생활하고 싶었던 여러 장면들이 수시로 떠오르거나 꿈에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자주 나타나고 하였다. 한편은 못 다한 문학의 쏠림현상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행정조직 속에서의 환멸을 경험하였다. 언젠가 제2직업(교육행정직)도 버려야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가득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명퇴하고 정년까지 3년 내내 문학에 길들이고 이를 위해 흠뻑 빠져 보았다. 마치 신들린 것처럼.

가장 근접하기 좋은 것이 교직생활 했던 것을 찾아 나서는 일이었다. 그것은 문학 장르 중에 수필(隨筆)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8년 교직생활에서 희로애락을 밤낮으로 찾아 쓰기 시작하였다. 240여 편이 모였다. 그러고도 2년을 더 노력하였다. 360편을 더하여 600여 편이 되었다. 망설임 없이 지방 문예잡지에 공모하여 수필가로 등단(2012)하였다.

수필가 등단증인 면허증을 받고 수필을 여러 군데 공모하여 작은 상을 받았고 또 공모하고 상 받고 반복하여 재미난 일에 너무나 흠뻑 빠졌다. 수필을 쓰자면 이제 수필이론이었다. 3년간을 매진하였다. 이제 글제만 주면 글을 써 버릇할 수 있다. 스스로 정한 글제에 따라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A4 한 장의 내용으로 주제를 자부터 자까지 1,875편의 산문시를 기억처럼 모았다. 언제라도 사전 순 자모에 따라 찾으면 나올 수 있다.

이제 산문으로 영역을 넓혀서 논픽션에 다가갔다. 두 번의 상도 받았다. 아울러 자서전 영역에도 도전할 것이다. 자서전은 개인사를 아우른다.

산문에 자신이 생기면 저절로 소설 장르에 들어 갈 수 있다. 구성과 묘사의 훈련된 능력에서 문장은 날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 습작도 몇 편인가 하여 두었다. 소설가를 꿈꾼다. 희망사항이다.

이제 늘그막에 이르렀다. 그러나 202079일 목요일 오전 10시에 마침내 수필 특강 강의에 서다. 나는 이제 서다.

(2020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