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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92. 백두산 등척기

92. 백두산 등척기

이영백

 

 연변 대평원의 길을 봉고로 달린다어둑해지면서 전깃불이 군데군데 밝아지고 장백산 산문에 들어섰다백두산 밑 호텔에 도착하였다어둠이 짙어지면서 비 내린다여인숙 같은 호텔이 눅눅하여도 고된 하루로 잠든다.

 아침잠을 깨서 비룡폭포 보러 10여 분 걸었다해발 1,700m! 온통 안개구름 속 무진기행이다목책다리 아래 흐르는 유황 온천물에 오리 알을 삶는다철제계단 올랐으나 비룡폭포우리 말은 사라지고, “장백폭포라는 중국표지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였다. 안개 속에 물소리만 들린다그러다 갑자기 강렬한 햇빛이 비친다장엄한 흰 폭포가 쌍 갈래로 하늘에서 물동이로 내리 퍼붓는다천애단애 비류직하 하얀 비단으로 68m 높이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친다바닥에는 둥근 소의 소용돌이로 천지 광천수다.

 빅뉴스다천지에 온통 햇볕이라고 가이드 친구가 전한다안개구름 속으로 2,700고지를 향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밤새 비가 와서 천지구경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볼 수 있다니 천만다행이다980여 년 전부터 백두산이라 하였다북한 쪽 산봉우리는 여섯 개이고중국 쪽은 아홉 개다중국과 북한에 함께 속하는 것이 세 개 봉이다천지의 4할이 중국에 속하며, 6할이 북한이다중국 쪽 천문봉(2,670m)으로 오른다.

 바깥을 보니 장관이다해발고도 2,000m부터 안개는 걷히고쨍하게 따가운 햇살이 비치며 구름바다가 멀리 발아래 보인다절경이다안개가 걷힌 백두산이다. 곧은길을 곧장 달려올라 가는데 옆에는 고산화원(高山花園)이 아니던가녹색 밭에 노랑꽃이 듬성듬성 섞여 피어서 이국적이다.

 높은 산꼭대기에 가로막는 집 한 채가 기상관측소다집 모양새가 팍 퍼져있다주차장에 여러 수백 대 자동차가 산꼭대기에 놓여있다저만치 천문봉 위로 100여 명이 납작 붙어서 경쟁하듯 기어오르듯 한다산 흙은 희며 부석이 뒤덮여 있어 백두산(白頭山)이다그러나 그 이름도 빼앗겼다.

 오른쪽으로 올라갔다햇볕은 쨍쨍 내려 쪼이고 천지의 수면은 반사하여 새파란 청포지 위에 은가루를 한 움큼 흩뿌려 놓은 것 같다하늘과 맞닿아서 경계가 모호하다자꾸 백두산 천지를 응시하다가는 그냥 빨려들어 갈 것만 같았다천지 속에 북한 쪽의 장군봉이 오롯이 눈에 들어온다마음으로눈으로 백두산 천지를 모두 퍼 담았다춥다내려갈 시간이다.

 평생에 세 번은 보아야 한다는데 나는 두 번을 보았다한 번 더 가보고 싶지만 여의치 못한 형편에 제발 한 번 더 백두산을 오르고 싶다.

(2020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