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꿈꾸다
이영백
간밤에 꿈을 꾸었다. 꿈은 꾸었으나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고 허망하게도 아무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꿈은 꿈으로 끝나고 마는가? 꿈을 찾아야 사람은 먹고 살 것이다. 그래 내일 죽는 한이 있더라도 꿈을 찾아 나서자.
내가 어렸을 때 본 영화 “꿈”은 속계의 여인을 쫓아 회오하고 번민하던 사람이 꿈을 꾸는 순간에 일생을 살고 대오각성 했다. 삼국시대 낙산사 도승 조신의 꿈이 그랬다. 그 꿈을 소재로 이광수는 소설을 썼던 것이다.
어린 날 나의 꿈은 화가였다. 황룡사에 걸린 「노송도」에 새가 날아 앉다가 떨어졌다는 화가 솔거(率居)는 신라 신문왕 때 당(唐)나라 사람 “승요(僧瑤)”가 솔거로 개명한 “박 솔거”를 좋아하였다. 그러나 초교로서 공부가 끝나고 신학문을 하지 못하여 화가의 꿈은 사라지고 말았다.
두 번째로 꿈꾼 것이 초등학교 교사였다. 이를 악물고 독학과 아르바이트하여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진학 하였다. 마침내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시만 하여도 교사생활의 조직에서 많은 혐오를 느꼈고 8년 만에 교직을 버리고 도회지로 나왔다. 생활하기도 바빠서 세월 가는 데 오로지 봉급 챙기는 샐러리맨으로 전락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의 꿈을 이루기에는 너무 멀었다. 만학도로 야간대학교와 특수대학원에서 공부하였다. 생활에 급급하면서 현실적응에 늘 괴로워하였다. 과감히 정년 3년을 두고 명예퇴직하고 인생 2모작을 향해 다시 뛰었다.
세 번째 꿈은 문학가였다. 5년간 밤낮으로 글을 마구잡이로 써댔다. 나의 체험을 풀어내는 수필에 골몰하였고, 논픽션에도 공모하여 인정받았다. 그 덕택으로 논픽션 책도 한 권(「덕숙전」) 발간하였다.
나사처럼 꼬인 인생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마디에 괭이가 돋아났다. 젊음의 팔팔한 패기가 있을 때 못 다한 문학은 참 멀기만 한 당신이었다. 그래도 공모전에 몇 번 기회를 얻어 수상하고 꿈을 이루었다. 아울러 논픽션 공모전에 연속 당선작으로 인하여 논픽션가로 불리었다.
어려서부터 꿈꿔 왔던 화가는 그림의 떡이 되었고, 교사는 체질적으로 현실적응이 어려워 공부 더하기 위해 멀어져만 갔다. 현실적으로 공부는 덤으로 하여서는 성공하기 어려웠다. 모두가 사라지려는 찰나에 명퇴라는 용어에 힘입어 일찍 3년의 시간을 벌어서 그것을 마중물로 글쓰기에 빠졌다.
지금 인생에서 2모작, 3모작으로 “소설가”가 되려는 꿈을 갖고 산다. 비록 이것이 마지막 꿈이라도 오렌지 꿈을 나는 그려서 칠하고 있다.
(20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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