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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97. 밥 먼저 먹어라

97. 밥 먼저 먹어라

이영백

 

얘들아! 밥 먼저 먹어라

 예전에는 이러한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 공정시대가 꽃핀 사회에서는 아이가 먼저 숟가락을 들고 퍼 먹어도 어느 누가 나무라지 않는다. 이 얼마나 세상이 정말 공정한 사회가 되었는가?

 가부장시대에 태어난 우리들은 평생 아버지가 계시는 밥상머리에서 아버지 숟가락 들기 전에 아이들이 먼저 먹을 수 없었다. 아니 상상도 못하였다. 그러한 식사예절은 어머니의 시어머니, 그 시어머니의 시어머니로부터 익히 알고 있었던 상식의 예절이었던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놈이라고 호된 꾸지람을 들어야만 하였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식사시간만치 고마울 수가 없을 것이다. 예부터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산다.”하지 않았던가. 그래. 배고프면 먹어야 한다. 그러나 늘 식사예절은 철칙으로 지켜야 하였다. 꼭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연장자가 수저를 먼저 드는 것을 보고 익히 따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것은 엄격한 식사예절로 무서우리만치 우리 생활에 깊이 뿌리 박혀 있던 사회적 기본 원칙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군대에서 식사시간은 훈련생이나 기간병이라도 상사들보다 일제히 먼저 먹는 것이다. “식사 시작!”하는 구호 소리에 일제히 숟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만 들리지 정말 조용한 분위기에서 많은 병사들이 일제히 식사가 시작하는 것은 훈련에 훈련으로 정착된 너무나 당연한 식사시간이 아니었던가. 식사시작이라는 말은 인간에게 가장 듣기 좋은 소리였을 것이다.

 그래 우리들 식사시간도 이제는 겉으로의 드러나는 예절을 부리는 것보다 상황에 맞춰서 아이도 먼저 먹을 수 있는 식사시간이 되도록 편의를 봐 주자. 연장자의 나보다 어린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먼저 식사를 권할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

아이가 곧 어른이다.”

아이가 자라야 이 사회 구성원이 늘어나고 국가의 지배력도 생긴다.”

아이가 튼튼해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튼튼해진다.”

이제부터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뜻에서 밥 먼저 먹어라는 말을 자주 하였으면 좋겠다. 규정되어지고 엄격하고 숟가락 들고, 놓고 하는 소리도 없이 식사시간을 보내면 소화도 제대로 안 될 것이다.

 이제 밥 먼저 먹어라.” 참 좋은 말씀이다. 그래 나 먼저 먹는다.

(20200707. 小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