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우리 밥에, 우리 반찬
이영백
우리 밥에 우리 반찬이 보약이다. 어쩜 오랫동안 사신 엄마 늘그막에 자식 위해 만든 반찬으로 밥을 먹는데 참 정갈하게도 맛 난다. 엄마의 손에서 만들어져 나온 모든 반찬은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제 나이 어느덧 종심하고 둘인데 엄마반찬이 그리운 것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전 세상을 휘둘러보았어도 우리 밥에 우리 반찬만치 훌륭한 것은 없다.
나이 들어가면 흔히 입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산해진미면 무엇 하겠는가. 입에 들어가서 음식 맛이 없으면 뱉어내고야마는 것을…. 밥상에서 늘 나는 입버릇처럼 말해 온 것이 ‘우리 밥에 우리 반찬’이라고 강조하였다. 그것도 우리 밥은 약간 고술 하며, 조금 되도, 맨밥 먹어도 간혹 소금 찍어 먹어도 입맛을 절로 돋운다.
쫑취 나물은 쑥부쟁이의 어린 순을 따다가 삶아서 무친 나물이다. 솔 부추 나물은 솔 입맵시의 토종 향신 채소란다. 앵두와 사과를 넣은 양배추 물김치는 입에 짝짝 붙는다. 모두가 우리 땅에 난 우리 반찬이다.
이제 우리 밥상 위에 오를 반찬을 찾아보자. 더덕에 황태무침, 풀치(새끼갈치)에 꽈리고추 조림, 두부 ㆍ 감자 ㆍ 애호박 ㆍ 부추로 만든 모듬전, 코다리 막 조림, 열무 시래기 된장찌개, 궁채 나물은 궁초 즉 상추 대를 말려 삶아 물에 불과 무친 것, 머위무침, 돼지고기 된장 조림, 더덕에 북어 채, 파 재래기, 우리 간장, 우리 된장, 김장김치, 콩 조림, 갈비탕, 노각무침, 가오리무침, 멸치 볶음, 장아찌…. 반찬 이름만 들어도 구수하다. 이 어찌 우리 반찬을 탓하랴. 누구든 가리지 말고 우리 반찬 우리가 만들어 우리 몸에 보약 찾아주자. 우리 땅에선 식자재 하나같이 이들이 보약 된다.
이제 이것도 나이랍시고 봄 타고, 여름탄다. 어쩜 가을이 돌아오면 입맛이 살아날까? 아니 겨울까지도 돌아오지 않는 입맛은 어디에 가도 어느 계절을 만나도 입맛이 없다. 입맛 떨어졌다. 우리 반찬 만들어 입맛 찾자.
난 입맛이 없으면 차라리 먹던 밥에 시원한 찬물을 미련 없이 들이부어서 숟가락 들고 파각~파각 으깨어 늘 끓여 둔 우리 된장을 숟가락 조금 퍼 올려 먹어 본다. 그래도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기는 이 방법이 최고다.
봄이면 더욱 입맛이 떨어진다. 간혹 쑥떡 한 오리라도 끼를 때운다. 여름에 입맛 떨어지면 찬물에 역시 밥 말아 놓고 작은 생멸치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본다. 가을에 입맛 찾을까? 겨울에 찾아올까? 우리 반찬으로 찾자.
사람들 밥 먹는데 반찬을 오물조물 만들어두자. 집나간 입맛을 찾자.
(20200711. 인구의 날)
'(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 > 늚이의 노래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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