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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101. 우리 밥에, 우리 반찬

101, 우리 밥에, 우리 반찬

이영백

 

 우리 밥에 우리 반찬이 보약이다어쩜 오랫동안 사신 엄마 늘그막에 자식 위해 만든 반찬으로 밥을 먹는데 참 정갈하게도 맛 난다엄마의 손에서 만들어져 나온 모든 반찬은 나에게 피가 되고살이 되었다제 나이 어느덧 종심하고 둘인데 엄마반찬이 그리운 것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전 세상을 휘둘러보았어도 우리 밥에 우리 반찬만치 훌륭한 것은 없다.

 나이 들어가면 흔히 입맛이 떨어진다고 한다산해진미면 무엇 하겠는가입에 들어가서 음식 맛이 없으면 뱉어내고야마는 것을밥상에서 늘 나는 입버릇처럼 말해 온 것이 우리 밥에 우리 반찬이라고 강조하였다그것도 우리 밥은 약간 고술 하며조금 되도맨밥 먹어도 간혹 소금 찍어 먹어도 입맛을 절로 돋운다.

 쫑취 나물은 쑥부쟁이의 어린 순을 따다가 삶아서 무친 나물이다솔 부추 나물은 솔 입맵시의 토종 향신 채소란다앵두와 사과를 넣은 양배추 물김치는 입에 짝짝 붙는다모두가 우리 땅에 난 우리 반찬이다.

 이제 우리 밥상 위에 오를 반찬을 찾아보자더덕에 황태무침풀치(새끼갈치)에 꽈리고추 조림두부 ㆍ 감자 ㆍ 애호박 ㆍ 부추로 만든 모듬전코다리 막 조림열무 시래기 된장찌개궁채 나물은 궁초 즉 상추 대를 말려 삶아 물에 불과 무친 것머위무침돼지고기 된장 조림더덕에 북어 채파 재래기우리 간장우리 된장김장김치콩 조림갈비탕노각무침가오리무침멸치 볶음장아찌반찬 이름만 들어도 구수하다이 어찌 우리 반찬을 탓하랴누구든 가리지 말고 우리 반찬 우리가 만들어 우리 몸에 보약 찾아주자우리 땅에선 식자재 하나같이 이들이 보약 된다.

 이제 이것도 나이랍시고 봄 타고여름탄다어쩜 가을이 돌아오면 입맛이 살아날까아니 겨울까지도 돌아오지 않는 입맛은 어디에 가도 어느 계절을 만나도 입맛이 없다입맛 떨어졌다우리 반찬 만들어 입맛 찾자.

 난 입맛이 없으면 차라리 먹던 밥에 시원한 찬물을 미련 없이 들이부어서 숟가락 들고 파각~파각 으깨어 늘 끓여 둔 우리 된장을 숟가락 조금 퍼 올려 먹어 본다그래도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기는 이 방법이 최고다.

 봄이면 더욱 입맛이 떨어진다간혹 쑥떡 한 오리라도 끼를 때운다여름에 입맛 떨어지면 찬물에 역시 밥 말아 놓고 작은 생멸치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본다가을에 입맛 찾을까겨울에 찾아올까우리 반찬으로 찾자.

 사람들 밥 먹는데 반찬을 오물조물 만들어두자집나간 입맛을 찾자.

(20200711. 인구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