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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103. 옥상에 올라라

103. 옥상에 올라라

이영백

 

 어려서는 곧잘 초가지붕 위로 올라갔다. 지붕 위에는 딴 세상이다. 키 작았기에 그 지붕 위에서 하늘을 치어다보면 제트기가 날아갔던 긴 흔적의 자리에 분명 다른 세상이 어디에도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오늘날 도회지 살면서 상가주택 위 옥상(屋上)은 둘도 없는 여유로운 나만의 공간이다.

 옥상은 지붕 위다. 1987 12월에 이사 한 후 옥상에다 빨래를 갖다 늘었다. 그러나 요즘은 오르내리기 불편하다고 빨래걸이를 사다놓고 마당바닥에 놓고 사용한다. 옥상활용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텅 빈 공간으로만 남아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오직 장독간이 있을 뿐이다. 옥상은 나에게 기대되는 공간이다. 도심에서 무엇을 할까?

 달이 휘영청 밝은 보름날이면 이곳에 올라 멀리 도심의 불빛을 감상하였다. 그러나 요즘은 그마져 어려워졌다. 근처에 사방으로 둘러가며 다닥다닥 붙어버린 키 큰 아파트가 들어서서 창마다 불빛만 아른거린다. 그냥 하늘 높이 매달린 달빛만 내려 우리 집 옥상달빛으로 챙길 뿐이다.

 이웃사람들 초청하여 삼겹살을 구어서 온 동네에다 냄새를 피우고 말았다. 못났던 젊은 날의 객기를 만들고 말았다. 그러나 그날만큼 옥상에서 즐거웠던 적은 없었다. 지인들이 그렇게 즐거워하였는데 한번 뿐이었다.

 우리 집 좁은 옥상활용을 여러 가지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옥상정원설치는 돈이 많이 들기에 엄두도 못 내었다. 늦게 서야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였다. 뾰족하던 지붕위에 태양광 패널 12장을 덮었더니 여름에 시원해졌다. 겨울에는 지붕이 보호되었다. 평상시 전기세는 그야말로 공짜였다. 3kw짜리 패널 설치로 인버터를 통하여 전기로 변환되고 한전에서 정산하여 주니 평소 전기세가 월 만원 미만이었다.

 태양광을 설치한 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값싼 전기료로 반찬조리용 전자조리기(電磁調理器, induction range)를 설치하였다. 또 거실에는 냉난방기를 설치하여 쾌적하게 살 수 있었다. 왜 진즉에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텅 비워 두었든가. 더 좋은 것은 옥상의 시멘트로 여름에는 무척 더웠는데 태양광 패널 덮고서 확실히 시원해졌다.

 누가 그랬다. 모자만 쓰지 말고 머리를 쓰라고 하였다. 도심에서 아파트에 살지 않고, 상가주택건물에 옥상이 있어 편리하다. 글 쓰다 한 번씩 옥상에 올라간다. 바람 맞으며 나만의 아지트가 되었다. 옥상은 지붕 위다.

 전화가 왔다. 나머지 빈 옥상에 또 3kw를 더 설치하여 돈 벌라고.

(2020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