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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늚이의 노래 1

(엽서수필) 104. 나 우거하다

104. 나 우거하다

이영백

 

 인생, 어떻게 살아 왔던가? 스스로 돌아본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인생이 모질고, 힘들고, 참 어쭙잖게 살아 온 것으로밖에 말할 수 없다. 인생을 어떻게 살려고 살았던 것이 아니다. 나의 인생이니까 전진을 위해 노력하고 삶을 연장하기 위해 봉급 받고 살아온 것으로 생각난다. 참 모질다.

 이제 도심에서 우거(寓居)한다. 우거란 임시 몸을 붙여 삶을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도심우사(都心寓舍)”하는 것이다. , 도시 가운데에서 임시로 몸 붙여 엎디어 사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삶을 연장하기 위해 임시로 몸을 붙여 생명을 연장하며 오늘날까지 견뎌서 그렇게 살아 온 것이다. 인생의 한 평생이 길다고 한다면 참 길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짧다.

 누가 뭐래도 도심에서 우거하는 것을 나열해 보면 재미있지 아니할까?

 첫째, 나는 창작에 취미를 붙이기 위해 이곳에 우거한다. 바로 도심에서 작은 방 하나 챙겨 창작실에 들고나고 재미를 여기고 글을 쓴다. 또 밥도 먹고 간식을 즐기며, 기호식품을 갖다 놓고 수시로 비닐봉지도 뜯고, 작은 통에 견과도 놓고 먹는다. 먹으면서 생각하고 먹었으니 열량을 소비한다.

 둘째, 나는 마냥 도심우사에 붙박이로 살아가고 있다. 누구는 재산을 늘려 좋고 값 비싼 집을 장만하여 왕처럼 살더라. 나는 본시 시골출신이고 시대가 시대인 만치 그냥 삶에 편리한 위치인 도심에서 허름한 우거를 마련한 것뿐이다. 또 사고팔고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마냥 붙박이다.

 셋째, 청림(靑林)이라는 아호(雅號)를 큰형님에게서 받아 청림우거라 붙이고 호작(好作)질 하고 놀고, 살고 있을 뿐이다. 부모님이 오래 사시고 유산을 받아 살아 온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손에 받아본 적 없이 스스로 돈 벌어 공부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 사고 마련한 것뿐이다.

 곧 호작질은 나의 글 쓰는 취미요, 쓴 글 잡지에 발표하고 스스로 자족해하고 여분 돈 생기면 그 책을 사서 지인들에게 나눔 하는 것을 행복으로 알고 산다. 이제는 글쓰기 방법을 터득하였으니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호작질하고 또 재미나서 겨우 겨자씨보다 작은 지식을 나눔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호작질에 신기하리만치 어리석게도 살아간다. 그러나 그 하루 삶이 즐거우니까 누가 어리석다고 한들 더 그런 일들이 즐거운 것은 나만이 즐거운 것이 아니고, 깨치고 아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더 좋아서 그렇게 하고 살 뿐이다.

 나는 도심우사에서 우거하며 산다. 오늘도 이 글을 우거에서 쓴다.

(2020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