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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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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106. 바람과 구름과 비 106. 구름과 바람과 비 이영백 세상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하나도 없다. 하물며 자연의 이치는 더욱 그렇고, 또 묘하다. 사람에게는 음양(♂,♀)이 있어 후손을 퍼뜨린다. 자연은 이 또한 구름과 바람과 비가 있어 만물이 만나고 생성된다. 어찌 누가 가르쳐 주어서 세상이 만들어졌겠는가. 인간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의 오묘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고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인간이 최초로 광야에서 벌거숭이로 태어났다. 구름 일고 바람이 불어 비를 만들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비 맞아 저절로 몸 씻길 줄만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어찌 몸만 씻고 살 것인가? 추워지면 몸 피신할 나무 밑, 굴이나 아니면 머리 써서 몸 숨길 곳 혈거(穴居)를 만들 것이다. 자연은 구름이 모여 바람을 일..
(엽서수필) 105. 테이프를 사용하라 105. 테이프를 활용하라 이영백 비교적 평소에도 테이프(Tape)를 많이 사용한다. 테이프가 없던 시대하고 이제 우리 곁에 와 있는 테이프 사용시대에 편의성이 많다. 책을 자주 발송하는 일들이 많은데 요즘 주소도 컴퓨터에서 프린트하여 사용하기에 봉투에 붙인 주소지가 빗물에 젖지 않도록 꼭 투명테이프를 덧대어 발송한다. 뿐만 아니라 책은 무게가 있다. 도착하기 전까지 찢어지면 안 되기에 앞뒤로 덧감아 붙여서 내용이 안전하도록 하여 발송한다. 테이프종류도 많다. 투명테이프, 청테이프, 포장테이프, 박스테이프, 인쇄테이프, 양면테이프, 은박지테이프, 야광테이프 등 그 쓰임새에 따라 별난 테이프가 다 있다. 테이프를 자르는 데도 대용량으로 사용할 때면 커터기가 따로 있다. 나는 일명 스카치테이프인 투명테이프를..
(엽서수필) 104. 나 우거하다 104. 나 우거하다 이영백 인생, 어떻게 살아 왔던가? 스스로 돌아본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인생이 모질고, 힘들고, 참 어쭙잖게 살아 온 것으로밖에 말할 수 없다. 인생을 어떻게 살려고 살았던 것이 아니다. 나의 인생이니까 전진을 위해 노력하고 삶을 연장하기 위해 봉급 받고 살아온 것으로 생각난다. 참 모질다. 이제 도심에서 우거(寓居)한다. 우거란 “임시 몸을 붙여 삶”을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도심우사(都心寓舍)”하는 것이다. 즉, 도시 가운데에서 임시로 몸 붙여 엎디어 사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삶을 연장하기 위해 임시로 몸을 붙여 생명을 연장하며 오늘날까지 견뎌서 그렇게 살아 온 것이다. 인생의 한 평생이 길다고 한다면 참 길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짧다. 누가 뭐래도 도심에서 우거하는 것..
(엽서수필) 103. 옥상에 올라라 103. 옥상에 올라라 이영백 어려서는 곧잘 초가지붕 위로 올라갔다. 지붕 위에는 딴 세상이다. 키 작았기에 그 지붕 위에서 하늘을 치어다보면 제트기가 날아갔던 긴 흔적의 자리에 분명 다른 세상이 어디에도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오늘날 도회지 살면서 상가주택 위 옥상(屋上)은 둘도 없는 여유로운 나만의 공간이다. 옥상은 지붕 위다. 1987년 12월에 이사 한 후 옥상에다 빨래를 갖다 늘었다. 그러나 요즘은 오르내리기 불편하다고 빨래걸이를 사다놓고 마당바닥에 놓고 사용한다. 옥상활용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텅 빈 공간으로만 남아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은 오직 장독간이 있을 뿐이다. 옥상은 나에게 기대되는 공간이다. 도심에서 무엇을 할까? 달이 휘영청 밝은 보름날이면 이곳에 올라 멀리 도심..
(열린 수필) 102. 남자, 맑은 날 우산을 써라 102. 남자, 맑은 날 우산을 써라 이영백 우산(umbrella)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그늘을 의미하는 움브라〔umbra, 그리스어 옴브로스(ombros)〕에서 나왔다. 나는 여러 글에서 강조한 적이 있다. 세상의 남자라면 첫째, ‘돈’을 꼭 가지고 다녀라. 둘째, ‘거짓말’을 선의(善意)로 활용하여라. 셋째, 비, 햇볕, 자외선을 막기 위해 ‘우산’을 꼭 가지고 다녀라. 남자는 돈, 거짓말, 우산 등 이 세 가지가 꼭 필요하다. 우산은 비를 막고 햇볕을 가리기 위해 이제까지 발전하여 왔다. 대오리 살에 기름종이 바른 ‘종이우산’, 비닐을 씌운 ‘비닐우산’, 쇠로 만든 살에 방수 처리한 헝겊을 씌운 ‘박쥐우산’으로 이는 펼쳐진 모양이 마치 박쥐가 날개를 펼친 모습과 같다고 해서 ‘박쥐우산’ 또는 ‘편복산..
(엽서수필) 101. 우리 밥에, 우리 반찬 101, 우리 밥에, 우리 반찬 이영백 우리 밥에 우리 반찬이 보약이다. 어쩜 오랫동안 사신 엄마 늘그막에 자식 위해 만든 반찬으로 밥을 먹는데 참 정갈하게도 맛 난다. 엄마의 손에서 만들어져 나온 모든 반찬은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제 나이 어느덧 종심하고 둘인데 엄마반찬이 그리운 것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전 세상을 휘둘러보았어도 우리 밥에 우리 반찬만치 훌륭한 것은 없다. 나이 들어가면 흔히 입맛이 떨어진다고 한다. 산해진미면 무엇 하겠는가. 입에 들어가서 음식 맛이 없으면 뱉어내고야마는 것을…. 밥상에서 늘 나는 입버릇처럼 말해 온 것이 ‘우리 밥에 우리 반찬’이라고 강조하였다. 그것도 우리 밥은 약간 고술 하며, 조금 되도, 맨밥 먹어도 간혹 소금 찍어 먹어도 입맛을 절로 돋운다. 쫑..
(엽사ㅓ수필) 100. 나 태어난 기쁨 100. 나 태어난 기쁨 이영백 여러 글에서 나의 태어남을 기쁜 탄생이 아니라 괴로운 탄생으로 묘사하고 말았다. 이제라도 태어남은 괴로움이 아니라 기쁨으로 맞아들이고 싶다. 그렇다. 인간으로 세상에 태어남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부모님으로부터 얻은 사랑의 결실이 바로 출생이고 탄생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탄생은 1억5천만마리 이상의 정자가 경쟁을 하여 단 한 개뿐인 난자와의 결합하여 오로지 하나만 이겨야 탄생한다. 그것도 좋은 날, 좋은 시간에 이웃, 친지들의 박수 받고 결혼한 후 얻은 사랑의 결실이 아니던가? 이런 상황에서 태어난 나이기에 세상의 고난과 경험으로 얻은 실체다. 탄생은 기쁨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새끼로 금기를 두르고 잘한 액땜으로 자라나 첫돌을 맞이하였다. 어린 날 그때는 아무런 나의 기..
(엽서수필) 99. 노옹의 일상생활 99. 노옹의 일상생활 이영백 나는 노옹(老翁)이다. 누구는 만년의 청년시작이라고도 한다. 건강 자랑한다. 종심(從心)하고 두 해나 지났는데 청춘이라니? 될법한 소리인가? 그냥 노옹의 일상생활을 소환한다. 나이 들면 생활자체가 매우 한정적이다. 간밤에 늦은 시간까지 글 쓰다, 뒤척이다 텃새 까치소리에 아침잠을 깬다. 번연히 눈을 뜨고 누워서 손가락 마디마다 주무르고, 오른팔이 아파서 어깻죽지부터 만진다. 조곤조곤 나 스스로 만진다. 이불을 밀어 놓고 누운 채로 자전거타기도 서른 번 한다. 손을 꼬불쳐 손톱 끝으로 가슴뼈 위, 머리 위, 귀 옆을 두드린다. 전신에 조금씩 몸을 일깨우는 작업이다. 이제 일어나 마루로 나온다. 늘 하던 일상을 찾아하기 위해서다. 냉 ㆍ 온수 섞어 한 컵 받아 목에 마시고 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