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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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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 미늘 22. 식초와 함께 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22. 식초와 함께 이영백 식초는 시다. 그러나 먹는 순간부터 우리 몸이 좋아하게 된다. 일찍 공자는 “양약고구어이이어병(良藥苦口於而利於病)”이라 하였다. 곧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다(『孔子家語』「六本篇」).”라 하였으니 분명 쓴 것이 진정 우리 몸에 좋을 것인가 보다. 어린 날 시골에 살았을 때 엄마는 부지런히 부엌을 들락날락하였다. 그것도 부엌에 들어와서는 새파란 대병을 들고 흔들면서 “내캉 살자! 내캉 살자!”라고 주문 외듯 하고, 나갈 때도 잊지 아니하고 또 그렇게 자주 하였다. “엄마 뭐라고 하는데요?” “응 그런 거 있다.”고만 하고 알려 주지 아니 하였다. 엄마가 나간 후 나는 그 대병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기에 지극정성으로 아들 두고..
(엽서수필 3) 미늘 21. 거미줄 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21. 거미줄 이영백 “설마 산사람 입에 거미줄을 치랴?” 흔히 쉽게 하는 말이다. 정말 벌이가 안 되면 입에다 거미줄 칠 수도 있을 것이다.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은 거미의 몸집보다 10배나 큰 놈도 잡아먹는다고 한다. 약육강식에는 그럴 수도 있다. 요즘 코로나19라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정말 굶어죽는다, 아니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고도 남는다. 부지런히 벌어들여야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햐! 무섭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풀밭에서 나무와 나무, 풀과 풀 사이나 어슷한 구석에 거미가 거미줄을 곧잘 쳐 두었다. 거미줄은 어떻게 칠 수 있을까? 거미는 실을 뽑아 바람에 날려서 걸리도록 한 후 날줄을 방심에서 치고, 나중에 그 날줄에 씨줄을 놓아 거미줄을..
(엽서수필 3) 미늘 20. 노랑나비 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20. 노랑나비 이영백 개망초, 엉겅퀴, 토끼풀 등이 자라고 있는 연녹색 풀밭을 나선다. 어디선가 노랑나비가 내 앞으로 가로질러 날아와서 남실남실 나를 꼬드긴다. 한국에서는 흰나비를 그 해 처음 보면 운수가 나쁘다고 하고, 노랑나비를 보면 행운을 상징한다고 하면서 내 앞에서 노랑나비가 나타났다. 다행이다. 큰 손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기회가 되어 세 살배기로 내가 살고 있는 우거에 찾아왔다. 어리고 앙증스럽게도 우리말을 잘 따라 하였다. 우리말을 너무 사랑하였나 보다. 그리고 이어서 어린이 집을 다니면서 은퇴한 나와 매일 함께 하였다. 곧잘 노랑나비 그림도 잘 그려댔다. 토요일 마다 저네 애비가 운전하여 우리들을 즐거운 야외관찰과 놀이와 둘러보러 ..
(엽서수필 3) 미늘 19. 살랑 바람에 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19. 살랑 바람에 이영백 꽃샘바람도 사라지고 이제 훈풍의 봄바람이 분다. 마치 바랭이 풀 꼬투리로 낮잠 자는 아가 볼 간지리 듯 봄바람이 살랑거린다. 살랑거리는 봄바람 맞으러 강변으로 나다닌다. 그리고 봄 처녀 내가 만난다. 방천 잡초 사이로 벌써 봄이 몰래 숨어들었다. 나물 캐는 처녀들 궁둥이 들썩인다. 봄, 숨어 자라고 있는 냉이 캐러 방천 둑에 나간다. 나간 김에 빨리 자란 달래도 찾아 캐낸다. 자꾸 봄 마중 다닌다. 청도 주구산(走狗山) 덕사(德寺, 떡절)앞 청도천변으로 나간다. 봄이다. 개가 달리는 산, 산그늘이 내려와서 청도천에 먹이 잡아먹는 백로가 한가롭다. 유조화물 열차가 길게 달고 아주 요란스럽게 경부선 부산으로 향해 지나간다. 왼쪽 다리 들고..
(엽서수필 3) 미늘 18. 사그라짐에 대하여 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18. 사그라짐에 대하여 이영백 흔히 “달도 차면 기운다.”라고 한다. 세상만물이 생성되고 소멸한다는 자연법칙은 무엇에나 적용된다. 인간, 겨우 몇 센티미터 살아 왔는데 소멸이 찾아온다고 한다. 사그라진다는 것이다. 젊어서는 이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아니하였다. 그래서 사그라짐에 대한 철학이 안 생긴 것이다. 나이 듦에 그 사그라짐에 대한 철학도 스스로 느껴져 알 수 있을 것이다 사그라지는 모든 것, 소멸되는 모든 것은 사람이 살아오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방법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곧 죽음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서양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는 일찍부터 알고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책을 저술하였던 것이다. 바로 “죽음”인 것이다. 수선화과에 속한..
(엽서수필 3) 미늘 17. 잊지 못할 잉걸불 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17. 잊지 못할 잉걸불 이영백 불은 아마도 인류가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것이 아닐까? 불은 농촌에서 가장 필요한 삶의 기본이 될 것이다. 불은 음식을 요리하는데 익힐 뿐만 아니라, 추울 때 난방용으로 필요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초교 입학 전에 방에서 혼자 낮잠을 자다 깨어나서 일어났다. 방에 아무도 없음에 겁이나 울며 눈물 훔치고 방문을 열었다. 방문 앞 화로에다 숯불을 피워다 놓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오른발을 그 화롯불에다 집어넣었다. 세상이 까무러치는 소리로 울어대자 엄마가 왔다. 된장 한 사발을 퍼다 발에 모두 들이붓고 감쌌다. 그런 후로 숯불에 징크스가 생겼다. 어린 날 얼음이 얼면 모두가 앉은뱅이 얼음썰매를 탄다. 추운 줄도 모르고 논바닥 얼음..
(엽서수필 3) 미늘 16. 노도 같은 노여움 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16. 노도 같은 노여움 이영백 여러분은 화가 나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생각하여 보라. 열에 열이면 화를 삭이지 말고 표출하여야 병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 살면서 화가 변하여 노여움이 생기더라도 참고, 또 참아라한다. 제퍼슨은 “화가 나면 열까지 세어라. 더 화가 나면 일백까지 세어라.”라고만 하였다. 진실일까? 꼭 그렇게 참아도 되는 것일까? 노여움은 나이가 듦에 더욱 노도 같은 노여움으로 변한다. 노여움은 불만, 불평에 대한 사람의 감정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나이 듦에 가장 무서운 것이 이 노여움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모든 것이 앵그리(angry)로 변하면서 세상의 모든 형편을 자기만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타협이라고는 바늘 끝..
(엽서수필 3) 미늘 15. 볼펜 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15. 볼펜 이영백 볼펜(ball pen)은 현대의 대표적 필기도구다. 그러나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1930년대 헝가리 사람의 “비로(Biro)”다. 그래서 간혹 “비로”라고도 표현한다. 정확한 영어표현은 “볼 포인트 펜(ball point pen)”이라고 한다. 오늘날 흔히 한 자루씩 손에 들고 쓰는 기구가 볼펜이다. 그러나 그 볼펜의 볼은 우리나라에서도 아직까지 독일에서 수입하여야 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 서당에서는 붓, 초교에서는 연필, 중 ㆍ 고까지만 하여도 펜촉인 딥펜(鐵筆, dip pen, nib pen)으로 모세관 현상을 일으키는 펜촉을 펜대 끝에 꽂아서 쓰는 펜이었다. 만년필(萬年筆)과 그 원리가 비슷하였는데, 만년필은 펜대 속의 잉크통에 잉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