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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미늘

(엽서수필 3) 미늘 21. 거미줄

엽서수필 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21. 거미줄

이영백

 

 “설마 산사람 입에 거미줄을 치랴?” 흔히 쉽게 하는 말이다. 정말 벌이가 안 되면 입에다 거미줄 칠 수도 있을 것이다.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은 거미의 몸집보다 10배나 큰 놈도 잡아먹는다고 한다. 약육강식에는 그럴 수도 있다. 요즘 코로나19라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정말 굶어죽는다, 아니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고도 남는다. 부지런히 벌어들여야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햐! 무섭다 참 무서운 세상이다.

 풀밭에서 나무와 나무, 풀과 풀 사이나 어슷한 구석에 거미가 거미줄을 곧잘 쳐 두었다. 거미줄은 어떻게 칠 수 있을까? 거미는 실을 뽑아 바람에 날려서 걸리도록 한 후 날줄을 방심에서 치고, 나중에 그 날줄에 씨줄을 놓아 거미줄을 완성시킨다. 거미도 상당한 기술을 부린다.

 제가 먹이를 잡아먹으려면 거미줄을 튼튼하게 칠 줄 알아야 하는데 끈끈한 점성이 있는 거미줄이 한 가지 있고, 다른 하나는 건조한 거미줄이 있다. 끈끈한 점성이 있는 거미줄로는 먹잇감이 붙잡히도록 한 줄이요, 건조한 줄은 잡은 먹이를 제가 다니기 좋도록 한 줄이다. 참 현명하지 않은가?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내 생각에 거미란 놈은 절대 자기 입에 거미줄 칠 일이 없겠다. 단지 거미줄을 뽑아내는 재주만 있을 뿐이다.

 초교교사 초자시절에 교감 선생님이 문제를 내었다. “교실에 거미줄 없애는 방법은 무엇입니까?”아무도 답하지 못하였다. “거미를 잡아버리면 됩니다. 참 쉽죠.” 그 후 교실에 거미를 잡으라고 당부하였다. 환경심사 때마다 교실에 거미줄 있는 학급은 호된 꾸중이 따라왔다.

 거미자신도 거미줄에 걸릴 수 있다. 거미도 동물인지라 재수가 없으면 끈끈한 점성으로 가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약은 절지동물이기에 거미줄에 잘 걸리지 않는다. 꼭 어설픈 먹잇감만 걸리고 만다.

거미줄 친 것을 보면 흡사 사람이 전쟁에 대비하여 땅에는 육군, 공중엔 공군, 바다에는 해군, 어떠한 곳도 가리지 않는 해병을 배치한 것과 같다.

 “거미줄에 목맨다.”라는 속담이 있듯 어처구니없는 일로 몹시 억울해 하고 못 이룬 마지막 원통한 심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람 입에 거미줄 치면 안 되니 나도 열심히 노력하고 벌어야할 것 같다.

(20210327. 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