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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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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2) 21. 공원과 인생 “4다마 계룡산” 21. 공원과 인생 이영백 허허롭다. 맑은 날이면 계룡산 야싯골공원을 오른다. 오늘은 왠지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나무를 벤 자리에 그루터기가 마치 화살표를 만든 것처럼 앞의 무엇인가를 향하여 가라하듯 무작정 그곳으로 올랐다. 이제까지 그렇게 허위허위 살아 왔는데, 뒤도 돌아볼 겨를도 없이 살아 왔는데 오늘에 와서야 겨우 병아리 눈물만큼 작은 틈만 얻었을 뿐이다. 선인(先人)들은 0~30살까지는 부모님 그늘에서 살았다. 31~60살이 되어야 겨우 자신의 인생이라고 하여 삼십 년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를 족보에 기록하여 주었다. 그러다가 61살부터 죽는 날까지는 그냥 자식그늘에 묻혀 살았다. 예전에는 삼분법으로 인간의 인생을 표현하여 주었다. 이제는 시대가 다르고 삶의 방법..
(엽서수필2) 20. 야싯골공원의 메꽃 20. 야싯골공원의 메꽃 이영백 야싯골공원에 오르면서 나의 눈을 헷갈리게 한 것은 마을로 올라오다 본 나팔꽃과 이 산〔시내 계, 溪龍山〕이름에 맞춰 강가에 피던 메꽃이었다. 나팔꽃은 아침부터 피어서 조금 늦은 오후가 시작되면 벌써 시들어 버리지만 메꽃은 어쩜 내가 산을 오를 시간, 오후 세 시 쯤에야 겨우 꽃잎을 벌이는 작업이 한창이다. 나처럼 게으른 꽃인가. 나를 현혹되게 한 메꽃이 활짝 피어 나 젉은이를 맞이한다. 메꽃은 분홍색이다. 그것도 은은한 분홍색이다. 2% 부족한 색감의 꽃이다. 그러나 메꽃을 나팔꽃과 구분 짓는 것은 그 잎이 창처럼 길쭉한 모양새가 있기에 잘 구분된다. 메꽃은 야싯골공원에 애인을 만나러 가는 시간 오후 세 시 쯤에 꼭 흐드러지게 꽃잎의 입을 벌린다. 오늘은 애인을 공원 순환..
(엽서수필2) 19. 야싯골공원의 개망초 “4다마 계룡산” 19. 야싯골공원의 개망초 이영백 아무도 날 반기지 않는데 야싯골공원 서편 초입에 들어 서자말자 나를 엔간히 기다린 듯 한아람 꽃이 나에게 오랜 애인처럼 안겨 들이닥치었다. 집단으로 이 꽃을 보고 있노라면 어쩜 여름에 피는 메밀꽃을 흠뻑 연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이름도 “개망초”라 실망하였다. 한자어는 없다. 개망초는 가까이서 하나를 크게 보면 마치 계란과 비슷하여 “계란 꽃”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그 말은 참 좋게 보아줘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 개망초라니 그 이름부터 좀 그렇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품종인 “개나리”는 이름도 당당하다. 또 “개”자가 들어가는 식물이 많다. 개쑥갓, 개쑥부쟁이, 개별꽃, 개살구, 개오동, 개맥문동, 개구릿대, 개다래, 개연꽃 ..
(엽서수필2) 18. 야싯골공원의 뽕나무 18. 야싯골공원의 뽕나무 이영백 야싯골공원은 나에게 모든 분야의 백과사전이다. 공원 속 흙길 걸으며 자연을 공부한다. 어린 날 시골에서 살았기에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 도심공원 흙길에서 여러 가지 식물을 만난다. 그것도 예전 집터로 생각되는 곳에 마치 줄 지은 것처럼 자라는 나무들이 있다. 뽕나무다. 공원에서 만난 뽕나무가 새삼스럽다. 뽕나무는 상(桑)·상목(桑木)·오디나무라고도 부른다. 야생인 ‘산뽕’은 거의 10m나 높이 자란다. 재배종은 매년 두 번 가지를 치므로 지표면에서 나무키가 좀 올라와서 가지가 갈라져 나오는 나무인 교목(喬木)이다. 뽕나무는 겨우내 나목(裸木)으로 있다 봄이 오면 잎이 자란다. 뽕나무에도 열매를 맺기 위해 암수딴그루 또는 암수한그루로 잎겨드랑이에 황록색의 꽃 이삭이 달..
(엽서수필2) 17. 야싯골공원의 흰나비 17. 야싯골공원의 흰나비 이영백 나무 데크 길을 올라서자말자 야싯골공원의 흙길로 빠져 걸었다. 그대로 쭉 올라가지 않고 왠지 고부라 쳐서 오른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곳은 예전에 사람이 살던 집터였다. 집 주변에는 뽕나무, 감나무, 대추나무들이 번갈아 나타난다. 마치 내가 시골서 아버지가 손수 지은 초가집에 네 번째 살았던 생나무울타리 집이 생각났다. 성목들로 이루어진 숲속이다. 가득히 풀밭이 보이고 팔랑팔랑 거리며 날아다니는 하얀 점 하나가 움직이었다. 사진 찍어 무엇인가 포착하려니 잠시도 그냥 가만있지 않아 무딘 나의 손재간으로는 사진 촬영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하기는 찍어봤자 원경의 풀밭 속에 하얀 점 하나가 어디 그 장면을 돋나 보이질 않고 말 것이다. 그 하얀 점 하나는 바로 아주 작은 흰나..
(엽서수필2) 16. 야싯골공원의 야옹이 16. 야싯골공원의 야옹이 이영백 수고양이를 낭묘(郎猫), 암고양이를 여묘(女猫), 바둑무늬의 얼룩고양이를 화묘(花猫), 검은고양이를 표화묘(豹花猫) 등으로 미화하여 부르기도 한다. 어찌 나는 이 나이 먹도록 고양이를 이렇게 구분하는 것도 모르고 살았을까? 낭묘, 여묘, 화묘, 표화묘는 어찌 불러도 낯설다. 늦게 대학교50년사를 편찬하면서 다시 대학 일 갔을 때 “대학의 노랑이”라는 제목으로 묘(猫)에 대하여 신문기사까지 났다. 예전에 근무하였을 때도 고양이들이 많이 살았는데 대수롭지 않게 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고양이인 “반려묘”가 지성의 전당에서 젊은이들이 귀엽다고 밥〔과자〕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묘가(猫家)”까지 만들어 도서관벽면에다 설치하..
(영서수필2) 15. 야싯골공원의 까치 “4다마 계룡산” 15. 야싯골공원의 까치 이영백 광역도시 도심에 살면서 텃새인 까치소리에 잠을 깬다. 얼른 대문 우편함에 넣어둔 신문지를 그러쥐고 홀에다 던졌다. 야싯골공원 산책을 나섰다. 이른 아침 도심 속의 공원공기는 생동감을 주어서 아주 상쾌하였다. 나를 만났다고 먼저“깍~까악~까?(니 올라 왔니?)”반갑게 인사까지 하여 준다. 뻐꾹새는 ‘뻐꾹~’우니까 뻐꾹새일거고, 까치는 깍깍 운다고 까치인가? 누가 조사한 결과 어미까치는 “깍깍!”울고, 새끼까치는 “까르르르”운다고 한다. 본래 깍깍 우는 소리에 “아치”라는 우리말 ‘작다’의 뜻이 보태어져서 “깍 아치”가 “까치”로 굳어진 것이란다. “까치설”이 작은설이듯 그렇게 연관이 된다. 숲속 순환로를 걷고 있는데 저만치 둔덕 위에서 튼튼한 두 발로 톡톡..
(엽서수필2) 14. 작은 공원이 거기에 제2부 인생과 자연과 공원 14. 작은 공원이 거기에 이영백 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 대구는 젊은 시절 몸 바쳐 생활한 직업전선이 있었던 곳이다. 삶의 괴로움도 있었지만 그 시절에는 우리나라 3대 도시에 속해서 늘 긍지를 갖고 살았다. 그 곳에는 도심공원이 여럿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의 위치는 중구 국채보상로 670에 있다. 그 넓이도 자그마치 670,42.50㎡, 또 경상감영공원은 중구 경상감영로 99에 16,500㎡로, 2ㆍ28기념 중앙공원은 중구 동성로 2길 80에 14,354㎡로 유명하다. 그러나 도심에서 작은 공원으로 내 사는 곳에 있다. 본래 이름은 “범어 시민근린공원”이었다는데 범어2동 주민들의 사랑으로 새 이름을 의회 절차에 따라 공식적으로 개정 등록하여 “야싯골공원”이라고 명명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