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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엽서수필2) 14. 작은 공원이 거기에

2 인생과 자연과 공원

14. 작은 공원이 거기에

이영백

 

 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 대구는 젊은 시절 몸 바쳐 생활한 직업전선이 있었던 곳이다. 삶의 괴로움도 있었지만 그 시절에는 우리나라 3대 도시에 속해서 늘 긍지를 갖고 살았다. 그 곳에는 도심공원이 여럿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의 위치는 중구 국채보상로 670에 있다. 그 넓이도 자그마치 670,42.50, 또 경상감영공원은 중구 경상감영로 99 16,500, 228기념 중앙공원은 중구 동성로 2 80 14,354로 유명하다.

 그러나 도심에서 작은 공원으로 내 사는 곳에 있다. 본래 이름은 범어 시민근린공원이었다는데 범어2동 주민들의 사랑으로 새 이름을 의회 절차에 따라 공식적으로 개정 등록하여 야싯골공원이라고 명명하였다.

 평지에 있는 그 무슨 이름의 공원보다 조금은 언덕처럼 솟아오른 이 공원이 좋다. 그곳에 풀 한 포기, 야생화, 하얀 배추나비, 까치, 고양이, 이름 모를 새, 골바람, 산바람, 키 자랑하는 수목, 데크 로드가 아닌 흙길에 마대포를 깔아 둔 순환로 등이 있어 어디 한 가지인들 안 좋으랴.

 이 공원에 오름이 좋다. 집에서 글 쓰다 허리 펴고, 녹색에 눈 운동 시키고, 흙길 밟으며 유산소 운동을 즐긴다. 그래도 아무도 돈 달라 하지 않는다. 간혹 혼자 심심할까봐 마주로 걸어오는 아주머니, 아저씨, 나처럼 옹()이들 아무런 인연도 없이 눈인사로 만나고, 스치고 지나친다.

 간혹 첫사랑 애인이 그곳에서 나온다. 오후 세 시 메꽃이 피는 그 시간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에 살던 두산 위브더제니스 아파트(지상 54)에서 간혹 양념처럼 내려와 나를 기다린다. 그 옛날 나의 애인이 비록 머리카락은 새었어도 선 그라스에 분홍 스카프를 두르고 나이를 잘 익게 먹은 얼굴로 간혹 만나곤 한다. 이 작은 야싯골공원에서 간절히 바라던 애인을 만나는 그런 것이 있어서 그런대로 젉은이의 낙이다.

 도심의 작은 공원 있어 언덕처럼 치솟아 자기 상상의 즐거움 이상으로 공원에서 즐거움을 알았던 것이다. 오늘도 피곤을 쓰레받기에 모두 쓸어 담아왔다. 그 먼지까지 한 점이라도 쓸어내리고 순환로 700m를 벌써 두 번 배회하는 즐거움을 비밀처럼 애인만나 오후 세 시에 걷는다.

(2020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