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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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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2) 13. 아파트 숲에 싸여 “4다마 계룡산” 13. 아파트 숲에 싸여 이영백 하늘에 드론을 띄워서 야싯골공원을 내려다본다면 어떠할까? 푸른 숲속에 개미처럼 사람들이 꼬물거리며 운동하는 모습이 보일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면서 오른다. 데크 로드를 비켜 흙길을 찾는다. 참 부드럽다. 어디선가 골프 연습하는 소리가 딱딱~ 들려온다. 그 쪽을 보니 높다란 그물이 있어 날아오는 골프공을 막아 주고 있었다. 뒤편에는 대구 세 번째 높은 “두산 위브더제니스 아파트(지상 54층)”가 보인다. 대구에서 가장 높은 집은 바로 범어 네 거리 쪽으로 나가는 우리 집 곁에 있는 “범어 센트럴 푸르지오 아파트(지상 59층)”가 있다. 두 번째 높이인 “수성 SK 리더스뷰 아파트(지상 57층)”는 TBC 방송국 가는 길이라 조금 떨어져 있다. 대구는..
(엽서수필 2) 12. 멀리 용지봉 보다 “4다마 계룡산” 12. 멀리 용지봉 보다 이영백 영어를 처음 배웠을 때 “Boys be ambitious!”라는 문장을 배웠다. 스피노자는 “내일 죽는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어라.”고 하였다. 현실은 고달프더라도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멀리 내다보고 살아라.”는 암묵의 철학을 얻었다. 오늘도 하릴 없이 글 쓰다 지쳐서 허리 펴고 다리운동 위해 공원에 오른다. 야싯골공원에 올랐다. 숲속 길에 나무들 키 자랑을 한다. 과연 높다. 작은 키로 태어나 저절로 고개 뒤로 젖히고 하늘을 치어다본다. 새로운 발견을 하였다. 하늘바라기 하면서 뱅글뱅글 도니 빠꿈이 푸른 하늘이 무성한 숲 사이로 나 보란 듯 맑다. 책상에 앉아서 두 다리 모으고 자판기 두들기고, 오른 손으로 클릭하며 글만 쓰다가 이렇게 기분 좋을 수..
(엽서수필 2) 11. 공원 내려오다 찻집이 “4다마 계룡산” 11. 공원 내려오다 찻집이 이영백 공원에서 하산하다 들려서 찻집사장과 마주쳤다. 우연찮게 생강차를 시키게 되었다. “지난번에 한 번 들렸지요.”, “예. 압니다, 작가님. 어서 오십시오.” 땀 흘리고 들어가는데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생강차도 있습니다.”, “예. 생광시리 ‘생강차’로 하겠습니다.” 1995년 해외연수 차 처음 외국에 나갔다. 싱가포르호텔에서 아침 먹고 있는데 식음서비스 여사원이 “Coffee or tea?”하니까 얼떨결에 차니까 “Tea!”라고 생각하여 대답하고 말았다. 그러자 따뜻하게 끓인 홍차 포트를 들고 와서 잔 가득 부어 주었다. 난 밥 먹으면서 곧잘 물을 마시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그날따라 차를 물처럼 자주 마셨다. 찻잔을 입에 대기만 하여도 여사원은 어디..
(엽서수필2) 10. 그루터기 발견하다 “4다마 계룡산” 10. 그루터기 발견하다 이영백 야싯골공원은 이제 모든 것이 눈에 훤히 보인다. 풀 한 포기, 돌 한 조각, 흙길에 밟히어 나체로 불거져 나온 나무뿌리들까지 내 눈에서 허투루 지나갈 리 없다. 오늘은 나무가 살았던 흔적의 “그루터기(stump)”를 하나 발견하였다. 그렇게 다니면서도 눈에 들어오기가 처음일 뿐이다. 발견하자말자 흐르는 땀을 훔치려고 걸터앉는 찰나에 분명 하늘에서 나에게 알림을 주었다. “이 놈아! 앉지 마라! 생각 좀 하고 살아라!”라는 신령스러운 소리처럼 내 귀에 들려왔다. 가던 길 멈춰 서서 그때부터 관찰하고 그루터기와 대화하였다. 정말 그루터기 둘레가 크다. 둥근 시골밥상 크기만 하였다. 그 그루터기 앞에 쪼그려 앉아 대화를 시작하였다. 이렇게 큰 나무를 누가, 왜..
(엽서수필2) 9. 대구MBC앞 수목그늘이 그리워 “4다마 계룡산” 9. 대구MBC앞 수목그늘이 그리워 이영백 야싯골공원 오르는 방법에는 우리 집에서도 여럿 입구가 있다. 오늘은 일부러 법원앞 쪽을 피하고 MBC네거리로 향해 오르고 있었다. 동네 한 바퀴에서 여러 곳을 소개하여 보았다. MBC네거리에 “mBc대구문화방송국”이 있다. 그것도 번지 주소일 때는 “범어동 1번지”로 알려졌고, 아이들 프로그램의 제목으로도 사용되었다. 대구문화방송국 앞에는 누구나 좋아할 수목을 조성하여 두었다. 특히 매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는 크리스마스트리로부터 조명을 이용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내자와 함께 밤마다 그곳을 찾았다. 어느 해부터인가 그런 전시도 사라졌다. 이제는 없어지고 말았다. 문화방송국은 죽마고우가 한 때 사장을 하였다. 대구에 입성하여 대학..
(엽서수필2) 8. 법원도로변 벤치에 앉아 8. 법원도로변 벤치에 앉아 이영백 그 날은 법원 앞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작정하였다. 공원가려는 중이었다. 야외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그 소리가 진정 현대 산업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사람인 대중(大衆)이 싫든 좋든 듣고 싶지도 않아도 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의식 없이 정한 방향을 열심히 걸어 지나쳤다. 검찰청 곁으로 난 비탈길을 밟으며 내가 목표로 한 곳을 향하여 열심히 걸어 올라갈 뿐이었다. 특히 선거철이 닥쳐오면 법원도로변 벤치에서는 나처럼 관심 없어 하던 사람들도 저절로 귀 기울여 듣곤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일 것이다. 그렇게 도심 속의 대중들에게 자기가 이루려고 하는 목적을 향해 나처럼 곧추 진행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정치와 담을 쌓고 되도록 멀리 하려는 비겁한(?) ..
(엽서수필2) 7. 동네 한 바퀴 7. 동네 한 바퀴 이영백 “동네 한 바퀴”라는 동요를 흥얼거리며 모처럼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우리 집은 상가주택이지만 혹 추울까봐, 더울까봐 뺑 둘러 아파트가 집을 내려다보고 지키고 있다. 동에 청구 빌라맨션, 서에 월드 메르디앙, 남에 범어태왕 아너스, 북에 수성 래미안 등 온통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였다. 내가 사는 동네 한 바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가장 가까이 두산 위브더제니스 아파트는 대구에서 지상으로 두 번째 높다. 그곳이 범어 네거리에 위치하고 풀쩍 뛰어 MBC네거리에 대구mBc 문화방송국이 있어 동쪽을 향해 활시위처럼 튕겨버리면 보이는 삼각지점에 계룡산 야싯골공원이 있다. 물론 법원(고등법원, 지방법원,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 수성구청, 수성경찰서, 범어초교, 범어2동 행정복지센터, ..
(엽서수필2) 6. 종심에 둘, 산에 오르던 날 6. 종심에 둘, 산 오르던 날 이영백 여름 모자 쓰고, 장갑 끼고, 운동화를 찾아 신고 오늘도 야싯골공원에 오라는 사람은 없어도 찾아 갈 길은 많다. 공원이 도심에 있으면 훌륭한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 같은 역할을 한다. 데크 로드의 계단 하나하나가 나의 생명을 연장하는 고등수학 미분(微分)값처럼 아름답다. 이마에 흐르는 땀은 데크 로드로 올라온 값진 땀이다. 저만치 공원 정상에 넓은 운동장이 보이고 둘레마다에 땀 흘리고 오른 사람들 쉬라고 정자(亭子)가 설치되어 있다. 흐르는 땀방울 손수건으로 훔치고 정자 마룻바닥에 걸터앉았다.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 한 줄기 불어다 준다. 올라 온 가치를 이 바람으로 대신하고 앉았다. 저만치 젊은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떤다. 비록 낮은 언덕의 계룡산이지만 사람들이 찾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