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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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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 미늘 78. 자동시력검사기 만들다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78. 자동시력검사기 만들다 이영백 때 아닌 초교교사로서 발명에 빠진 적이 있었다. 학습 자료전에 인쇄매체만 연구하다보니 싫증이 왔다. 뭔가 새로운 것, 학생들에게 편의성을 생각하는 발명에 빠졌다. 학습 자료전 두터운 도록 책자를 페이지마다 읽고 또 왜 그러한 것을 만들게 되었을까 고민하여 보았다. 별 다른 게 없었다. 마침 학생신체검사를 하였다. 시력검사라는 종목이 있다. 요즘은 기계화된 것도 있지만 1970년대 초등학교에서는 한 장짜리 종이인 시력검사표뿐이다. 1.5m거리에 발바닥을 표시하고 차례로 줄서서 왼쪽, 오른쪽 시력을 검사하고자 막대기 짚어서 더 이상까지 안 보인다는 점에서 아래 부분의 시력 표시로 결정하여 건강기록부에 적어주면 된다. 참 쉽다. 시력..
(엽서수필 3) 미늘 77. 동아마라톤 타자기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77. 동아마라톤 타자기 이영백 교사생활 1년 만에 대구낭자를 만나 결혼하였다. 타자기를 잘 다룰 줄 안다고 하였다. 그것도 새로 나온 표준자판기의 자판을 익숙하게 친다고 하였다. 교사로서 해마다 자료출품을 하여야 하기에 타자기 구입이 필요하여 알아보았다. 배움책을 만들려고 하면 타자기로 쳐야 하였기 때문이다. 대구처가에 왔다가 동아 마라톤타자기 구입을 하였다. 자그마치 나의 넉 달 치 봉급인 12만 원이었다. 해마다 상장을 모으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 타자기는 고가이기에 아직도 골방에 모셔져 있다. 4학년은 구 교육과정이지만 자연 교과를 분석하여 실험ㆍ실습할 수 있는 초안을 만들고 마분지에다 타자기로 치니 훨씬 돋보였다. 시골에서는 타자기 ..
(엽서수필 3) 미늘 76. 그림-극 만들다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76. 그림-극 만들다 이영백 교사라면 수업으로 그림-극 시연도 해 볼만 하다. 초교교사가 되면 자료실에 있는 학습 자료를 활용하여 시청각적 수업을 하고 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재미나 하였기에 “반공그림-극”을 만들어 보려고 생각하였다. 그림-극은 딱딱한 종이에 연속적으로 그린 그림을 상자 모양의 틀 속에 포개어 넣고 순서대로 한 장씩 학생들에게 내보이면서 극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놀이다. 1973년 교사발령으로 4학년 학급담임을 맡았다. 말이 4학년이지 엊그제까지 3학년이었다. 내가 맡은 학생들을 위하여 배우고 익힌 실력을 총동원하여 가르치고 싶었다. 나의 열정을 쏟아 부었다. 그곳의 항구를 통하여 간첩이 들어와서 뒷산에 숨어 있었다. 향토예비군에 발..
(엽서수필 3) 미늘 75. 대기만성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75. 대기만성 이영백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大器晩成〕”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를 진즉에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설마 무슨 큰 성공이 있겠는가? 호구지책으로 일이나 하면서 주어진 생명을 연장하고만 있다고 생각하였다. 세상에 태어났으니 밥값하면 된다고 그렇게 욕심 없이 살았다. 초교 교사가 되었는데도 시대ㆍ환경이나 여러 가지 불합리하여 두고만 볼 수 없어 8년 근무하고 “의원면직”으로 그만 두었다. 2년간 교육하는 방법을 배우느라 고생하였는데 쉽게 버렸다. 교직의 호된 사회생활을 경험하였다. 낮은 급료에 현장의 어려운 운영으로 젊음을 묻기에는 억울하였다. 빛난 능력을 어디에서라도 발휘하여 인정해 주는 곳이면 정열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랬다. 대학행정..
(엽서수필 3) 미늘 제7부 꾸물댐의 변명 74. 빼앗긴 2년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제7부 꾸물댐의 변명 74. 빼앗긴 2년 이영백 세상의 일들이 우주의 생성과 운동에 따라 움직이듯 꼬물거린다. 그 속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꼼지락거리고, 꾸물대며 살아간다. 이 와중에 시간을 2년간 딴 나라, 딴 시대처럼 보낸 때가 나에게 있었다. 그 2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동시대 나와 같은 동기들로 보면 나는 늘 그렇게 빼앗긴 2년으로 살아 온 것이다. 2년이 허기 진 것이다. 2년은 날짜로 계산하면 평년으로 365일로 보면 2배로 730일간이다. 이를 초로 환산하면 1일은 60초×60분×24시간으로 86,400초요, 730일×86,400초는 63,072,000초이다. 즉 2년간은 초로 환산하니 6천3백7만 2천초다. 바로 그 째깍거리는 초침소..
(엽서수필 3) 미늘 73. 봉선화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73. 봉선화 이영백 “울 밑에 핀 봉선화야~”너무나 많이 불리어지고 많이들은 노래였기에 봉선화(鳳仙花)라는 꽃 이름은 익숙하다. 그러나 고유어로 바뀌면서 “봉숭아”라는 이름으로 혼란을 겪는다. 학교입학 전에는 어른들로부터 듣고 자랐기에 “봉선화”가 익숙하였다. 이제 한자어, 고유어로 같이 쓴다. 봉선화는 장독간 화단 가장자리에 심어 그것이 마치 경계이듯 하였다. 그러다가 학교 화단을 보니 채송화 다음에 봉선화가 심겨 있었다. 여름방학에 당번으로 가면 화단 안쪽 창가에는 수세미와 해바라기, 가운데 봉숭아, 가장자리에는 채송화가 자리 잡았다. 물뿌리개로 물 뿌려주면 뜨거운 햇살 하루 종일 잘 이기겠다고 고개 흔드는 것 같다. 장독간에 모여 앉아 밝게 핀 붉은 봉선화..
(엽서수필 3) 미늘 72. 해당화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72. 해당화 이영백 처음으로 해당화를 본 곳은 네 번째 이사 간 집에 새로 우물을 파면서 우물곁에 아버지가 심어두었기에 만났다. 아버지는 “새보”라는 지명에 걸맞게 새로 모여들어 옹기종기 모여 살게 하였다. 우물가에 핀 해당화 때문에 아랫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을 “송계(松谿)댁”이라는 택호가 있는데도 곧잘“해당화집”이라고 불렀다. 세 번째 살던 집 앞에는 미나리꽝을 만들어 새하얀 미나리 꽃 있는 집으로 만들었는데, 이제 네 번째로 이사 온 우물가에는 온통 해당화를 심어 두었다. 이른 봄부터 잎이 어긋나고 5 ~ 9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된 홀수 깃꼴겹잎으로 나니 풍성하였다. 꽃은 5월부터 피기 시작한다. 꽃은 붉은 자주색이나 짙은 홍색으로 새로 나온 가지 끝마다 ..
(엽서수필 3) 미늘 71. 장미화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71. 장미화 이영백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꽃을 난 잘 모르고 살았다. 그만큼 삶이 바빴기에 그렇다할 것이다. 장미. 장미꽃은 예뻤다. 막연히 예뻤다고만 알고 살아왔기에 너무나 모르고 살았다. 모든 꽃을 좋아하지만 처음 생각으로 가시가 있다고만 알았다. 바쁜 일상에서 가시 돋친 장미를 잘 모르고 살았다. 사는 곳이 높은 곳에 있어서 5월초 눈에 확 들어오는 맞은 편 아파트 펜스에 핀 형형색색 만발한 장미꽃을 볼 수 있다. 흰색, 노란색, 붉은색 장미가 두드러지게 피어있다. 눈부신 햇살의 오월에 오월의 장미가 피었다. 어설픈 사진사가 되어 흰 장미꽃 골라잡고 찍었다. 펜스 사이 장미가지가 파르르 떨기에 사진도 떨며 찍혔다. 다시 셔터를 눌렀다. 이제 노란 장미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