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엽서수필 3/미늘

(엽서수필 3) 미늘 78. 자동시력검사기 만들다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78. 자동시력검사기 만들다

이영백

 

 때 아닌 초교교사로서 발명에 빠진 적이 있었다. 학습 자료전에 인쇄매체만 연구하다보니 싫증이 왔다. 뭔가 새로운 것, 학생들에게 편의성을 생각하는 발명에 빠졌다. 학습 자료전 두터운 도록 책자를 페이지마다 읽고 또 왜 그러한 것을 만들게 되었을까 고민하여 보았다. 별 다른 게 없었다. 마침 학생신체검사를 하였다. 시력검사라는 종목이 있다.

 요즘은 기계화된 것도 있지만 1970년대 초등학교에서는 한 장짜리 종이인 시력검사표뿐이다. 1.5m거리에 발바닥을 표시하고 차례로 줄서서 왼쪽, 오른쪽 시력을 검사하고자 막대기 짚어서 더 이상까지 안 보인다는 점에서 아래 부분의 시력 표시로 결정하여 건강기록부에 적어주면 된다. 참 쉽다.

 시력검사표를 교실 벽에 붙이면 아이들은 라인마다 모두 외어서 일사천리로 양안 모두 2.0으로 결정되고 만다. 시력표 한 장을 붙여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밤마다 그림도 그리고 자동시력검사기 발명(?)아닌 개발에 골몰하였다. 교사 혼자서 기계통을 만들어 1.5m거리에서 조작하여 숫자, 도형, 비행기 등 모두 숨겨 두고 필요할 때 한 가지만 열어서 시력을 결정하는 반자동기계를 만든다는 데 생각까지 도달하였다. 방학이라 고향 중학교 과학 선생님을 찾아가서 이러한 것을 만들려고 하는데 방법이 없는지 자문을 구하였다. 그 선생님 또한 손재주와 아이디어에 대단하였다.

 다시 찾아뵈니 1.5m이상에서 조작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자전거 브레이크를 생각하였다. 거기까지는 참 좋았다. 시내 자전거포마다 가 봐도 구할 수 없었다. 대구로 올라갔다. 삼덕네거리 윤업사에서 3m나 되는 브레이크 두 개를 구입하였다. 다시 찾아뵈니 완성되었다. 울산에 자동시력검사기를 구경하였는데 2,000만 원이었다. 조명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경상북도 학습 자료전은 명덕초교 2층 강당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시력검사기에 200룩스 조명이 들어가도록 설치하였다. 긴 전선을 준비하고 설명회가 시작되었다. 한창 설명하고 있는데, 스위치를 넣었는데도 조명이 안 들어왔다. 기다려 달라고 하니 심사위원들이 그만 됐다하고 가버렸다. 울고 싶었다. 전선의 소켓은 다른 선생님이 빼버렸던 것이다.

 결과는 “우수상”에 머무르고 말았다. 노력해 보았다는 의의뿐이다.

(20210704.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