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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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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 94. 밤의 소리 듣다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94. 밤의 소리 듣다 이영백 나이가 하나둘 쌓이면 밤잠이 없다고들 한다. 누구나 그러한가? 늦은 시간까지 줄글〔散文〕쓰다 보니 밤의 오랜 시간이 잘 지나간다. 겨울 짧은 밤에도 차마 밤 시간을 마냥 보낸다. 자정이 넘으면 천지가 조요하다. 그 시간을 기다린 듯 적막을 깨뜨리는 온갖 소리가 나의 귓전에 들린다. 겨울 밤 늦은 시간 “찹쌀 떡 사려!”외치는 구슬픈 소리는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고 말았다. 그 들리는 소리에 따라 대문을 열고 손짓하면 얼른 다가와 찹쌀 떡 팔던 그 소년이 바로 나이었든가? 조용히 컴퓨터자판기 두들기면 들리는 소리는 적막을 더욱 적막으로 부른다. 그때였다. 내가 쥐고 있는 마우스가 아닌 쥐가 찍찍 소리를 낸다. 게다가 늦게까지 장사하던..
(엽서수필 2) 93. 젉은이 연습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93. 젉은이 연습 이영백 스스로 사전에 없는 말을 만들어 사용한다. “젉은이”이라 적는다. 젉은이란 젊은이와 늙은이의 가운데 놓이는 말이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젉은이를 일컫는다. 내가 만든 말이다. 나는 젊어보았으니 이제 늙어가면서 늙음을 알아야 하겠지만 아직도 늙은이가 되느니 차라리 젉은이가 되겠다는 나의 발칙한 삶의 용기에서 틔어 나온 말이다. 젉은이가 되려면 삶에서 운동으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오늘도 들리는 소리에 전직 후배 동료 문자가 왔다. 신경성으로 대학병원으로 재진단 하러 간다고 한다. 그렇다. 후배들의 들리는 소리는 모두 건강이다. 아파도 제 때 병원에 안간 것으로부터, 실제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늙은이들은 얼마나 많겠는가? 늙은이 소..
(엽서수필 2) 제8부 고개를 넘어 92. 나무데크 헤아리다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제8부 고개를 넘어 92. 나무데크 헤아리다 이영백 365일 지나 하나의 고개를 넘었다. 일흔 둘 고개를 넘은 새로운 고개에서 2021년을 맞는다. 이곳 야시골공원 나무데크 계단을 오른다. 그리고 예전에 헤아렸던 나무데크 계단 수를 다시 헤아린다. 도심 속 마을의 산상공원에 나무데크는 처음부터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이태 전 더운 여름에 시작하여 설치하였다. 아래부터 위로 한 단, 한 단 계단을 만들어 가는 땀 흘린 고생으로 탄생한 야시골공원의 나무데크는 그렇게 누군가의 수고로움에서 만들어졌다. 처음 무의식하게 그냥 계단 오르기만 하다가 나날이 오르던 그곳에 의문이 가기 시작하였다. 과연 이 나무데크 계단 수가 몇 개나 될까? 하기는 일흔셋의 나이에 하릴 없..
(엽서수필 2) 91. 새해 2021신축년 맞다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91. 새해 2021신축년 맞다 이영백 기어이 2021년이 밝아 왔다. 올해는 신축(辛丑)년이다. 흰 소의 해다. 나도 기축년 소띠다. 소띠는 늘 부지런히 우직하게 일을 하여야 한다고 누가 일러 주었다. 그에 따라 평생을 우직스럽게 늘 일만 하고 살 뿐이었는가 보다. 지긋지긋한 2019년 이어 2020년에도 사회적으로 코로나 발생이 지겨웠다. 2021년 새해 벽두부터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니 걱정이다. 야시골공원 나무계단을 오른다. 어느 교수는 곧 사그라질 것이라고 희망을 준다. 나를 찾는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컴퓨터 앞에 커다란 네 글자 휘호가 기다리고 있다. “영애백고(泳涯伯顧)” 내 이름 두 글자가 들어가는 나의 휘호다. 그 뜻을 일일이 풀어 말하기는 ..
(엽서수필 2) 90. 이마에 땀 닦다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90. 이마에 땀 닦다 이영백 오늘은 2020년 마지막을 접는 날이다. 겨울에 망중한이다. 모두가 나이 듦에 싫어한다. 나도 그 옛날에는 학동(學童)이었는데 어찌타 세월만 흘러 보내어 옹(翁)이 되고 말았던가? 겨울, 모두가 몸을 움츠리는 추운 계절이다. 그 망중한 속에 글 쓸 일로 땀을 낸다. 세상 두루 산전수전 다 겼었으니 땀을 흘린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겠는가? 마치 처녀와 선볼 때도 남이 모르게 땀을 흘린 적이 있지 아니한가? 그것뿐이겠는가? 면접시험에서 기다리다 면접관의 송곳 같은 질문에 식은땀을 흘린 일도 있지 아니한가? 결과적으로 땀은 혼이 났거나 말거나 노력한 만큼만 땀을 흘려라. 땀이 곧 사람 삶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젊어서는 잘 몰랐지만 이제..
(엽서수필 2) 89. 한 줄기 바람이 그립다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89. 한 줄기 바람이 그립다 이영백 세상 살면서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그리운 것은 누구나 기다리는 것이다. 바람이 그립다. 책상 앞에 앉아서 글만 쓰다가 야시골공원에 올라 시원한 댓바람 한 번 쐬고 나면 창작의욕이 저절로 솟구친다. 오늘도 한 줄기 바람을 신나게 맞는다. 그래서 계룡산 산상을 오르니 기분이 좋았다. 겨울바람이 으스스하다. 겨울이 지나면서 그 서늘함이 으스스하다. 그래도 기다리던 바람의 그리움이 나에게 다가오면 비록 으스스하지만 시원할 뿐이다. 오랜만에 바람에 맞서다. 찬바람 이는 겨울이다. 바람은 어떤 날에 따스하다. 햇살이 햇볕으로 달구어진 오후 세 시면 한 편으로 겨울이지만 따스하다. 마음이 따스하다. 비록 춥더라도 마음이 따뜻하면 체감도..
(엽서수필 2) 88. 까치소리 다시 듣다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88. 까치소리 다시 듣다 이영백 “깍~깍~깍~!” 아침 정적을 깬다. 예전부터 까치가 찾아와 울어주면 기쁜 소식인 희보(喜報)가 들린다고 하였다. 그래서 까치는 늘 귀엽고 길조로 받아들인다. 특히 어려운 일이 벌어졌을 때 울어주는 까치 소리만치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까치소리를 무척 밝히는 사람 중에 하나인 모양이다. 까치소리는 늘 들어도 좋다. 특히 이른 아침 울어주는 그 소리는 저절로 좋은 소리로 인정한다. 희소식이다. 까치는 우는 것이 아니다. 까치는 소리를 무언가를 인간들에게 전달할 뿐이다. 인사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것도, 기쁘다는 것도 모두 포함하는 까치만의 아는 말인 것이다. 시골 감나무 높은 곳에 까치가 있다. 꽁지를 까딱거리며 바람을 타..
(엽서수필 2) 87. 골프연습장의 딱 소리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87. 골프연습장의 딱 소리 이영백 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다. 종족과 피부색과 언어와 삶의 방식이 모두 다르게 산다. 동양, 서양이 있는가하면 대륙별로도 다르다. 저마다 삶의 기준과 삶의 수준도 다르다. 그렇게 세상은 사람들 삶의 연습장이다. 삶은 무엇인가? 사람은 먹고, 입고, 자고, 놀고 그렇게 시간을 지나버린다. 아니 시간을 즐긴다. 그 속에는 연구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밤에 돈 버는 사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땅위에서 일하는 사람, 땅 속에서 일하는 사람,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 산에서 일하는 사람,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 등 어찌 그를 모두 헤아려 주랴. 인생을 한 번이라도 살아보았던 사람은 참 인생이 무엇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