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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4다마 계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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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2) 102. 우회로 가다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102. 우회로 가다 이영백 사람이 다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난 어쩌면 우회로 걷는 것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괜찮은 길인 것 같다. 간혹 우회로 걸으면서 심오한 학문을 한 철학자처럼 흉내도 내어 본다. 그러면서 조금 여유를 얻는다. 결코 빠른 길을 몰라 우회로를 걷는 것은 아니다. 우회로도 사람이 다니라는 길이다. 단지 지름길이 아니라서 사람들은 우회로 걷는 것을 마치 손해 보는 것처럼 생각한다. 한 평생 살면서 조금 늦게 가는 길로 가면 어떠하랴. 너무 억울해 할 것 없이 나는 우회로를 걷는다. 우회로 걸으면서, 조금 손해 보면서, 조금 늦게 도착하면서 사람 사는 철학을 얻는다. 둘러 다니는 길이 어떨 때는 빠르기도 하다. 요즘 시골로 자동차를 타고 가다..
(엽서수필 2) 101. 다시 생각해도 그리운 곳은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101. 다시 생각해도 그리운 곳은 이영백 인생은 그렇게 흘러왔다. 나의 인생은 그래도 괜찮았던가?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요즘 어린 날 현재의 나이로 보면 상노인일 게다. 21세기가 되면서 난 아직 나이어린 축에 든다. 어려서 늘 좋다. 그렇게 어리다고만 생각하고 살아왔다. 어린 것이 아니고 어리석었다. 나이는 먹어서도 어리석었다. 그래도 다시 그 시대가 그립고, 그곳이 좋아 보인 것은 왜일까? 이 나이 들어도 그리운 곳은 고향이다. 내가 어려서 살았던 문화가 부족하고 집이 허술하고, 먹었던 것이 부실하였어도 그 시절 그곳이 그립다. 어린 봄날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아버지는 저녁 일곱 시에 잠 자도록 하였고, 새벽 네 시가 되면 화로 전에 대꼬바리를 두들기면서 ..
(엽서수필 2) 100. 별, 달, 하늘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100. 별, 달, 하늘 이영백 별과 달과 하늘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시각은 밤이다. 이 셋을 불러다 모으면 어둠이 내리고 낮의 반대인 밤이 된다. 겨울밤 불러 세 친구를 초청한다. 밤, 어린 날 무서움을 타던 그날을 다시 생각해낸다. 개밥별이 뜨면서 분주한 농촌 우리 집에서 쇠죽 끓여 구이에 퍼 나르고, 마당에 모이 쪼던 닭들을 모아 벽에 붙은 닭통으로 오르도록 홰를 놓는다. 덩달아 어둠이 두려워 송아지 울음 만든다. 어미 소 그 답으로 긴 울음 만들어 울어준다. 마당에 놀던 모든 가금 닭들이 제자리를 찾으면 집개들도 멀리 떠 있는 초승달보고 쓸데없이 컹컹 입 벌려 들여가면서 짖는다. 초승달이 어느 샌가 여린 달빛의 눈썹달로 맞이한다. 시각이 째깍거리면서 초..
(엽서수필 2) 99. 내일은 없다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99. 내일은 없다 이영백 간밤에 잠을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 올 것이다. 내일은 밝을 날이다. 차마 비가 내리는 궂은 날에도 밝은 날이다. 내일이기 때문에 밝을 날을 소망한다. 함께 밝은 내일을 찾아 떠나 가보자. 내일은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존재한다. 내일을 만나러 바삐 출발하여도 우리가 찾는 내일은 없다. 단지 내일은 오늘의 연장에서 내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일 만나기가 참 어렵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빨리 당겨야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내일도 바로 오늘이 되고 만다. 내일 찾으러 떠났는데 역시 내일은 내일에만 존재하기에 만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약속은 내일과 하는 것이 편하다. 내일을 만날 수 없으니 헛 약속인 것이다. 사람은 ..
(엽서수필 2) 98. 희망을 그리다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98. 희망을 그리다 이영백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동안에 학생들의 희망을 매년 조사한다. 그것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 4학년 남학생은 장군 아니면 대통령이었다. 5학년은 조금 그 급수가 낮아진다. 판사 아니면 장교, 6학년은 그래도 공부에 잘 모르니까 의사 아니면 선생님, 면장 아니면 군인, 공무원 아니면 농ㆍ어업으로 희망한다. 희망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희망사항일 뿐이다. 희망은 추상명사다. 희망의 형상은 어떻게 생겼는가? 둥근가? 네모진 것인가? 희망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그것을 기록하는 교사는 자라나는 학생들의 생각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있다. 추상명사로 그냥 희망이 보일 뿐이다. 그렇게 아이들의 희망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본다, 흔히 희망을 버..
(엽서수필 2) 97. 고개, 고개를 넘어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97. 고개, 고개를 넘어 이영백 언덕을 넘어서니 나의 앞에 고개가 나타난다. 고개는 사람의 목 위의 부분”도 고개요, 산등성이의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있는 낮은 부분도 고개다. 물론 여기서는 후자를 말한다. 언덕보다는 고개가 더 큰 어휘다. 인생에서 넘어야 할 큰 강인 것이다. 여류 소설가 박화성은 「고개를 넘으며」라는 소설을 썼다. 곧 해방 전의 세대에게서 무엇을 받았는가? 해방 전의 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세대간의 흐름을 역사적 민족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사상이나 애정이나 또는 사회적인 인간관계의 발전과정으로써 파악하고 형상화(形象化)하고 있다. 상당한 문학적 고양의 결과물이다. 어릴 때 읽은 적이 있다. 세상의 큰 고개는 인도와 중국 사이..
(엽서수필 2) 96. 언덕을 넘어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96. 언덕을 넘어 이영백 야시골공원을 오른다. 한참 오르고 나니 나의 앞에 언덕이 있다. 언덕이란 땅이 비탈진 곳이다. 나를 가로 막는다. 산 속에 언덕이 있다. 내 마음속에 언덕이 있다. 언덕진 곳을 우리는 구릉, 둔덕이라고도 한다. 언덕에 오르면 꼭대기가 있다. 언덕이란 말은 산보다 덜 비탈지고 높이도 낮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내 마음 속의 언덕을 오른다. 이제 마음의 언덕을 넘고자 안간힘을 쓴다. 살아가려고 무던히 학창시절에 애를 썼던 것이다. 키 작고 몸피가 적은 것은 어린 날 그때의 삶이 영향으로 상당히 작용한 탓일 거라 스스로 믿어 현재까지 살아오고 있다. 내 인생의 언덕 1은 아버지의 교육철학을 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우리나라 법(초..
(엽서수필 2) 95. 이야기 만드는 젉은이 “40년 만에 다시 오른 마을뒷산 계룡산” 95. 이야기 만드는 젉은이 이영백 시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짓는다. 이야기는 “이약”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글로 쓴 이야기 말고, 대화로 하는 이야기도 좋아한다. 그것이 대면하면 서로 재미나기에 대화로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평소에도 나에게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 강감찬은 어린나이인 열세 살에 고을 군수가 되었다. 본래 얼굴이 너무 잘 생겼는데 키가 작았다. 스스로 마마를 불러서 얼굴을 곰보로 만들었다는 등 어렸을 때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자라보니 설화나 전설 등으로 책에 실려 있던 이야기였다. 일자 무학의 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어 기억한 것으로 나에게 재생하였을까? 심지어 옥단춘전(혹 이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