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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미늘

(엽서수필 3) 미늘 118. 미늘과 헤어지다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118. 미늘과 헤어지다

이영백

 

 의자에 앉으면 글을 쓴다. 조금도 뉘우침 없이 글을 응시한다. 글 쓰는 자리를 지킨 보람은 공모전에서 상 받는 일이다. 차마 그 고마움을 어찌 여기에다 모두 표현할 수 있으랴. 오늘도 의자에 앉아 글 쓴다. 숙명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것이 차라리 나에게는 “미늘”이라서 즐거움이다.

 꼬이고, 비틀리고, 방해 받고, 도움을 끊어버리던 것이 종심하고 고개를 넘으니 희망이 다가온다. 남과가 되었다. 익숙하게 익은 호박을 남과라 하니 이제 스스로 늙은 남과가 되었다. 미늘에서 해탈하면 터널 끝이 보인다. 미늘과 헤어진다. 오늘 새삼스러이 참 긍정적 사고로 받아들인다.

 삶을 자유자재로 풀어나가는 선에 이르면 고깝게 걸리던 미늘도 사그라진다. 고기를 낚으려고 단 낚시의 미늘처럼 내 인생을 물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이제 겨우 신발 끈 풀리듯 풀린다. 미늘이 날 평생 낚아채고서 억압한다. 고학의 길로 가야 하였다. 피어린 육백 리 길에 아르바이트로 내몰았다. 생 코피 흘려가며, 스스로 가난을 힘겹게 업고 부모님으로부터 손 벌리지 아니하였다. 긴 여정에서 스스로 자정하게 만들었다.

 미늘! 미늘은 한 번 걸리면 누가 의도적으로 풀어 내지 않으면 그곳에 매달리어 온갖 시달림을 겪어야한다. 설령 그것이 풀려도 누군가의 손아귀에 존재하기 때문에 풀리어도 땅바닥에 패대기칠 괴로움뿐이다.

 그림을 좋아하였지만 미늘에 걸려서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좋아하든 아니하든 남을 가르치는 공부부터 하여야 하였다. 남는 것은 배고픔과 빈 호주머니뿐이다. 학동기에 젊어 배고픈 군상으로 청춘을 불사르고 살았다.

 한 달에 만평 한 편으로 300원 고료 받으면 열흘 점심 라면 값이 된다. 누구는 대학생이라며 미팅하고, 동아리에 여행도 하더라. 낮은 군인과 대학생활로 짬뽕이요, 밤이면 학생이면서 선생 노릇하는 아르바이트로 코피 흘렸다. 초등학교 교사되려 공부하였다. 나 음치가 풍금과 놀았다.

 미늘은 사람 사는데 괴로움이다. 대학생활을 원만히 하였다면 얼마나 여유와 높은 학문을 원 없이 공부하였을까? 학비 대느라 죽을 고생하였다.

 피 흘리는 육백 리 길을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교사 8년 하고 버렸다. 대학으로 직장 옮긴 일은 잘한 일인가? 미늘과 헤어진다.

(20210912. 일)

 (自辨) 29주 동안 빠뜨림 없이 주당 4편씩 “엽서수필” 시(試)작품을 그려댔다.

         오늘이 3권 그 마지막 날이다.

         1권 108편, 2권 118편, 3권 118편 총244편이다.

         그것도 부족하여 제4권을 또 2021년 9월 14일부터 게재한다.

         엽서수필을 계속 게재한다.

         2021년 9월 12일 청림숲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