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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수필 3/미늘

(엽서수필 3) 미늘 98. 부참여 되다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98. 부참여 되다

이영백

 

 사립 전문대학 교직원이 되어 문교부에 첫 출장을 갔다. 문교부에 출장 간 것은 학장의 “문교”기관지에 원고게재 제출 건이다. 그때는 메일이나 팩스도 없던 시절이다. 요즘 같으면 특급 또는 등기 소포나 메일로 보내겠지만, 그렇지 못한 시절이다. 원고를 수정하고 원고지에 맞춰 써 드린 대가인 위로출장을 보내 준 것이다. 갑자기 명령 내려서 밤기차 타고 “문교부”라는 상위 관청을 찾는 중대한(?) 첫 출장업무이다.

 늦은 밤 도착하여 역 부근에 여관을 정하였다. 피곤한 첫 출장에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혹 늦잠 잘까봐 거의 뜬눈으로 밤새웠다. 날이 밝아지면서 세수하고 번잡한 서울거리를 나왔다.

 서울은 확실히 서울이다. 이른 시간인데도 도시가 살아 있다. 여러 곳을 살펴보아도 내 눈에는 식당이 잘 보이지 아니하였다. 그러자 긴 줄을 선 곳이 보였다. “서울김밥”이다. 어떻게 이용하나 살펴보니 두 가지 방법이다. 주문한 후 먹고 가는 사람, 주문하여 들고 가는 방법이다. 주문 후 들어가 기다렸다. 두 줄의 김밥에 국물이 나왔다. 맛이 좋았다.

 정부종합청사 앞으로 갔다. 출입을 관찰하였다. 공무원증 달고 패스하였다. 나도 대학신분증을 들고 줄 섰다. 입구에서 제지당하였다. 공무원 출근시간이니 “방문객”은 9시 반에 오라고 하였다. 한 달 전까지 공무원 신분이었는데 사학 교직원은 방문객이라 푸대접 받았다. 어슬렁거리기에도 그렇고 다방에 들어가 쌍화차를 마셨다. 시간을 죽이고 대기하였다.

 손목시계만 자꾸 들여 보다가 아홉 시 반이 되었다. 원고 들고 입구에 섰다. 마치 비행기 탈 때 검색하듯 한 후 들어갔다. 사학교직원 신분증을 내니 주민등록증을 내라고 하였다. 두 번째다. 접수대에서 방문지를 적어 제출한 후 “방문자패찰”을 주면서 패용하라 하였다. 12층 전문대학 행정과를 가야 하는데 승강기를 못 찾아 어렵게 찾아 올라갔다. 원고를 담당자에게 넘기고 돌아 나왔다. 내 행동이 너무 어처구니없어 부끄러웠다.

 갑자기 문교부 출장을 받았으니 여하튼 너무 겁나 하였다. 기차타고 내려오는 동안 많은 경험을 머릿속에서 정리하였다. 지금은 웃고 산다. 그렇게 대학 행정직 사학 부참여(일반직 3급, 공무원 부이사관)에 올랐다.

(20210808.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