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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52.술은 술술~

신작수필

52. 술은 술술∼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술은 도대체 누가 만들었는가? 이 세상에서 술이란 무엇인가? 술은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어 마시면 취하는 음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왜 이러한 알코올 성분은 취하는 것일까? 그저 현실을 도피하려고, 아니면 술기운으로 무엇인가 극기를 하려고,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것도 일부분 있지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술의 기원은 인류사회에서 민족의 형성과 더불어 원시생활시대 이래 자연발생적으로 출현하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삼국사기古三國史記에서와 같이 고구려를 세운 주몽의 건국신화 가운데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웅심연熊心淵 가에서 하백의 딸 세 자매를 취하려 할 때, 미리 술을 마련해 놓고 이것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 수궁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세 처녀 중에서 큰딸 유화柳花와 인연을 맺어 주몽을 낳게 하였다는 설로서 우리나라 술의 기원은 신화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면 무슨 한이 그렇게도 많을까? 한풀이로 그저 모여 앉기만 하면 술부터 찾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돈은 달라고 하면 안 주어도, 담배 한 대와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술은 한 잔 줄 수 있는 인심이 매우 후한 민족이다. 어떻게 보면 고마운 마음이고, 좋은 것으로 해석해서 순수민족일 수 있다. 그러나 음주문화가 정말 좋지 않은 것만으로 몰고 가니 후회스러워 하면서도 또 마시고 있지 아니한가? 여북하면 해장〔해정, 解酲〕이라는 단어와 해장국이라는 말까지 있지 아니한가?

 개인적으로 술에 대한 해장은 다른 것이 없었다. 나에게 해장의 기운은 바로 술을 마시는 중에도 생수를 끼고 앉아서 술 마시고 생수 마시고 즉시 해소시켜 버리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술자리에서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것이었다. 먹은 것은 배설하여 버리는 것이었다. 음주문화에서 주특기는 이것뿐이다.

 술좌석에 앉으면 꼭 이런 사람이 있었다. 억지로 상대방에다가 술을 먹이는 것이다. 줄곧 잔을 권하여 쉴 새 없이 먹이는 사람 곁에 앉는 날에는 죽어나는 것이었다. 잔을 받아 놓고 이야기도 할 겸 쉬엄쉬엄 먹으면 되는데 그 와중에서도 술잔을 들어 남의 잔에 밀어 붙여서 잔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밀어 붙이는 것이다.

 내자는 말한다. 술을 좋아하니까 그 자리를 피하지 아니하고, 밤새껏 같이 마시는 것이라고 한다. 실상은 그런 것은 아니다. 함께한 사람이 좋아서도 아니요, 술좌석이 좋아서도 아니며 술이라는 매개체로서 주된 화제를 이끌어 다음의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 내심 고민하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나의 진정한 속내일 뿐이다. 이러한 내용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거개가 좋아하는 술자리를 극구 마다할 리 없지 아니한가? 물론 이태백이도 아니요, 주태백이도 아닌데 막연하게 술만 좋아한다고 몰아세우기는 술꾼으로서는 너무 억울할 뿐이다.

 술이 인생을 망친다. 술을 다스리면 인생에 성공할 것이다. 술을 사흘에 한 번 마시는 술은 금金이다. 술로서 술을 마시니, 술은 술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제까지 마신 술좌석 중 오랜 생활에서 생긴 주벽酒癖*이 나에게 습관화되는 것이 단지 무서울 뿐이었다.

 이 글을 마치려는 오늘 아침에 퇴직한 노교수가 연락이 왔다. 역시 퇴직하고 돈은 안 되지만 이모작을 하고 있는 직원 사무실에 들렀다. 이런 저런 세상사를 이야기 하다가 어언 점심시간을 맞이하였다. 가까이 매운탕 집이 있다기에 셋이 자리를 만들고 매운탕이 나오기 전에 도리뱅뱅이를 먼저 시켜서 소주 일 배一杯하였다.

 이제부터는 술을 조심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또 잔을 들었다. 한 분은 운전한다고 반 잔, 직원은 근무한다고 한 잔만 하니 남은 술은 자연히 나 혼자 차지다. 술자리에 앉으면 옛날 마시던 습관으로 대낮이지만 술잔에 차는 술을 마다하지 않으니 이를 어찌 하여야 하나? 대낮 술은 배를 취한다면서도 술잔은 자꾸 입으로 올라가고 만다.

 술기운으로 칠곡군 지천면 신동재 아카시구경 가자는데 따라 나서면서 세상사를 이야기한다. 술은 술술 잘 넘어 갔고, 이야기도 술술 꽃을 피우는데 벌써 신동재 아카시축제는 끝났다. 돌고 도는 그늘진 아카시 길을 고불고불 따라 나서면 다슬기껍데기 같은 길 따라 돈다. 나도 따라 돈다. 세상이 돈다.

 그래도 술은 술술 잘 넘어간다. 󰃁

(푸른 숲/20100-20130523.)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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