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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48.작심삼일

신작수필

48. 작심삼일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세상을 살면서 술로 인한 망신살이 어디 한 두 번이겠는가? 망신살! 이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나라고 술로 인한 망신살이 없을 수 있었겠는가? 그러고 나면 부끄럽고 미안하고, 내자로부터 핀잔을 듣는다. 술 마시고 난 이튿날에 해장국을 끓여 주는 심정에 감사할 뿐이다. 여태까지 해장국 끓여 주어서 고맙다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아예 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정말 미련한 사람이다.

 지난 날 나의 술로 인한 망신살 이야기다. 내가 1974년 4월 20일에 결혼하고 나서 술로 인한 망신은 그야말로 지나고 나니 참 많이도 저지르고 말았다. 첫 부임지에서는 그렇게 기억나게 망신을 한 경우가 생각나지 않는다. 두 번째 근무 학교에 가서는 몇 번으로 기억나기도 한다.

 첫 번째로, 아마도 1976년 여름이었다. 한 해 교대선배를 포항에서 만나서 내자는 집으로 먼저 보내고 선배가 친구 집을 찾는다고 장기(長鬐)로 가서 술을 너무나 많이 마셨다. 그것도 비 오는 날에 방향도 모르고, 집도 못 찾았다.

 밤새도록 비바람을 맞아 가면서 집 찾다가 우산도 버리고 맨 몸으로 그 여름에 팬티와 바지 하나, 러닝셔츠에 소매 짧은 윗저고리만 걸치고 비를 맞아 가면서 비틀거리며 4Km를 걸어가서 아무관련도 없는 그곳 바닷가 할머니 집에서 잤다. 새벽 6시 첫 차를 타고 구룡포 선배 집에 들러 헌 옷으로 갈아입었다. 다시 버스 타고 우리 집에 들러 옷 갈아입고 출근 했던 기억이 악몽 중에 악몽으로 아직도 남아 있다.

 두 번째로, 감포(甘浦) 1년 근무 중에 일요일도 빠짐없이 요일 별로 팀이 있어서 용케도 술만 마시고 살았다. 아침에 배를 움켜쥐고 출근하면서 선배 약국에 들러 약 한 알 먹고, 종일 일하고 저녁 일곱 시가 되면 또 술로 이어지는 생활이었다. 새벽 다섯 시에 집에 가는 것을 부지기수로 하였다. 정말 일도 많이 하였는데, 사는 재미도 났는데, 술의 구렁텅이에 매일 젖어 있었다.

 마치 그것이 최고의 경지로 살았으니 이것이 지난날에 대한 후회도 된다. 그렇게 술을 마셔댔다. 휴양 차 오셨던 청송 고향 P선생님(동학년, 6학년 2반)께서 근무 중인 여름방학 8월 초에 돌아가셨다. 그 때 북망산(北邙山)을 처음 알았다. 이것마저도 그저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또 금방 또 잊어버리고 겁 없이 술만 마셨다. 마치 술이 신선이 되는 약인 줄만 알았다.

 세 번째로, 고향 가까이 와서 교사를 하면서 술이라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자리를 지켰으니, 오늘 날 나의 속이 나이 들어도 아직 도 괜찮은 것은 모두가 낳아 주신 부모님 은덕이라고 생각해야 하겠다.

 한 살 아래인 조카와 술을 마셨는데 나는 괜찮았는데 조카는 추석 전날 같이 마시고 추석날 아침에도 일어나지를 못해 질부한테 조금 민망하기도 하였던 적이 있다. 이 모두가 술로 인한 망신살이다.

 네 번째로, 내가 시골에서 8년 동안 교사 생활하였고, 결혼생활 7년하고 도시로 왔다. 시골에서 배운 술 실력(?)으로 술에 대한 내성이 단단히 박히고 말았다. 토요일만 되면 대취하고 마는 것이다.

 동료들과 술을 같이 먹으면서 주는 대로 다 받아먹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 찬 공기에서는 괜찮다가 집에 들어와서 더운 공기만 마시면 오버를 하고 만 것이다. 그러면 입었던 옷은 모두 버리고, 바닥까지 버리니 내자가 참 고생을 여러 번 하였다. 이것이 망신살이다.

 다섯 번째로, 퇴직을 하고 알게 모르게 스스로 자아도취에서 원망과 한스러움을 다 털지 못 했는지, 술을 많이 먹으면 체력도 떨어지고 대취하곤 했다. 특히 이웃사람들과도 모임에 갔다가 옛날에는 이겼는데, 이제는 술에 약해졌는지 대취하고, 실수도 하고 말았다.

 이제 이만큼 망신했으면 되었지 이제는 주의하자. 주의하자. 그래 요즘은 되도록이면 석 잔에 끝을 내려고 한다. 주위사람들 때문에(사실은 변명)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 작심삼일(作心三日). 󰃁

(푸른 숲/20100-20130519.)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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