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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47.술에 대한 변명

신작수필

47. 술에 대한 변명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여태껏 술 마셔 온 것을, 정말 잘못 되어 온 나의 과거를 뒤돌아보려는 것이다.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은 술로서 술을 이어 가는 잘못된 습관을 저절로 만들어가고 있었던 잘못된 습관 때문이었다.

 술!

 술은 처음에 마실 때는 기분이 좋다가, 조금 더 마시면 나쁜 습관이 몸에 밴 습관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나쁜 습관은 술 마시는 부류들 사이에서 잘 나타난다.

 동료끼리는,

첫째, 술을 마시면 어찌 그리 나쁜 것 마시는데 좋아 할 수가 있을까? 그때 심리는 스스로도 자제를 못하고, 부류들의 술 마시는 모양을 보고 즐거워하게 된다. 이는 분명히 잘못 되었는데도 그 모양새를 보고 즐거워하며 술을 더욱 퍼 마시게 만드는 데에 일조를 하고 있는 나를 보고도 스스로 놀라고 만다.

둘째, 술은 어디에서 공짜로 나오는 것이 절대 아님에도 술만 마시면 자꾸 권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본시 술을 못 마셨는데 어찌하여 시골 에서 교사를 시작하면서 술을 배워, 술을 즐기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술을 마시려고 하지 않는대 술 마시는 사람들이 나를 그냥 두지 않기에 술을 마시게 되고 만다. 이게 변명인가 아닌가?

굳이 내자는 나에게 덮어씌운다. 자기가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시지, 싫어 해봐라 마시겠는가고 말한다. 이것도 아닌데, 분명히 아닌데.

 손님이나 친구나 술꾼들이 다 모여서 이야기하고 떠들고 놀며 시간 보내는 것, 아니 허송세월(?)을 좋아하게 된 것 뿐이다. 이제 답이 나왔다. 바로 놀기 좋아하고, 허송세월을 보낸 것이 나쁜 짓이다.

 남자로 태어나서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완성하려고 노력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할 텐데 그저 만나기만 하면 술부터 내어라하고, 술을 마시고나면 떠들면서 허세를 부리고, 술에 취하고, 술이 취하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건강은 건강대로 버리고, 흘러가는 시간만 만들 뿐이었다. 이제껏 나의 술 먹는 나쁜 생활습관이었다.

 내 인생 서른에서 예순 사이에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셨겠는가? 지나고 보니 모두가 흘러가는 “구름 술”이었을 뿐이다. 지금에야 그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이 나쁜 술버릇을 빨리 고치자. 고치는 것이 이득이다.

 두 사람만 만나 앉으면 술상이 나오고, 술을 마시게 되었으니 그 속인들 편할 수가 있었겠는가? 요행히도 내 속은 타고난 것인지 그렇게 평생 술을 마시고도, 나쁜 습관을 만들고서도 아직 속은 아무 탈이 없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예순하고도 중간을 넘어 가는데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술 마시는 나쁜 버릇은 무슨 툭 불거진 나쁜 버릇이 아니고, 평소에 둘 이상만 만나서 앉으면 술상을 좋아하였기 때문이다. 술상을 차린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책임이 있기도 하다. 술상을 안 차려주면 되었을 텐데 그것이 안 되었다. 술상을 차려 주면 얼씨구나 하고 차려 주는 술집(?)이 허다히 있었기에 말이다. 아, 이것도 나의 변명이네. 그러면 한번 따져 보자.

 백형 집에 들렀을 때는 백형이 술을 못하는 이유도 있었고, 큰 형수는 술상이 아예 없었다. 중형 집에는 둘째 형수는 꼭 술상을 차려 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곳바리(새끼상어)를 사다가 회를 만들어서 함께 술을 내어 주었다. 숙형 집에는 간혹 조카사위들이 왔으면 술상을 차려 내 왔다. 계형 집에서도 행사 때마다 술상이 차려져 나왔다.

 큰 누이 집에 가면 매형이 술을 안 잡숫는데도 술상이 차려져 나왔고, 둘째 누이 집에는 매형이 술상을 안고 살았다. 나는 당시 어려서 술을 먹지 못하였고, 셋째 누이 집에 가면 매형이 완전 술꾼이었다. 밥은 안 잡숴도 술은 마셨다. 이런 관계로 저절로 술상이 마련되었다. 넷째 누이 집에도 매형이 술을 잘 드셨다. 들리기만 하면 술상이 나왔다.

 개인생활로, 업무가 끝나면 매일 직원들과 술자리로 1, 2차는 물론이고 잘 나가는 날에는 새벽까지 퍼 마시시게 되는 술꾼이 저절로 되어 갔다.

 집에서는 장인을 31년 모시고 사는 동안 병원생활 5년을 빼고 26년간 술상이 먼저 차려졌다. 장인은 식사시간에도 1, 3, 5, 7, 9 잔으로 잡수는 것을 즐기시었다.

 퇴직하고 이웃사람들 하고 만나 저녁을 먹어도 먼저 술상이 차려져 나오고, 식사 전에 술부터 연속으로 잔을 부딪치고 그리고 마시고, 또 마시고 밥을 먹게 된다.

 이제는 술 마시던 사람이 술잔을 안 받으려면 무슨 병이 났느냐고 확인까지 하면서 술을 먹이고, 기어이 따라서 준다. 이렇게 평생을 살아 왔는데 술을 안 먹으면 병이 든 사람으로 치고, 사람을 억지로 술을 먹게 하는 사회도 또 문제가 아닌가.

 모든 것은 나의 몸이 알고 느낀다. 이제부터는 몸이 술을 그만 줄이든가, 아예 먹지 말란다. 이제는 조금 과하면 확실히 속이 거북하다. 그런데 지금껏 그렇게 퍼 마시다가 술을 딱 끊어 버리면, 정말 좋겠다.

첫째는 돈이 안 들어가서 좋다.

둘째는 속이 편안해서 좋다.

셋째는 술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 좋다.

 왜, 자꾸 술잔을 받게 되는가? 술을 권하는 지인들이 밉다. 아니 내가 안 먹으면 된다. 무어라 해도 내가 안 먹으면 된다. 정말 내가 안 먹을 수가 있을까? 안 먹고 배길 수가 있겠는가? 벌써 이런 생각부터 나쁜 술버릇이 사고(思考)로 끊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술은 술로서 술술 잘 넘어 가니 아니 먹고 어찌하랴. 한 잔은 주당(酒黨)이요, 두 잔은 주선(酒仙)이라 마시고 마시는 것이다. 󰃁

(푸른 숲/20100-20130518.)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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