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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50.술의 정도

신작수필

50. 술의 정도(正道)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술! 술은 결코 많이 마시면 손해다. 돈을 쓰서라도 손해요, 많이 마시면 건강부터 손해다. 이 또한 많이 마셔서 대취하면 실수하여서 망신이다. 술이란 술로서 술술 마시게 된다. 또 많이 마신 다음 그 뒤가 문제다. 술로서 술이 문제니, 술을 그만 마실까 하는 것이 술이다.

 평생 술을 좋아한 것이 대화의 매개체로서 마셨을 뿐이다. 이제까지 마신 술을 모두 한 곳에 모아보면 얼마나 될까? 흔히 시골에서 술 마신 어르신들이 말씀 하시기를 아마도 논 서마지기에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일 것이라고 한다. 사실 내가 마신 술의 양을 잴 수 없지만 아마도 내가 헤엄을 못 쳐 술에 빠져 죽고 말 정도로 그 양이 많을 것으로 추정해 본다.

 나는 여러 사람들과 만나면서 술을 마시게 되고나서 부터 나도 스스로 놀라고 만다.

“아니, 그런 체구(163cm, 58kg, 얼굴도 비교적 좁다.)에 어디 그렇게 술이 많이 들어갑니까?”

하는 말에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스스로 술을 많이 마신다고 생각한다. 사실 술을 이기지도 못한다.

 평생에 술을 가장 많이 먹어 본 것은 1980년대 중반에 모 교수와 함께 초저녁 8시 술집에 들러 새벽 1시 사이에 두 사람이 파란색 소주병 14개를 내어 놓으니 술집 사장이 놀라고 만다. 1명이 7병을 마셨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조금 어지러웠다. 조금 지나니 겨우 방향 구분이 되었다. 또 한 번은 매 같은 교수분과 둘이서 사 홉들이 설중매 12병을 먹었다. 그 많은 술을 먹고도 집을 찾아오는 것이 참 용하다.

 세상에 남자로 도시에 살면서 사회 주변에 보이는 것은 술집이요, 하는 일마다 스트레스니 어떻게 하면 술을 먹지 아니하고 살아 갈 수가 있을까? 이 사회가 술 권하는 사회이며, 사회를 이기려고 술을 배웠다. 나라도 술을 마셔 공장에서 만든 술병을 줄이려고 마신다. 마시고 또 마셔도 아무리 마셔도 그 술병은 줄어들지를 않는다.

내자는 흔히 쉽게 말한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된다!”

 그 말이 정답이다. 이제 남자로서 술을 마시지 말자. 자기 마음속으로 언약을 해 놓고 살아간다. 어디 그것이 쉽게 지켜지겠는가? 겨우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사나이 맹세 개맹세가 되고 만다. 내가 마시지 않으려고 자의식을 가지고 있어도 그 자의식은 곧 무너지고 만다. 바로 이유가 있다. 사람이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나 이외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남에게 폐를 끼친 적도 덕을 보인 적도 있겠지만, 사람은 만나면 차라도 한 잔 마셔야 한다. 그런데 흔한 술집이 준비되어 있는 술 권하는 사회에 살면서 오랜만에 만나 찻집으로는 아직 가자는 말보다 술집으로 가자는 말이 쉽게 나오고 만다. 자연히 술집으로 들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변명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아니한가?

 흔히 ‘어, 만났으니 술 한 잔 할까?’라는 대화가 남자들로서는 저절로 나오게 되는 말일 것이다. 내남없이 그냥 무어라 할 것인가? 더우면 더운 데로 시원한 맥주집이 있을 것이고, 추우면 추운대로 단골 선술집이 있게 마련이다. 본래 우리 민족이 만나면 술 먹고 놀기를 좋아 하는 것인데 어쩜 내만 안 그러고 살 수가 있을 것인가?

 이제 나이가 육십년하고도 반을 넘어가려고 하는 마당에 어찌 그렇게 내만 맑게 살 것인가? 필요하면 한 잔의 술도 마실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기분이 좋으면 대취도 하는 것이 사람일진대 너무 그렇게 어렵게만 살지 말자. 사람은 술을 마실 때 행복하다. 많이 마시지 않으면 더욱 좋다. 모든 것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적당히만 하면 되는 그것이 정도를 넘으니 이론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술에 대하여서도 해탈을 하였으니 적당히 마시고, 적당히 취하고 적당한 거리를 두자는 것이다. 그것이 술 마시는 정도(正道)가 아닐까? 󰃁

(푸른 숲/20100-20130521. 부부의 날, 소만)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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