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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51.술과 인생

신작수필

51. 술과 인생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어렸을 때 배고파서 멍석에 늘어 둔 술 찌게미를 아침부터 주워 먹고 초등학교에 갔다가 술이 취하여 혼난 적이 있다. 세상을 살면서 술을 아예 못 먹어본 남자는 모르겠지만, 술을 배워 술을 마셔 본 사람이라면 술이라도 한 잔하고 살았던 것이 행복하지 아니 하였을까?

 유명한 말에‘결혼을 해라. 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지마라. 그래도 후회할 것이다.’와 마찬가지로 술을 마셔라. 그러면 후회할 것이다. 술을 마시지 마라. 그래도 후회할 것이다. 그러면 차라리 술을 마시고 후회할지라도 술 마시고 후회하라고 권하고 싶다.

 술 한 잔 못 먹어 보고, 술 한 잔 사본 적이 없다면 그 인생도 삭막한 인생일 뿐이다. 인생이 무엇인가?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 기호식품으로 술이라는 것이 있다. 어떻게 보면 술을 싫어하는 사람을 제외하고서는 거개가 남자라면 술이 인생에 따라붙는 희한한 음식이기도 하다.

 술로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술로서 패가망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술이란 매개체로서 잘만 이용하면 안 되는 일도 해결이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물론 되는 일도 술로서 망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생활 속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개체일 뿐이다.

 술은 적당히만 마시면 보약이요, 그 정도를 넘으면 넘는 만큼 피해를 보는 것이 술이다. 술은 거리를 두고 적당히 사귀는 것이다. 옛날 선비는 술로서 적당히 농을 하고, 그 농에서 그 사람 됨됨이의 높낮이가 결정되기도 하였다.

 술이란 그 격을 높이면 높이는 만큼 고고해 지기도 한다. 그 격이 높아지면 사람이 숭상을 받고, 그 학식을 보이고, 고매해지는 약이 된다. 그러나 그 격의 조절이 정말 어렵다. 잘못하면 격은커녕 천박해지고, 낮게 보게 되는 것이다.

 술을 사랑하되, 멀리도 너무 가까이도, 높이자고 너무 높이지도 말고, 없애자고 너무 천박하지도 말아야 술과의 적당한 관계가 이루어진다. 내가 술을 두려워하면 가까이 오고, 너무 가까이 하면 천박해 지니 이 또한 셋(ㅅ+ㅜ+ㄹ)을 적당히 섞어야 글자도 이루어진다.

 인생에 술이 없으면, 달 없는 밤이요, 대화 없는 애인의 만남이라. 어찌 달을 찾지 않으며, 대화를 논하지 않으려 하는가? 인생에 묘미를 술에서만 찾지 않으려 하나, 그 또한 너무 편협 되지 말아야 한다. 그저 적당히 술을 즐기고, 술로서 술을 잇지 아니하면 술이 술로서 끊어지고 맑은 정신이 찾아온다. 찾아온 정신은 온당히 술을 즐기지 말고, 적당히 즐기면 술이 아주 좋아하게 된다. 밀고 당기고 그저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시골에서 어머니가 ‘내 캉 살자! 내 캉 살자!’하는 식초를 두고도 그 정성이 필요한데 하물며 인간으로서 인생을 사는데 그 중요한 매개체인 술을 모르고 살 수가 있을 것인가?

 술 마시는 자가 아편장이가 아닐진대 습관성 술을 마신다기에 처음에는 놀랐다. 요즘 세태에 남자가 술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그 부인이 정신병원에 아예 집어넣어 버린다. 어찌 할 것인가? 꼼짝 못하고 술병으로 아니 술 습관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말 것인가? 그러면 큰일이다. 술을 마시되 적당히 정신적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너무 육체적으로 즐기다 보면 몸이 망가진다. 스스로 영어의 몸이 될 것이다. 두렵지 아니한가? 영어로 몸이 구속이 된다는 것은 두려운 것이다. 자기 몸, 자기 인생은 자기가 다스려야 하지 아니한가? 조그만 독한 액체, 그 술 때문에 스스로 영어가 될 수는 없지 아니 한가? 물론 술 마시는 모든 사람이 정신 차릴 일이다.

 집집마다 남정네들이 술로 인해서 인생을 망치고 있다. 아니 술 권하는 사회가 되어서 그렇게 망해 가는 것을 모르고 스스로 빠지고 만다. 빨리 헤어나야 한다. 세 잔 먹을 것, 한 잔 마시고, 한 잔 먹을 것, 아예 먹지 말고 살 것이다. 그 독한 알코올을 뱃속에다 집어 삼켜서 기어이 탈내고 정신을 갉아 먹고 집안을 흩으러 놓고 만다. 정말 안 될 일이다. 모두가 정신 차리자.

 내 인생은 내가 조절한다. 내 인생에 무언가 뛰어 들어서 가정을 파탄 시키면 쫓아내어 버려야 한다. 이제는 격조 높은 삶을 위하여 알코올을 조절하자. 내 인생을 위하여 말이다.󰃁

(푸른 숲/20100-20130522.)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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