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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44.하롱베이 선상에서

신작수필

44. 하롱(下龍)베이 선상에서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2007년 1월 20일부터 24일까지 3박 5일간 베트남 하노이, 닌빈, 땀꼽, 하롱베이를 다녀오게 되었다. 본래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너무 더울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막상 입국하고 보니 오히려 추웠다.

 대구에서 외국 여행하려면 인천공항까지 리무진 버스를 타고 장장 4시간 반을 가서 인천공항 3층에 내렸다. 여행사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우리가 빨리 왔던 모양이다.

 여행사 팻말이 내 걸리고, 우리도 다가갔다. 티켓을 받고 짐을 부치고 면세점에서 시간을 보냈다. 19:25 비행기로 하늘로 이륙하였다. 약 5시간 밤하늘을 찢고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 도착하였다. 하노이공항에 비는 내리고, 한 나라의 수도(首都)공항인데도 전깃불이 아주 적어 하늘에서 내려다 본 밤 공항이 너무 어두웠고, 쓸쓸했다. 출구로 가는데도 너무 컴컴하였다. 전기 사정이 매우 안 좋았다.

 공항 내에 도착하여 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려도 우리 짐이 없었다. 20여 분이 지나도 우리 짐이 없어서 돌아 나오는 사람에게 여쭤 보니 이곳 말고 반대편에 가 보라는 것이었다. 반대편 벨트 위에서는 대구일행 네 사람 짐만 계속 돌아다녔다. 아무런 안내 표시도 없고 그냥 기다리다 낭패를 볼 뻔하였다.

 짐을 찾아 나오니 피켓을 든 현지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렸다. 현지 가이드 말로 총17명인데, 아직도 2명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대한항공을 타고 갔는데, 2명은 아시아나로 오고 있었다. 본래 호치민시(=사이곤)로 가려다가 갑자기 바뀌어 하노이로 오는 2명 때문에 더 기다려야 한단다. 30여 분이 지난 밤 11시에 겨우 17명 모두가 도착하여 함께 만났다.

 준비된 버스에 올라 하노이 낌렛(GIMLET)호텔에 숙박하였다. 늦은 밤 도착하여 어디가 어디인지, 가이드 말에 따라 LG교(우리나라 대기업에서 놓아 준 다리)를 지나 온 것만 생각이 난다. 어째 오는 순간부터 미스터리다. 이번 여행 팀에 남자는 우리 팀 3명과 늦게 도착한 남자 1명 등 4명이고, 초중학생 3명, 나머지 10명은 모두 여성이었다.

 호텔 시설은 그런대로 좋았다. 호텔 투숙과 동시에 여권을 모두 거두어갔기 때문에 밤에 나가 볼 수도 없었다. 피곤하여 준비한 한국 소주와 마른안주로 한 잔씩하고 잠이 들었다.

조식 후 닌빈으로 떠나야 했다. 닌빈에는 삼판 배(노 젓는 대나무 조각 배)를 타야 한다. 베트남에는 전쟁으로 미망인이 많았다. 국가에서 관광수입으로 먹고 살도록 만들어 준 시스템이라고 한다. 막상 삼판 배를 타는데, 한 배에 2명씩을 타도 가냘픈 베트남 여인은 외국인 키 큰 사람이 타면 노 젓기가 매우 힘들었다.

 점심을 먹기 위하여 땀꼽으로 갔다. 식당에는 여느 식당처럼 준비를 사전에 세팅하여 두었다. 우리 17명과 기사, 현지가이드가 함께 들어갔는데 이상한 것은 젊은 청년 한 사람이 술을 한 병 사달라는 것이었다. 아무도 안사기에 내가 손짓을 하고 얼마냐고 물으니 10달러라고 하였다. 10달러를 주고 우리 일행 모두(아이들 제외)에게 한 잔씩 나누어 주라고 하니까 이 사람이 술병을 가지고 제법 묘기를 부리며 술잔을 돌려서 점심시간을 땀꼽에서 묘기로 채웠다.

 식후 하롱베이로 향했다. 관광버스 기사가 시속 50km만 달린다. 거리는 160km정도인데 우리나라면 고속으로는 한 시간 반이면 될 터인데 이곳에서는 법대로 천천히 달린다. 3시간하고도 더 걸린다. 가이드말로 속도를 위반하면 1차 경고, 2차 벌금, 3차는 감옥이라고 했다.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고, 일정을 채우기 위한 시간보내기 작전으로 보였다. 그러나 천천히 가도 바깥 풍경을 감상하면서, 안전하게 운행 하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는 괜찮았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삼겹살로 저녁을 먹고, 나오는 길에 자연 진주를 목걸이로 팔고 있어서 샀다. 우리 돈 일만 원으로 살수가 있었다. 꽁도앙(CONGDAN)호텔에 투숙하였다.

 하롱(下龍)베이는 용이 하늘에서 내려 왔다는 지명이다. 룸이 정해지고 저녁에도 여권을 모조리 회수하여 가 버벼서 바깥출입이 안 되었다. 호텔 룸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에 맥주 집이 있었다. 큰 소리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들고나고 하는데 밤새도록 음악을 틀어 두어서 호텔에서도 다 들리고 만다. 그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피곤하니 지쳐서 잠이 들고 말았다.

 외국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세수하고, 호텔 둘레를 둘러보았다. 호텔 바로 앞이 바닷가이고, 저 멀리 선착장이 보이고 길마다 일찍 청소를 하여 매우 깨끗하였다. 단지 도로에는 아스팔트만 되어 있었다. 도로가를 정비하지 않아 간밤에 비가 와서 진흙탕이 되어 있었다.

 또한 재미있는 것으로 베트남은 오토바이 천국이다. 일본 혼다라는 회사에서 섬끼리 다리도 놓아주고, 아스팔트를 해주었는데 도로정비는 국내 돈이 없어서 못했다고 한다. 일본은 오토바이를 팔기 위해서 아스팔트만 깔아 준 것뿐이다.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고 선착장으로 갔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선착장에 목선(木船) 배가 일백 여척이 있었다. 우리는 정해진 배를 탔다. 같이 간 고등학교 G선생은 높은 곳에 올라서서 고함을 냅다 지르고 만다.

“적들이 온다! 병사들이여 나를 따르라!”

“하하하. 이순신장군님이 납셨네.”

 마치 임진왜란이 일어난 바다 같았기에 저절로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였다, 우리 배만 출항하는 것이 아니라 100여 척의 목선이 일제히 출발하니 이 장면(바다 위에 목선이 떠있는 전장 터?)만 보아도 과히 하롱베이는 장관이었다.

 조금 있으니 베트남 아가씨들이 우리가 탄 배 밑에서 나와 기념품을 사라고 한다. 나는 티셔츠를 샀다. 자연 진주도 꿰어 판다. 점심 준비로 베트남 다금바리 회를 주문 받았다. 1인 3만원, 1탁자에 12만원이라고 한다. 현지 가이드(한국외국어대학교 출신, 부산 고향 아가씨)가 눈물까지 흘리면서 죽을상으로 당부하였다. 명색이 우리나라 학부를 나온 여성이 외국에서 이런 일까지를 하다니? 우리 탁자부터 12만원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다른 탁자에서도 우리처럼 따라 했다.

 3,000여 개의 석회암 섬의 장관을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황홀(恍惚), 그 황홀이었다. 조개류가 나왔다. 술은 공짜로 주었다. 마침내 회가 나왔지만 회는 아무도 손도 안 대고 조개안주로 술만 마셨다. 희한한 곳이다. 본래 베트남 사람들은 회를 안 먹는다고 한다. 회를 만드는 흉내는 내었는데 우리에게는 영 맞지를 아니 하였다. 끝까지 회는 아무도 손도 대지 아니하였다. 조개와 랍스타, 새우 등으로 안주로만 하였다.

 통킹만 깊숙이 석회암으로 빚은 신의 섬들이 모인 하롱베이 신비의 섬에서 거울같이 맑은 물위에 말이 공짜이지 제 돈 다 치인 베트남 술을 마시며, 조개안주에 한국 관광객들 모두 흥분에 휩싸인다.

 술이 한잔 들어가자 일행인 고등학교 G선생님은 선상에 올라 오솔레미아 한 소절을 열창한다. 지나가는 맞은 편 목선 위에서도 관광객인 듯 박수를 쳐 준다. 󰃁

(푸른 숲/20100-20130515. 제32회 스승의 날에)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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