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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41.베이징 로드주점

신작수필

41. 베이징(北京) 로드주점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외국출장에서 무사히 마치고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하여 입국하려는데 비행기 일정상 베이징을 꼭 거쳐야만 했다. 베이징공항에 여행사 가이드와 기사가 나와 있었다. 가이드는 역시 옌벤(延邊) 출신으로 아가씨이었다. 대학에서 사범계 일본어 전공 조선족 여학생이었다.

 흐릿한 날씨로 옌벤에서 베이징까지 두 시간 동안 살포시 잠들었다가 베이징공항에 내리니 밤은 역시 싸늘하고 우리 몸에 추위를 느꼈다. 나는 당시 베이징을 세 번째 오는 곳이었다.

 먼저 도착하자말자 가이드를 만났고, 차를 타고 시내 중심가에 들러 공식행사 없이 조금은 편안히 저녁을 먹었다. 물론 베이징에 와서도 조선족이 하는 식당에서 한국 TV가 나오니 외국의 기분이 안 났다. 오늘과 내일 우리 일행을 안내 해 주는 정도이지만 가이드도 조선족이라서 우리말로 대화하니 막힘이 없었다. 단지 시차는 중국이 우리보다 한 시간만 늦어서 별 시차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시 연락을 하였다. 정상으로 되었다면 밤 9시에 막내 종처남을 만날 수가 있었을 터인데 운영하다보니 자꾸 시간이 지체 되었다. 시간이 늦어도 21세기 호텔 입구에서 기다린다는 약조를 받고 우리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 한식(韓食)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차를 타고 “21세기 호텔”로 향하였다.

 21세기 호텔 앞에서 종처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 차종인 현대 소나타 N시리즈 흑색 차에 기사까지 대동하고 있었다.

 먼저 21세기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19층 룸을 배정 받고 보니 학장은 옌벤에서 술을 과하게 마신 모양이었다. 기획처장이 “정로환”을 준비하여 왔기에 드렸다. 종처남을 만나러 내려가야 했다. 시간이 벌써 11시가 넘어 가고 있었다. 혼자 만나기도 그렇고 해서 동행한 기획처장과 함께 내려가기로 하였다. 19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데도 그 시간이 정말 무척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오래 기다렸지!”

“그냥 여기서 졸았어요.”

 나는 친 처남이 없다. 중국에 종처남이 6명, 한국이 2명, 미국에 2명 등 모두 10명이나 있는 데 친 처남이 하나도 없었다. 중국에 들러서 얼굴이라도 보았으면 했는데 그 바쁜 틈바구니에서도 나를 만나려고 종일 일하고 졸면서까지 기다려 주었다.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어디로 갈까?”

“지금, 베이징에서 시간이 늦었습니다. 가까운 로드(Road)주점으로 가시면 어떨까요?”

막내 종처남도 역시 길림성에서 태어나서 말이 조선족이지 중국 사람이다. 그러나 우리말도 잘하고 중국어도 잘하니 때에 따라 안성맞춤이다. 사업상 한국을 자주 찾은 것도 있고, 사업에 안목이 있었다.

“로드주점? 베이징에도 그런 곳이 있나?”

“예.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매형이 1997년에 올 때하고는 많이 달라졌지요. 모두가 서울사람들 운영하는 것 보고 배운 것이겠지요?”

“그래. 여기서 멀어?”

“바로 이 호텔 맞은편이에요.”

 호텔 길 건너 맥주집이 도로 가에 있었다. 물론 안쪽으로도 룸이 있지만, 시가지가 보이는 밤 풍경을 안주 삼아 로드주점에서도 술을 마시면 또 다른 느낌이었다.

“무슨 술을 마시겠습니까?”

“칭다오(靑道) 맥주 있지?”

“그럼요. 칭다오맥주를 한 번 시켜 보겠습니다.”

 사실 나는 중국에서 훈춘(琿春)맥주도, 옌벤의 빙천(氷川)맥주도 마셔보았지만 칭다오맥주는 아직 맛을 보지 못하였다. 베이징에서 칭다오맥주를 마시기로 결정하였다. 안주는 과일안주를 내었다.

 훈춘맥주는 약간 싱거웠는데, 칭다오맥주의 술맛은 아주 신선하였다. 그러면서 조금 진한 맛의 여운을 남겼다. 칭다오맥주는 산동성 칭다오에서 1903년에 독일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중국에서 맥주 말고 술은 59도 곡주(穀酒)이었는데 마시고 난 뒤에는 술 냄새가 지독하게 남는다. 곡주라서 이튿날 깰 때는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은 특징이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늦은 시간에 외국에서 종처남을 만나 또 베이징 로드주점에서 술 마시는 기회를 얻어서 귀국했다. 󰃁

(푸른 숲/20100-20130512.)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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