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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39.베이징에서 술 시합

신작수필

39. 베이징(北京)에서 술 시합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중국 센양에만 들렀다가 수도 베이징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미리 약속했던 베이징 비행장에 나오기로 한 종처남이 이미 나와 있었다.

 나에게는 고맙게도 중국에만도 종처남이 여섯 명이나 있었다. 처백부 집에서 아들이 넷이 있었는데, 큰 종처남은 당시에 길림성 길림(吉林)은행 부행장을 하였고, 둘째 종처남은 북경 조양구(朝陽區)에서 대형식당과 무역상을 하였다. 셋째 종처남은 둘째 종처남과 같이 일 하였으며, 넷째 종처남이 독자적으로 식당을 세 군데나 경영하였다. 나머지 두 종처남은 처삼촌 집에 속하는 종처남들이었다.

 오늘 베이징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종처남은 처백부 막내아들인 넷째이었다. 일행이 내려서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가니 마중 나와 있었다. 넷째 종처남은 이미 한국에 여러 곳을 여행하였고, 한 번 한국에 들리면 몇 달씩 활동하다가 귀국한 경험자이었다.

 일행 넷이 나누어 택시를 두 대로 타고 우리가 예약해 둔 “21세기청년회관(일본대사관 남쪽에 있었음.)”으로 향하였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중국 택시기사가 자꾸 중국말로 중얼거렸다.

“종처남! 저 기사가 뭐라 하는가?”

“쓸데없는 소리하는 것이지요. 50위안씩 주기로 하고 택시를 탔는데 외국인이라고 공항에 대기한 택시비를 더 내라는 군요. 자, 갑시다.”

 우리가 탄다고 저네 택시를 공항에서 기다리라고 했나? 저네 택시 말고도 많이도 있었는데 정말 중국이란 곳은 재미있는 나라다.

 호텔에 짐을 풀고, 넷째 종처남의 식당(당시 짓고 있던 한국대사관 동쪽 정문에 이태백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만리장성(萬里長城)을 구경하러 갔다. 전날 센양에서 술을 하도 많이 마셔서 모두가 만리장성을 오르려고 하지 않았다.

 만리장성 입장료가 대단하였다. 내국인 10위안, 외국인은 50위안이었다. 만리장성을 뒤로 배경으로 사진 한 장씩 찍고서는 조선족이 운영하는 찻집에 들러서 모두가 화장실을 갔다 오고, 입에 맞지도 아니하는 차 한 잔씩 마시면서 목각기념품을 한 개씩 사고 내려왔다.

어두움이 내린 저녁에 둘째 종처남이 운영하는 식당에 저녁 먹으러 조양구로 택시를 타고 움직이었다. 둘째 종처남이 운영하는 식당은 “일심주가(一心酒家)”로 대단히 넓었다. 주로 손님들이 외국손님이었다. 얼른 대화를 들으니, 독일 사람도 꾀 있었다.

우리는 특별히 내실로 들어가서 주안상이 나왔다. 조금 있으려니까, 셋째 종처남이 왔다.

“초면에 말 좀 여쭈겠습니다. 한국 여동생 나이가 얼마지요?”

“예, 마흔 일곱입니다.”

“알겠네. 매제! 나는 소띠다. 형님이라 하게”

 갑자기 내자(內子) 나이를 묻고서, 바로 파악하고 형님이라 하였다. 하기는 내자가 나이가 적으니까, 내가 오늘 처음 뵈었지만 처가 촌수로 중국의 종처남이 형님이라고 해야 맞다.

셋째 종처남이 대뜸 술잔을 들이대고, 술내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맞은편에 서 있던 둘째 종처남이 고개를 저으면서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저, 술이 약해서 내기 못합니다!”

라고 하면서 의자에서 일어서 바닥에 굻어 앉아서 처분을 기다렸다.

“액? 매제가 술을 못하다니 용기 있는 사나이가 아니지, 됐어. 그러면 한국에서 온 양반들 술내기 할 사람 없소?”

아니 그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동행한 직원이 질 수 없다는 각오로 나선다.

“매제는 술을 못한다고 선언했으니, 한국 대표로 제가 나갑니다. 합시다.”

“좋소! 사나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백두산(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 함.) 산삼주(山蔘酒) 네 대병이 나왔다. 누구든지 차례로 한 잔씩 하여 먼저 뻗는 사람이 진다고 하였다. 세상에 하필이면 먹는 내기를 하다니.

 사이다 컵에 가득 부어 차례로 들고 있는데,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네 대병을 모두 비우고도 서로가 끄떡없었다. 새로이 한 대병을 가져 왔다. 모두 뻗어 버렸다.

 아마도 술에는 항우장사도 없는 모양이다. 술에 녹아떨어진 사람을 택시에 태우고 호텔로 돌아 왔는데 그만 호텔 앞에 도착하여 택시 속에다가 쏟아 내었다. 오버를 했다. 택시 값 외에 세탁비로 50위안을 더 주고 말았다. 하필이면 나와 같이 숙소에 잠을 자야 하는 직원인지라 뒤 수습이 기가 찼다. 호텔에 들어오자 속에 마신 술이 불을 지르는지라. 샤워를 한다고 옷을 모두 벗어 버리고 샤워 물을 틀다가 그만 나자빠져서 발이 터져 피가 흘러 내렸다. 기가 찼다. 사람이 먹는 내기를 하면 안 된다. 결코 술 먹는 내기로 결과를 볼 수가 없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술 시합으로 둘 다 뻗어버린 한심한 사람들이구나. 둘째 종처남이 특식 안주로 마련한 것이 무화과(無花果)잎으로 녹말을 넣고 안주를 만들어 주어서 그것을 먹었더니만 술이 잘 깼다.

 중국 방문 후 3년 뒤에 들리는 소식으로 술 시합하였던 셋째 종처남이 기어이 지병으로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말았다. 󰃁

(푸른 숲/20100-20130510.)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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