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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38.센양 고급술집

신작수필

38. 센양沈陽 고급술집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낮에 요녕대학 공식 방문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 왔다. 같이 동행하던 요녕일보 김기자가 오늘 우리일행의 마지막 밤이라고 특별히 밤에 초대 하겠다고 하여 수락하였다.

 초저녁에 벌써 호텔 앞에 내려 와서 대기 중에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호텔 주인인 당시 27세 남자 조선족이었다. 우리가 대학에서 왔다니까 인사라도 하겠단다. 호텔사장이 조선족인데 이런 호텔이 무려 세 개나 있다고 한다. 이를 경영하는 사장이 우리를 만나 인사를 한다니 별수 없이 로비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바깥에는 날렵하게 생긴 피아트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경호원이 무려 4명이 차 네 귀퉁이에 서서 기다리고 또 기사가 서 있고, 비서가 먼저 내려와서 문을 열어 주기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아니 6명이 대기하고 우리 일행이 또 대기하고 있었다. 마침내 호리호리한 청년이 나왔다. 우선 나와 먼저 악수를 하고, 김기자가 소개를 하였다.

 우리가 호텔을 이용하여 주어서 반갑다는 이야기와 귀국 시 편안히 돌아가시기를 빈다고 전하였다.

 우리는 중국 센양 최고급 술집을 찾아 간다고 해서 서탑(西塔)거리를 도보로 걸어가고 있었다. 1997년 당시만 하여도 서탑거리는 웬만한 우리나라 도시의 밤거리처럼 만들고 있었다. 정말 중국에서 코리아타운이었다. 당시 서탑 거리 오른편에는 북한 쪽 동포들이 장사를 하고, 왼편에는 우리 남한 쪽 동포들이 장사를 한다고 일러 준다. 특히 밤에는 오른 편 쪽으로는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한다.

 고급술집에 들어가기 전에 또 일러 준다. 절대 팁을 한국 돈으로 오천 원 이상 절대 주지 말라는 것을 당부하였다. 당시 5,000원이 바로 중국 돈으로 50위안이었다.

 센양 밤거리를 걸어서 마침내 도착하였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대형건물 5층으로 밝은 조명과 함께 아담하고 훌륭한 건축물이었다. 먼저 김기자가 앞서 들어가 주인을 찾았다. 우리가 대한민국 대학에서 왔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으니 참 다행이었다. 엘리베이트를 타고 3층 VIP실로 안내 되었다. 중간 홀도 그렇게 넓게 비워 두었고, 문을 열고 룸에 들어가자 대단한 장식과 바닥재가 고급 대리석으로 깔려 있고, 한 눈에 보아도 돈이 많이 먹은 집이었다.

“오늘 대한민국 대학에서 오신 손님들을 위하여 특별히 VIP실을 준비하였습니다. 환영합니다. 제가 금년 한국나이로 55세입니다. 평생 벌어서 이 집을 장만하여 모국(母國)에서 오시는 손님들에게 술대접을 하여 드린다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이렇게 찾아 주셔서 맹 감사드립니다. 오늘 잡숫는 술값은 모두 공짜입니다. 대신 아씨들 한데 팁은 우리가 못주니 알아서들 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즐거운 밤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저는 과부(寡婦)입니다, 남편을 잃은 과부입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그런데 여기 설치된 컴퓨터는 무엇입니까?”

“예. 가라오케 노래방 기기를 설치하면서 미래를 내다보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미리 찾아 저장하여 두면 차례로 나옵니다. 컴퓨터를 못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아가씨들이 도와 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한편은 불편하네요.”

 김기자가 일어서서 고마움을 박수로 환영하자고 하니 손바닥이 떨어져 나가도록 치고 말았다.

“우리들에게 이런 좋은 자리를 내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러면 사장님의 노래 한 곡을 요청합니다. 박수!”

“예. 한 곡은 하겠습니다.”

정말로 고운 목소리로 “아리랑”을 애잔하게 불러 우리까지 숙연하고 말았다.

“감사합니다.”

“오늘 자리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부담갖지 마시고, 잘 놀다 가시기 바랍니다.”

주인 여사장이 나가자말자 쪼르르 아가씨 다섯 명이 쏙 들어 왔다. 어디서 배웠는지 자기소개가 숙달이 되어 있었다.

“저는, 연변(延邊)처자이고, 나이는 21세입니다.”

“저는, 길림(吉林) 출신이고요, 나이는 19세입니다.”

“저는, 목단강(牧丹江) 출신이고요, 나이는 20세입니다.”

“저는, 연변처자고요, 나이는 20세 입니다.”

“저는, 연변처자이고요, 나이는 18세입니다.”

 아니 마치 춘향전에 나오는 기생 점고(點考)도 아니고 천편일률적으로 고향과 나이를 말한다. 누가 물어나 봤나. 그런데 나이는 아마도 속이는 것이다. 상당히 나이 들어 보이는데도 21세를 넘지 않고 있다.

 안주 세팅이 되고, 파트너가 다 정하여졌으니 오늘 한 마디를 하여야 했다.

“오늘 먼 곳 중국, 그 옛날의 만주국 봉천 수도 심양에 와서 고향의 까마귀로 이런 환대를 요녕일보 김기자님이 배려하여 주시고, 조선족 과부 집에서 이런 성찬의 대접을 받고 보니 미안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모두 잔을 들어요! 간빼이(乾杯)!”

“간빼이!”

 내 인사말에 기운도 우렁차게 술과 아가씨를 두고 함께 간빼이를 외쳐 보았다.

 일행 중에 건축사장이 제일 아가씨를 괴롭혔다. 아직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아가씨 치마를 홀라당 벗기고, 대리석 탁자 위에다가 올려 세웠다. 아니 망측하여라! 그 아가씨 내복이 회색인데, 화섬 종류도 좋지 않은 데 얼마나 입었으면 군데군데 기워 입었겠는가?

“I사장님! 속을 다 보았으니까 내복 값이라도 좀 보태 주시구려!”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나머지 아가씨 넷이 한꺼번에 합창을 한다.

“예? 우리도 내복 다 기운 것 입었어요.”

“하하하. 그러면 우리가 내복 값을 모두 내어 주어야 하겠다.”

“그러면 되겠네. 내복 값 받으려거든 치마 벗고, 탁자에 모두 올라 갓!”

“아니, 그 뒷일을 어쩌려고?”

“그래, 그래 올라 가 봐라! 그러면 내복 값 내가 다 주겠다.”

 벌써 I사장이 아직 초저녁인데 술이 과한지 큰 소리를 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교장선생님 댁 식당에서도 대취하여 카메라까지 잃어 버렸는데 오늘은 또 무엇을 잃으려고 그런지 걱정스러웠다.

 벌써 아가씨 다섯 명 모두가 기운 내복을 입고서 탁자 위에 올라 서 있다. 그때였다. 노크 소리 들리고 과부누님이 들어 왔다.

“하하하. 확실히 대한민국에서 오신 분들이 최고로 빠르시군요. 기생점고를 희한하게 합니다. 제가 중간에 들어와서 흥을 깬 모양인데, 괜찮으십니까? 특별히 양주 한 병을 내어 드리려고 왔습니다.”

 그 말이 나오자 술 나온 다는 데 저절로 박수를 쳐댔다.

“예. 고맙습니다. 주신 양주로 한 잔 권하겠습니다.”

“모두 간빼이!”

 그 술집 회관이 떠나가도록 떠들어 대고 말았다. 정말 과부누님은 화끈하였다. 양주 한 잔을 하고 스스로 선구자를 구성지게 뽑아 대고서,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셨다. 일행은 그날도 그만 대취하고 말았다.

 후일담으로 모두 팁을 너무 많이 주었다. 오천 원이라는 팁이 알고 보니 나도 모르게 삼만 원, 직원 오만 원, 동행1은 이만 원, 동행 I사장은 십여만 원이다. 어림잡아 이십 여만 원이 되었다. 당시 중국 일반사원 급료가 이만 원인데, 이렇게 하룻밤 술집에서 팁이 많이 나가다보니 술을 무료로 대접한다 할 것이 아닌가? 󰃁

(푸른 숲/20100-20130509.)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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