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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37.요녕대학 방문후기

신작수필

37. 요녕대학遼寧大學 방문후기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중국에 들어와서 간밤에 술 때문에 오전행사를 모두 잊어버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던 것이다. 오늘은 공식방문 행사로 일찍 일어나야 하는 데도 늦잠을 잤다.

 우리가 유숙한 정창호텔은 조선족이 운영하는 호텔이었다. 늦은 아침 호텔에서 지하식당으로 갔다. 정말 깨끗하였다. 식권을 구입해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1층 로비에서 구해야 했다. 당시 정식 6,000원, 해장국 6,000원 등 거개가 우리나라 서울 음식 값이었다. 대구 사람으로서는 조금 비싼 느낌이 났다. 그래도 속 풀이도 하여야 하겠고, 일일이 취향에 따라 주문도 하였다. 우리도 아침이 늦었는데 한족들도 늦은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었다.

50대 아주머니가 다가 왔다.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예, 우리는 대구에서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에 근무 하시는 분들이 오신다기에 여쭤 보았습니다.”

 아니 이곳 중국 심양에까지 우리가 온 것을 어찌 아는지 의문이 들었다. 다시 대화가 오고 갔다. 사실은 서울에서 호텔에 인척관계로 한국 사람을 위해 서울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음식 값을 서울과 같이 받는다고 하였다. 그것이 비싼 이유였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세계 곳곳에서 산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아침을 늦게 먹고 공식행사를 11시 30분이라 준비를 마치고 요녕일보 김기자가 벌써 로비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된 차로 요녕대학 국제교류학원에 공식방문을 하였다.

원장은 한족이었고, 부원장도 한족이었다. 통역하러 나오신 분이 예순이 훨씬 넘은 체육전공 노교수님이 나오셨다.

“저는 고향이 북한 평양이고, 성이 청주 한(韓)씨라고 합니다.”

“예. 그렇습니까? 청주한씨는 양반이지요.”

“여기 원장님과 부원장님은 모두 제 제자들입니다.”

“그렇습니까? 훌륭한 제자를 두셨습니다.”

 사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한 교수의 소개로부터 무척 가까워져 보였다.

 우리 대학의 현황을 차례로 들려 드리고 통역을 하고, 또 원장님이 말씀하여서, 우리말로 통역해 주어서 개괄적인 것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당시 우리나라 유학생 1명이 있다고 하였다. 그 유학생을 시간상 만나 보지는 못했다.

 공식 방문행사를 마치고 늦은 점심으로 대학 구내식당에 가자는 것이었다. 구내식당의 요리사가 중국 일류요리사라고 귀띔을 해주었고, 우리나라 국무총리는 꼭 들려서 “동북아 경제 포럼”을 개최한다고 들었다. 이 구내식당에서 공식행사를 많이 한다고 하였다.

 구내식당에 들리니 정말 말보다 더 화려하게 꾸며 두었고, 우리 일행이 대학에서 왔다고 하니까 환대하여 주었다. 국무총리가 앉았던 자리를 권하여 내가 앉아 보았다. 황송하고, 고맙고 무어라 대답을 하여야 할지 몰랐다. 문제는 지금부터이었다. 59도 술이 공식 채택되어 상으로 나왔다. 안주 접시가 무척 크고, 그 양이 방대하였다. 둥근 탁자가 좋은 것은 상대편 앞에 있는 음식을 먹고 싶으면 둥근 탁자 안쪽을 돌려서 내 앞으로 가져와 접시에 먹을 만치 들어내면 되는 것이었다.

“간빼이(乾杯)!”

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원장은 홀라당 마시고 나서 우리가 양주 먹고 없다는 표시로 자기 머리 위에 붓는 흉내를 낸다. 이런 잔을 연속으로 마셔대니 아무리 속 좋은 나이지만 참 어려웠다. 어제 배운 대로 잔을 부딪치지 않고, 반만 마시고 아껴 두었다. 이 식당에서 서빙 하는 아가씨가 있는 데 잔을 입에만 대도 계속 나의 잔에다 채워 주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첨잔(添盞)을 자꾸 하는 바람에 정말 미안하였다. 첨잔은 우리 풍습으로 제사에만 하는 데 이곳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 날도 대취하고 말았다. 내가 다른 공식의 행사가 있다는 핑계로 그 식당에서 나오길 잘 하였다.

 교문에 나와서 차를 기다리는 데도 통역을 맡았던 한(韓)교수는 헤어지기 아쉽다면서 귀국 전에 꼭 연락을 주어서 술 한 잔 다시 하자는 고마움의 정리를 표현해 주기까지 하였다.

중국에서 동족을 만나는 것이 처음이지만, 오래 전부터 안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 정말 고마울 뿐이다. 요녕대학을 방문하여서 대취(大醉)하였다. 󰃁

(푸른 숲/20100-20130508.)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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