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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43.오사카행 선상에서

신작수필

43. 오사카(大阪)행 선상에서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2007년 8월 우연찮게 일본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27년 4개월을 근무한 직장의 퇴직을 앞두고 생각의 정리차라고 해도 괜찮겠고, 그래도 값싼 돈으로 4박 5일간 일본으로 선상여행을 가고 싶었던 것이다.

 오사카(大阪), 교토(京都), 나라(奈良) 등으로 다녀오는 코스인데 나는 일본이 처음이었다. 배타는 여행은 시간에 구애됨이 없어서 많은 것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이용하였다.

패키지여행은 전국단위로 모집이 되어서 가게 되므로 전국의 사람을 다 만나 볼 기회이기도 하다. 대구에서는 40여 명이 수합되어 일단 버스로 부산국제선 여객부두에 이르렀다. 우리 앞에 커다란 배, 바로 PANSTAR Dream호(21,535톤) 이었다.

 출항 시간이 다가 오면서 배로 올라갔다. 2007년 8월 14일(화) 무척 덥다. 덥다. 땀이 흐른다. 룸 배정 전에 하도 더워서 팥빙수 세 그릇을 사서 한 그릇으로 두 사람이 함께 먹었다. 어찌 그 시원함을 말로 다 할 것인가? 속이 우선 시원하였다. 입이 달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면세점, 커피숍, 사우나, 가라오케, 게임방 등 마음먹고 즐기려면 얼마든지 즐길 거리가 많이 있다.

 짐을 들고 배정된 호실을 찾았다. 땀이 비 오듯 한다. 해외여행이라는 들뜬 기분으로 짐을 넣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잠을 자는 곳은 지하1층, 그곳에서 단숨에 3층까지 올라가니 부산 연안부두의 둘레는 깜빡이는 조명이 현란하다. 마치 우리가 여행을 떠난다니까 배웅이라도 해 주듯 안부로 깜빡이는 듯하다.

 일정이 4박 5일이지만, 일본상륙 체류는 3일뿐인 셈이다. 오사카 남항에 도착하면, 입국 수속과 함께 교토(京都, 33간당, 아사카 신사, 청수사, 일본정통수공예품, 니죠 성, 기온코너 전통연극 관람)를 거처 나라(奈良, 금각사, 耳총, 니시진 직물회관, 동대사, 일본가옥, 나라공원, 도톰보리, 신사이바시, 오사카나이트 체험, 오코노 미야키 피자시식)를 경유하여 오사카(大阪, 구로몬 시장, 면세점 쇼핑, 오사카 동양도자기박물관, 회전초밥)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물론 보는 것도 중요 하지만 밤에 시모노세키(河關)를 거쳐 야마구찌, 히로시마, 오카야마, 코오베까지 가는 내해(內海)의 밤 풍경은 한편의 파노라마이었다.

 앞으로 나타날 일본여행 여름밤의 내해를 헤매는 것도 즐길만한 여름의 최고 여행선물이었다. 대형 선박이라도 못내 콩콩 두드리는 기관의 음률을 느끼며, 마치 자장가로 들리는 듯 하면서 선상 밤바람을 쐬러 3층에 올랐다. 밤하늘은 그저 우리나라에서 조금 움직여 왔을 뿐이다. 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그 위치에 늘려, 뻗치어 있다.

 이런 무슨 냄새야! 정말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술꾼들에게는 이 냄새로 인하여 술이 곧 입 속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선상 3층에서 내려다보니 1층 로비 쪽에다가 하나, 둘, 셋 탁자를 내어다가 불을 피우고 부산 “꼼장어”를 은박지 위에다 놓고 굽고 있지를 아니한가? 그 냄새가 술꾼에게는 그렇게 구수하고 고소함 냄새로 코를 자극하니 어찌 술꾼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L선생! 한잔 어때요? 꼼장어 마아 구웁시다. 이 냄새, 어이 미쳐!”

 같이 일본여행 가는 고교 G선생이 그 시추에이션을 놓칠 리 없다. 나도 술 좋아하는 술꾼인데 이를 어찌 놓칠 수가 있겠는가? 둘이 1층으로 돌아 내려가는데 일행 둘이 더 따라 붙는다. 한잔 합시다. 냄새를 따라 돌아, 돌아 나침내 내려오고야 말았다.

“꼼장어 한 접시에 얼맙니까?”

“예, 4만원입니다.”

“이것 어디 겁니까?”

“부산 겁니다.”

“소주 한 병 하고요?”

“소주 칠천 원입니다.”

 누가 술값을 물어도 안 봤는데 가격을 미리 말해 주니 고마웠다. 소주 한 병이 칠천 원이다. 선상에서 냄새를 맡고서 이런 안주에 소주를 안 마실 수는 없지 않은가? 비싼 만큼 그 맛은 도를 더하지 않겠는가? 짧고 아둔한 생각이지만 겁도 없이 47,000원을 내고 넷이 둘러앉아서 한 잔씩 소주를 붓고, 안주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코를 더욱 자극하고 만다.

“자! 우리 모두 건강을 위하여!”

 그때 바로 안주가 나왔다. 하얀 은박지에 반이나 굽혀져 냄새가 코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은박지를 펴니 새하얀, 알싸한 꼼장어가 살짝 익혀서 보들보들하게 익어서 최고의 안주가 되어 있었다. 배가 달리니 일본 내해 시원한 여름 밤바람을 일으켜 기분 좋은 외국 밤공기를 맡으면서 말이다. 한 잔씩 홀라당 마셔 버리고‘캬∼!’하는 의성어를 내면서 그 맛을 기어이 만끽하고야 만다.

 은박지에 나온 꼼장어는 순간에 사라지고, 또 한 접시를 더 시키고, 소주 또 한 병을 더 시켜도 간에 기별도 안가 넷이 먹는데, 기어이 소주 한 병을 더 시켜 먹고 싶다는 주붕(酒朋)이 있어 누가 말릴 수 있단 말인가. 부어라! 마셔라! 오늘이 그날이다. 술 먹는 날이다.

 일본 오사카 남항을 향하는 내해 여름 바람을 일으키는 선상 위에서 밤하늘의 은하수를 안주 삼고, 달빛을 술 삼아 마시고 또 마셔댔다. 󰃁

(푸른 숲/20100-201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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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붕(酒朋) : 술친구.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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