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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31.준 고급술집

신작수필

31. 준 고급술집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접하여야 할 손님도 많다. 그것도 공적으로 대접할 사람이 생기는가하면, 사적으로 대접할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사적으로 서울 사람과 만나 술자리를 하였다. 평소 특강을 하러 다니는데 이 사람이 서울에 살면서 그곳에 도착하면 차를 몰고 와서 강의 장까지 따라 오는 사이일 정도로 고마운 사람이었다. 대구에 들릴 때에는 반드시 먼저 전화가 오고, 선약을 하지 말고 술 한 잔 하자는 것이었다.

 나도 그런 고마움에 감사하다는 표시는 하여야 했다. 약속시간에 정확히 1분도 어김없이 자기 차를 몰고 도착하였다. 사무실에서 만나 서울 소재 대학들의 돌아가는 이야기(사립대학 입시 홍보, 기타 등등)를 하며, 직접 커피 한 잔을 태우고 이야기를 끌어갔다. 여섯시 반이 되어서야 학교를 나서게 되었다.

“L선생님! 지난 번 특강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무슨, 그저 내 능력껏 지껄여 본 것뿐이지요.”

“아닙니다. 서울경기인천 우리나라 전문대학의 1/3 수인 51개 대학 200여 명이 모인 교무행정하시는 분들에게 들은 이야기기지만 가는 곳마다 선생님의 명강(名講)을 기억하고 있습디다.”

“원 별 말씀을. 어디 오늘 술이 자시고 싶은 모양이지요.”

“안 그래도 대구에 들러 선생님 얘기 듣고 제 사업에 관련도 있고, 참고도 되어서 술 한 잔하였으면 합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디 그럽시다. 술은 대구에 오셨으니, 내가 사야지요.”

 덤으로 아는 한 사람을 만나서 더 태웠다. 저녁 일곱 시가 되면서 교문을 벗어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매일 술자리라서 피하고도 싶었지만, 서울사람 핑계도 되고 기회는 이때다 하면서 준 고급술집으로 가려고 예상은 하였다. 평소에도 2차 발동이 걸리면 가던 술집이었다.

“어디로 갈까요?”

“예, 어디 양주 집 없어요?”

“아니 이런 광역 도회지에 양주 집이 없다니? 양주 집하면 아가씨가 있는데?”

“그러면 더 좋지요.”

이런 큰일이 났다. 아마도 오늘 술값이 낫게 나올 법 하다.

“이왕지사 그러면 갑시다. 대구 최고 1번지로 갑시다. 직진하여 우회전하고, 좌회전하면 바로 보일 겁니다. 찾기가 아주 쉽습니다.”

“예. 그러면 출발합니다. 술 집 이름이 뭡니까?”

“그래 가보면 압니다.”

“출발합니다.”

 우리는 “구이 집”보다 한 급 높은 준 고급술집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도착했다. 주차를 부탁하고,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데 어찌 그리도 손님이 들어가는 것을 알기 쉽게 쿵쿵 소리가 나는지 저절로 ‘우리 왔습니다.’하는 소리 같았다.

아무도 없다. 지하 실내에 불은 희미하게 켜져 있는데 아무도 없었다. 먼저 룸이 아닌 홀 가운데 탁자에 앉아 기다렸다. 방금 우리가 낸 소리처럼 쿵쿵 들리고 주인 마담이 내려 왔다.

“아니, 이 집에는 문도 열어 놓고 아무도 없네. 우리는 이제 일어서서 가야 되겠네.”

“아니, 왜요?”

“왜요는 왜놈 요가 왜요지.”

“하하하. 농담도 자알 하셔!”

“아, 아닌데 우리 농담 아닌데…….”

 우리는 그 예쁘장한 미시의 마담아양에 그만 넘어 가버려서 룸으로 잡혀 들어가고 말았다. 실은 그렇게 들어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룸에는 기다란 탁자가 놓여 있고, 푹신한 소파가 있어서 앉아 놀기에 적합하였다. 바로 준비된 술좌석에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키지도 않은 양주며 맥주가 폭탄주를 기다리고, 부르지도 않은 아가씨가 우리 남자 셋만큼 셋이 우르르 들어와서는 파트너를 골라잡아 라는 것이었다.

 파트너가 정해지자 아주 친한 사이이었듯이 양주에 맥주가 만나 폭탄주가, 핵폭탄이 마구 날아온다. 연거푸 세 잔씩 먹이고서는 아가씨들이 남정네를 제 마음대로 갖고 놀았다. 하하하. 대구에 와서 이렇게 놀고 싶어서, 원정까지도 오게 되는 구나. 어쩔 수 없는 남정네들, 그저 술(양주+맥주)과 아가씨들만 만나면 음양이 딱딱 궁합이 맞아 떨어지니 이런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부어라 마셔라! 그것도 재미가 없어서 바로 가라오케를 세 쌍이 짝을 지어 쌍쌍이 사이키 조명에 따라 돌아가고, 돌아간다. 나도 모르겠다. 언제 보았다고 이렇게 가깝게 껴안고, 키스까지 냅다 퍼 부면서 더 자꾸 대시를 하여 온다 말인가. 준 고급술집에서 말이다. 그 다음은 술이 취하여 나도 모른다. 어느덧 준 고급술집에서 새벽이 오는 소리가 빛으로 알려 준다. 󰃁

(푸른 숲/20100-20130502.)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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