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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33.로테이션 술집

신작수필

33. 로테이션 술집

이 영백

cafe.daum.net/purnsup

 

 나는 이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는데, 오늘 또 술을 먹으러 가게 되었다. 세상 살면서 어쩌누! 사나이 맹세, 개 맹세를 말이다. 하하하. 어려운 세상을 살면서 그래도 술이라도 먹을 돈이 있으면 다행이었다. 이미 시작 했는데 술이라도 먹고 살자.

 그래도 내가 참 다행인 것은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담배 피우던 것을 말하자면 나는 일찍 그러니까 중학교 2학년 때 담배라는 놈과 딱 한 달 동거(同居)를 하였는데, 사실 아무런 재미도 못 느꼈다. 당시 필터 없는 담배 “새마을”이라는 담배를 한 갑에 50원 하던 시절이었다. 하루에 100원씩 딱 두 갑을 피워 물어 보았다. 정말 아무 재미도 없었고, 왜 이런 것을 피우지라고 하는 생각이 들어 일찍 끊어 버렸다. 지금 생각하니 담배를 일찍 배워 보고, 일찍 끊은 것은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축에 드는 한 가지가 되어 버렸다.

 오늘 가려는 술집이 조금 색다르다고 한다. 벌써 술집 이름부터 다르다. 오로라! 오로라(極光, aurora=지구의 양극에 가까운 지방의 공중에 나타나는 매우 아름다운 빛의 현상)가 무엇인가? 이 집 주인이 술 집 중에 이렇게 튀고 싶었던 것일까? 이름 한 번 거창하였다. 여하튼 오늘 색다른 집이라고 하니 한 번 가보는 것이다. 직원들과 함께 들렸다.

 정말 보통 술집과는 달랐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극광인 오로라가 번쩍이고, 우리를 기선제압하려는 것이었다. 정좌를 하였더니, 기본 세팅이 되는 동시에 아가씨 둘이 들어왔다. 아니 우리가 서빙 하는 아가씨를 부르지도 아니하였는데 왜 들어오느냐고 물으니, 그 대답이 걸작이었다.

“우리 집에서는 아가씨들이 한 룸에 오래 머물지 못해요?”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는 시간이 되면, 룸을 자연히 로테이션 하므로 아가씨들이 계속 바뀌어 들어옵니다.”

“아니, 지금 아가씨들이 계속 서빙 하는 것이 우리는 좋은데……. 그 참 아깝다!”

“아니에요, 돌다가, 돌다가 보면 북극성(北極星)은 제자리를 지키지만 곁의 별자리는 돕니다. 걱정 하지 마시고 현재 이 자리에서 사장님들은 술만 드시면 됩니다.”

“어허! 고것 참 요상하다. 아가씨들은 스타네. 누가 이런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그건 우리 사장님이시지요.”

“하기는 아가씨들을 한 룸에 오래 두면 남·여가 유별인데 불이 붙거나 사단이 나기도 하겠지.”

“그래도 우리는 이 방법이 좋아요.”

“그 참! 요상하다. 서빙하다 어디가요?”

“저기 들어오는데요. 벌써 로테이션 시간이거든요. 술 잘 드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오래 있으면 권태 나니까 차라리 잘 된 것이겠지요?”

“아니, 누가 권태 난다고 했어요. 아가씨가 딱 인데, 에라 모르겠다. 새로 들어오는 아기씨와 술이나 마십시다! 건배!”

또 새로 들어 온 아가씨와 권 커니, 잔 커니를 다시 시작하였다. 술을 마시는 우리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는데, 어찌 그리도 정확하게 주인이 로테이션을 시키는지, 사람, 참 야박하게 만드네. 겨우 사귈만하면 로테이션이고, 또 로테이션이고 30분마다, 그 30분이 이곳 오로라에서는 너무 빨리 지나간다.

 사실상 극광은 북극에서 긴 겨울이 반년이나 된다는데 여기 극광에서는 초스피드로 겨우 30분만 구경(?)시켜 주고, 연속 로테이션이 되고 마니 참 아깝다. 아니 아쉽다. 처음 그 아가씨는 언제 볼 수 있으려나! 참, 술꾼이 되면서도 ‘이런 집도 있구나.’를 느꼈다.

 술집 이름에 걸맞게 술은 저네들 돈으로 마시니 서빙은 어디까지나 윤활유지, 기본 가솔린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정말 괜찮다. 그 술집 주인의 경영방식이 괜찮다. 한 잔의 술을 마시면 되는 것이다. 어디 술집 아가씨와 사귀어서 무엇 하려고? 결과적으로 돈만 쓰게 되지. 맞는 말이다. 정말 좋은 술집 경영방식이라고 생각하였다.

 남의 술집장사 하는데 그 경영방식에 빠져 들고 있다니. 우리 술 먹는 룸의 경영방식은 그런 것이 아닌데 말이다. 자꾸 처음 들어 왔던 아가씨 얼굴이 맴맴 도는데, 아직도 아마도 술이 취하고 있는가 보다.

 그래 오늘도 술은 술술 잘 넘어 가고 아가씨들도 곁에 있다. 󰃁

(푸른 숲/20100-20130504.)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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