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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스크랩] (푸른 숲 제7 수필집)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1. 경주 술집 이름-관,향,옥,루

신작수필

1. 경주 술집 이름-館·鄕·屋·樓

이 영백

chonglim03@hanmail.net

 

 나는 천상 신라 경주(慶州)사람이다. 무슨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고향이야기를 해댄다. 물론 그만치 신라 천 년의 왕경도(王京都)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가 많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경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 오늘도 바둑판 직교도시 옛 신라의 영화를 더듬어 보려 한다.

 경주하면 생각나는 것이 신라 천 년의 고적 문화의 도시로 기억할 것이다. 경주는 요즘 뜨는 도시다. 21세기 스토리텔링의 도시로 뜰 것이다. 가는 곳마다 돌 하나, 기왓장 하나에도 따라 다니는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려 있기 때문이다.

 흔히 경주를 들리면 경주 불국사를 생각하고, 자하문(紫霞門) 아래 33계단 돌다리 백운교(白雲橋), 청운교(靑雲橋)를 바라본다. 요즘은 복원된 회랑을 따라 오른 쪽으로 들어가면 다보탑(多寶塔), 석가탑(釋迦塔)이 우리를 반겨 준다. 대웅전 앞에 두 손 모아 기원하고 스스로 순간에 불교도가 되기도 한다.

 불국사는 일설에 의하면 돌계단을 만들기 전에 기초를 조성하고 숯 더미를 깔고 그 위에 자갈을 덮고 어떤 석재는 불에 구워서 사용하였다고도 한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청운교 바로 옆에까지 물을 끌어 와서 구품연지에 폭포처럼 떨어지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 물이 떨어지는 구품연지에는 커다란 돌을 놓아 그 위에 물이 떨어지면 물보라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게 만들어 놓았다. 수구에서 떨어지는 물은 돌파구에 부서져 사방으로 물보라로 퍼지면 연지 가에는 언제나 일곱 빛 무지개가 서 있었다. 연지 위에 그림자를 떨 구고 있는 범영루(泛影樓)는 더 한층 높다랗게 보여서 천국과 같은 환영을 못 위에 던지고 있었을 것이다.

 무설전, 사리탑, 극락전을 돌아 나오면 연화교(蓮花橋)와 칠보교(七寶橋)가 일행을 반겨 줄 것이고, 이제 불국사 전경을 보고서 저절로 경주 불국사의 잔영을 남기고 말 것이다.

요즘 경주는 낮보다 밤이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동부사적지의 밤은 더욱 푸르고, 동궁(東宮, 臨海殿址)에 월지(月池, 雁鴨池)가 있어 청춘 남·여 들이 값싼 입장료로 들고 나기를 재미나 한다.

 밤의 반월성(半月城)은 아베크족들이 연애하기에 더 좋은 장소로 석빙고(石氷庫)가 기다리고, 계림(鷄林) 쪽으로 돌아 내려가면 곧 개장할 월정교(月精橋, 2013년 4월 1일∼15일 임시개통)가 정겹다. 신라 최초의 석교(石橋)인 사적 제457호, 700년 만에 복원된 월정교는 프랑스 퐁네프다리 보다 더 진한 연애를 한 원효대사(元曉大師)와 요석공주(遙昔公主)의 하룻밤 사랑이 있었고, 당대 불후의 인물 설총(薛聰)이 탄생한 것이다.

 요즈음 경주 교동(校洞)의 법주(法酒)며, “요석궁”이라는 주점의 이름이 아름답다. 그래 경주는 그 옛날 내가 학교를 다닐 때부터 알고 있던 술집 이름이 아름답다. 이름 하여 -관(館)·-향(鄕)·-옥(屋)·-루(樓) 등의 글자로 끝나는 술집 이름씨 말이다.

 과거의 고급 룸살롱이 무슨 -관(館)이었든가? 예를 들어 “동경관(東京館)”을 말이다. 관에는 예쁜 아가씨들이 전국에서 모여 들었고, 주인과 이를 관리하던 마름이 밤의 풍경을 바쁘게 하던 일들 말이다. 그런 관에 한 번 들어가려면 1960년대로 보아 고액을 주어야 한다고 들었다. 바로 술상에 따라 십만 원, 십오만 원 등으로 매겨 술을 즐겨 마시고, 예쁜 아가씨들의 시중을 받으며 바로 신라왕이 된 대접을 즐기는 것이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무슨, 무슨 -향(鄕)·-옥(屋)·-루(樓) 등이 있다. 조금 급수가 낮아지지만 그래도 일반 서민들은 들락거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워낙 술값이 비싸게 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슨 -향(鄕)·-옥(屋)·-루(樓) 등의 주점 속을 들여다 보면 비록 크기는 작지만, 주점 안방에는 당시에 병풍을 두르고, 예쁜 아가씨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속옷 바지가 보일 듯 말듯 술 마시는 한량인 뭇 사내들의 간장을 애 태웠을 법한 그런 애로틱한 장소를 만들어 주었던 곳이 아니던가?

 술집의 이름이 “-관(館)·-향(鄕)·-옥(屋)·-루(樓)” 등의 글자로 끝나는 그런 우리 조상들의 풍류를 즐길법한 이름을 달고 영업을 하였으니, 아마도 전국에서 유명한 관광지이었으니 어찌 경주를 자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 것인가? 󰃁

(푸른 숲/20100-20130402.)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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