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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내 고향 뒷동산에는

[스크랩] 푸른 숲/20100 수필2집 "내 고향 뒷동산에는"(54)산비둘기

신작수필

54. 산비둘기(山鳩)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산에는 산새가 많이 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산비둘기는 촌락부근의 삼림이나 대나무 숲 등에 사는데 몸이 작으며, 빛은 회갈색으로 목에 검은 띠 무늬가 들리어 있다. 맑은 핑크빛 눈을 보면 신비하기도 하다.

 산비둘기 날개 짓하며 구구단을 외는데 저 산 너머 시집보낸 누이가 그 소리 듣는다. 잿빛 산비둘기 서러운 울음소리도 알아듣는 날이 오면 기약 없던 친정 올 날도 정해지고, 마침내 오갈 것이다. 우리들에게 정서적으로 이득을 주는 산비둘기가 가면 갈수록 줄어든다고 한다. 영국의 국제조류보호기구인 RSPB의 Sheehan 박사는 1995년 이래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이동해 오는 철새 중 산비둘기(山鳩, Turtle Dove)는 무려 71%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산비둘기도 산새라 먹이를 먹어야 산다. 폭설 뒤 강추위가 극성을 부리면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산비둘기가 감나무를 찾아서 폭식을 하곤 한다. 인간이 씨 뿌리지 않았는데도 해마다 돋아나고 열매 맺는 게 자연의 순리다. 산열매 자연의 품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스스로 꽃핀다. 내 고향 뒷동산의 산비둘기소리에 눈 뜨고, 작은 계곡 물소리에 꽃 피운다. 하늬바람 소리에 알알이 영글었을 산열매의 싱그러운 맛을 나는 고향 떠난 지 수십 년이지만 지금도 혀끝에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어머니는 자식을 열 명이나 많이 낳았고, 산후도 산후이지만 가장 못 견뎌하는 것이 편두통이었다. 그런데 누가 그런 말을 퍼뜨렸는지 모르지만 민간요법으로 산비둘기를 잡아 고아먹으면 낫는다고 하였다.

 두통은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병으로 일반적으로 한쪽 머리가 아프면 편두통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의학적으로 편두통은 일측성, 박동성 통증이 일정시간 이상 지속되는 두통으로 전형적인 편두통은 두통이 오기 전에 먼저 구역(嘔逆)이나 구토 및 안구통, 빛이나 소리 공포증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전조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편두통은 연령 및 성별에 따라 유병률에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주로 젊은 성인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국내조사에 의하면 편두통의 유병률은 6.5%로 추산되며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약 3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편두통은 중등도 이상의 강도를 보이기 때문에 편두통 환자의 약80%정도가 두통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셋째 형님이 군대에 특무상사로 있으면서 휴가 나올 때면 그 무시무시한 M1소총을 직접 매고 나온다. 어머니가 편두통을 호소하면 알았다는 듯이 겁도 없이 총 들고 앞산으로 산비둘기 잡는다고 나간다. 우리들은 하도 신기하여 따라 나선다.

 앞산으로 뒤따라 올라가보면 정말 산비둘기를 발견한다. 조용히 정조준을 하고 산비둘기를 향하여 격발을 한다. 그러자 천지가 내려앉는 소리로 기억하고 있다. 산골짜기마다 소리가 공명되고 메아리 되어 돌아온다. 어머니 소원인 편두통 민간요법으로 산비둘기를 구해서 내려온다. 그것도 무려 세 마리나 잡았다. 1957년 사회가 불안할 때라 총소리를 듣고 내동지서에서 경찰 두 명이 나와 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총을 쏜 사람이 누구입니까?”

“예. 접니다.”

“왜 총을 소지하였으며, 사격을 한 사유를 말하시오.”

“예. 총 소지증입니다. 산비둘기를 약에 쓰려고 잡았습니다.”

“앞으로는 총을 함부로 쏘지 말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은 시골에 경찰이 찾아오니 간이 콩알만 해졌는데, 셋째 형님은 당당히 총 소지증을 보이고 더 늠름하여 보였다. 현역군인 정복을 입고 특무상사로 온통 붉은 계급장이 어깨며, 모자며, 가슴에 달려 있어서 더 자신 만만해 하였다. 그러는 셋째 형님이 대단해 보였다.

 산에서 잡은 산비둘기는 뜨거운 물에 튀김을 당하고, 털이 뽑혀서 고이 가마솥 속으로 들어가 편두통 약이 되고 말았다. 정말 신기한 것이 어머니가 산비둘기를 고아 먹고서는 이후에는 낫게 되었다. 그날부터 편두통이 사라졌다. 정말 민간요법이 통했는가? 다 나았다는 것은 신기할 뿐이다.

 어머니 편두통 때문에 죽은 세 마리 산비둘기에게는 못내 미안하였다. 나는 산비둘기 뼈라도 모아서 고이 묻어 주었다.

 산비둘기 날개 짓하며 구구단을 외는데 저 산 너머 시집보낸 누이가 그 소리 듣는다. 잿빛 산비둘기 서러운 울음소리를 알아듣는 날이 오면 기약 없던 내 고향 내가 찾아 갈 것이다. 이제 고향 산에 들러 그 옛날 산비둘기를 생각하면서 숨을 몰아 앞산을 오른다. 산비둘기 대신에 고라니가 놀라 달아난다. 그 사이에 산비둘기 구구단 외우는 소리가 나의 귓전을 간질인다. 󰃁

(푸른 숲/20100-20130320.)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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