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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내 고향 뒷동산에는

[스크랩] 푸른 숲/20100 수필2집 "내 고향 뒷동산에는"(42)이엉과 용마루

신작수필

42. 이엉과 용마루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초가(草家)는 계속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지붕이다. 오래 이지 않으면 비가 샐 수도 있다. 매년 한 번씩 지붕을 갈아 주거나 덧이어야 한다. 그 재료가 바로 짚이기 때문이다. 볏짚을 언제부터 지붕에 덮기 시작하였는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벼농사가 시작된 삼국시대에 이미 이것을 사용했으리라고 추측된다.

 볏짚은 속이 비었기 때문에 그 안의 공기가 여름철에는 내리 쬐는 햇볕을 감소시키고, 겨울철에는 집안의 온기가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아준 다. 겉이 비교적 매끄러워서 빗물이 잘 흘러내리므로 두껍게 덮지 않아도 스미지 않으며, 누구든지 이를 쉽게 덮을 수 있어 편리하다. 또 초가지붕은 짚 자체가 지닌 성질 때문에 따뜻하고 부드럽고 푸근한 느낌을 주며, 한 해에 한 번씩 덧덮어 주므로 집에 각별한 치장을 하지 않아도 거의 언제나 밝고 깨끗한 지붕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이점이 있다.

 지붕은 매우 완만하기 때문에 농가의 마당이 좁을 때에는 고추 따위의 농작물을 늘어 말리며, 천둥 호박이나 바가지의 덩굴을 올려서 지붕을 밭의 일부로 사용하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지붕위에는 철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봄이면 박을 올려 지붕 가득히 박이 달리고, 밤이면 새하얀 박꽃이 어린 동심을 달래기에는 너무 깊은 사연의 꽃이기도 하다. 한 여름 지붕 위에는 빨간 고추를 늘어 말리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그 지붕은 동화나라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보통 지붕이기는 겨울이 오기 전 늦가을에 이고 있다. 겨울에는 새하얀 눈이 쌓여 녹아내리다가 추우면 다시 고드름으로 매달린다.

 지붕을 이려면 이엉을 엮어야 한다. 이엉은 가을걷이가 끝나 모두 갈무리하는 일을 마치고나서 엮는다. 이엉은 짚공예로는 쉬운 일이기도 하다. 타작을 마친 짚가리에서 좋은 짚은 소먹이로 빼 놓고 B품은 골라서 이엉을 엮는데 사용한다. 본래 이엉을 엮으려면 짚단으로 묶인 것을 모두 풀어 쌓아두고 준비를 한다.

 이엉 엮기는 기본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짚을 이용하여 엮는다. 볏짚 한 묶음을 둘로 나누어 열십자로 엇갈리게 벌려놓고 볏짚 밑동이 좌측에 위치하게 얹고, 쥐고 있던 엇갈리는 짚을 풀리지 않도록 한다. 또 새로 한 묶음의 볏짚을 좌측 선에 나란히 놓고 쥐고 있던 볏짚을 교차한다. 왼손은 엮인 매듭이 풀어지지 않도록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주며 작업한다. 오른 손으로는 볏짚을 고르고 오른발로는 붙어 있는 볏짚을 떼는 기능을 한다. 이때 놓아 둔 짚에서 서너 개씩 함께 엮는 짚으로 모아 온다. 그러면 잘 풀리지 않게 된다.

 이런 방법을 연속으로 하여 9∼10m 정도까지 엮어 마무리한다. 마무리에는 엮어 오던 짚을 이제 두 가닥으로 단단히 조여 당겨서 세끼를 꼬아 둔다. 이는 나중에 지붕위에서 이엉을 서로 연결할 때 사용하는 끈이 된다.

 다 엮은 이엉은 처음 시작한 데서부터 돌돌 말아 온다. 그러면 자연히 짚의 밑동이 있는 곳에서는 말아 오는 동안 굵어지고, 이삭 쪽으로는 가늘어진다. 이를 헛간에 차례로 쌓아 둔다.

용마루 엮기는 조금 어렵다. 왜냐하면 이엉은 한쪽으로만 엮으면 되지만, 용마루는 양쪽으로 모두 짚이 드리워지도록 엮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일꾼은 잘 엮지 못한다. 시골에서도 경력자만이 엮게 된다. 용마루는 한 마디로 말하면 최종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양편으로 비나 눈을 보호할 수 있게 만들어서 마치 뚜껑처럼 덮어지도록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용마루를 엮어 보자. 용마루는 세끼 줄을 만들어 볏짚을 한 묶음으로 먼저 묶는다. 볏짚 밑동의 1/3부분으로 적당히 한다. 한 묶음의 볏짚을 잘 다듬어 먼저 묶어 놓은 볏짚과 열십자로 놓는다. 먼저 묶어 놓은 볏짚을 대각선으로 구부린다. 반대편 볏짚 묶음에서 두어 가닥의 볏짚을 선별하여 구부려 놓은 볏짚을 고정시켜서 감기를 한다. 즉, 먼저 구부린 볏짚이 펴지지 않도록 세끼 줄과 볏짚 사이를 차단하고, 한 바퀴 돌린 볏짚을 세끼 줄에 서너 차례 돌려 묶은 뒤 풀어지지 않도록 반대편 볏짚을 속으로 넣는다. 교대로 열십자로 볏짚을 대고 같은 방법으로 묶는다. 이때 특히 유의할 것은 볏짚 묶은 가닥을 어디에서 잡아 빼느냐이다. 볏짚 묶는 데서 뽑아내야 하지만, 다음부터는 바로 전에 묶여 있는 볏짚에서 뽑아 쓰는 것이 모양이나 견고성이 좋다. 마무리는 역시 볏짚 몇 가닥을 세끼 줄에 돌려 고정 시킨 뒤 밑 부분에 엮여진 볏짚 속으로 밀어 넣으면 된다.

 엮은 용마루도 감아 두어야 하는데 이를 말아 두면 양옆으로는 약해져서 가운데가 불거지게 된다.

 지붕을 이는 방법에는, 비늘 이엉법과 사슬이엉법의 두 가지가 있다. 그 모양이 물고기의 비늘을 닮은 데에서 온 것으로 짚을 한 뼘 정도 밖으로 내어 엮는 방법이다. 길게 엮은 날개 두 장을 이엉꼬챙이로 꿰어 올린 다음, 지붕의 앞뒤를 덮고 남은 부분으로 좌우 양쪽의 벽을 가릴 수 있다. 수명은 사슬이엉보다 오래 간다.

 사슬이엉은 수냉이가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일정한 크기로 엮은 날개 수십 장을 둥글게 말아서 지붕 위로 올린 뒤에, 멍석을 펴듯이 펴 나가면서 지붕을 덮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수냉이가 처마 밑으로 오도록 깔고, 다음에는 이와 반대로 하여 덮어 나간다. 사슬 이엉으로 이으면 지붕의 표면이 매끈하며,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적당한 간격을 두고 새끼를 늘여 서까래 끝에 잡아맨다.

 우리나라의 서북지방에서는 주로 비늘이엉으로 그리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사슬이엉으로 덮는다. 이렇게 이엉으로 지붕을 덮은 뒤에는 용마루를 얹어서 마무리 짓는다. 이것은 빗물이 잘 흘러내리게 좌우양쪽으로 비탈이 지도록 솜씨 있게 엮여야 한다. 또 바람이 심한 데는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새끼를 그물처럼 엮어서 덮는다.

 초가의 지붕을 모두 이고 나면 마당비를 들고 지붕에 올라가 부스러기를 쓸어내리면 그야말로 초가의 지붕이 새 옷을 입고서 좋아라한다. 새 이엉과 용마루를 엮어서 지붕을 단장(丹粧)해 두면 그 주인의 마음까지가 좋아지고 만다. 󰃁

(푸른 숲/20100-20130306.)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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