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내 고향 뒷동산에는

[스크랩] 푸른 숲/20100 수필2집 "내 고향 뒷동산에는"(40)구들장 놓기

신작수필

40. 구들장 놓기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초가를 짓는데 터 잡고 자재 구하고 기둥을 세우고 나면 지붕 이고 벽 얽어서 이제 기본은 갖추게 되었다. 또, 온돌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들어가서 잠자고 살 수 있게 구들을 놓아야 한다.

 목수는 슈퍼멀티미디어다. 기둥 세우고 지붕을 이고 보꾹과 벽만 바른다고 목수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집을 갖추자면 사람이 들어가서 사는데 난방이 되어야 하고, 초가는 난방과 동시에 요리를 할 수 있는 부엌도 있어야 한다.

 초가에 구들은 놓는다. 평범하게 바닥에 돌만 깔아 놓는다고 온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과학을 알아야 한다. 조상들이 알아 낸 방법 중에 난방을 위한 온돌, 바로 구들장 놓기는 심오한 과학이 들어 있다.

 집터는 풍수지리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활용함에 있어서 불편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초가는 죽담이라는 것이 있다. 장마가 지면 습기가 많고 습하면 안 되기 때문에 집터를 고를 때 이미 이런 것을 알고 높이 만든다. 부엌에 불을 피우려면 부엌이 자연스레 자꾸 낮아지기 때문이다.

 구들을 놓으려면 한번 불을 지핀 구들장 보관이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번 불에 달구어진 구들장 돌을 노지에 그대로 보관하였다가 다시 놓으면 안 된다. 만약에 이 돌을 그대로 구들로 놓아 사용하면 모두 터 갈라져 못쓰기 때문이다. 미리 이런 것까지 알고서 불난 집의 구들장은 모두 가져 와서 철저히 물에 닿지 않게 갈무리를 하여 두는 것이다.

 오늘 새집에 구들장을 놓는 날이다. 구들 놓는 것은 함부로 놓지 않는다. 아주 계획적으로 연도에 연기가 빠지고 역풍이 못 들어오게 설계를 잘 하여서 놓아야 한다.

 먼저 아궁이 쪽은 낮게 하고, 불을 피우면 불과 연기가 지나가는 길이 바로 고래다. 고래는 다섯 개를 만든다. 그리고 고래바닥을 정리하여야 한다. 고래바닥이란 방바닥 아래 땅이 된다. 아궁이에서 고래바닥은 평평한 것이 아니다. 아궁이쪽에서 고래바닥이 높게, 가장자리로는 깊게 하여 연기가 골고루 지나가도록 하여야 한다. 굴뚝 쪽으로 가서는 역풍을 막기 위해 깊게 파서 항아리를 묻는다. 연도를 통하여 굴뚝으로 연기가 잘 빠지도록 설계를 하여야 한다.

 고래목을 고래바닥에 설치 한 후 이제는 구들장을 덮어야 한다. 구들장은 규격이 꼭 같은 구들장이 아니다. 각기 제 멋대로 생긴 구들장들이다. 위쪽만 평평할 뿐이다. 생김새는 정말 제 각각이다. 구들장 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고래목에 따라 구들장 돌을 짜 맞추는 것이 기술이다. 세석(細石)을 준비하여 흔들리지 않도록 고이고 짜고 맞추고 작은 망치로 똥땅거려서 아귀를 맞춘다.

 어느 정도 구들장을 덮고 난 후에 짚을 잘게 썰고 알매를 친 흙과 이겨서 제 멋대로 생긴 구들장 돌에 구석구석 메우는 것이다. 깊은 공간은 고루고루 흙으로도 채우는 것이다.

 구들장이 놓이고 이제 아궁이에서 불을 피워 보는 것이다. 첫째 연기를 잘 빨아내는지, 역풍으로 돌아 나오지 않는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방바닥 이 고루 덥혀 오는지도 확인한다. 이런 시험을 하는 동안에 어떤 곳은 흙이 덜 채워져서 방바닥으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불을 피우면서 걱정인 것은 연기가 굴뚝으로 잘 빠져 나가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굴뚝에 가 서서 연기를 점검하고 있다.

 정말 신기하였다. 어찌하여 그런 자세한 것까지 모두 알고서 구들장을 놓고 있는지 신기하였다. 우리나라 온돌문화가 비록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지내지만은 밤이면 누워서 등을 지진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것이다.

 요리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겨울 동안에 잠을 자다가 추워지면 군불이라는 것으로 솥에 물만 붓고서 나무로 불 때서 다시 방을 덥히는 그 신기함은 아무도 못 따라 올 비법이다.

 황토로 만든 온돌은 인간에게 주는 자연과학요법이다. 온돌에 군불을 넣고 등과 허리를 지져서 피로를 푸는 최고의 방법을 창안 해 낸 것이 우리 민족이다. 조상의 발명품 중에 온돌과 창호지가 있다. 문을 발라 자연풍(自然風)을 이용한 것도 정말 좋은 과학적 아이디어다.

 우리 조상이 발명한 구들장 놓기는 다시없는 인류에게 중요한 기술이다. 노하우이다. 이를 전수하여 살아온 조상들은 아토피도 없으며, 연세 들어 피돌기를 활성화 하는 것이다. 󰃁

(푸른 숲/20100-20130304.)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