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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내 고향 뒷동산에는

[스크랩] 푸른 숲/20100 수필2집 "내 고향 뒷동산에는"(39)왕토 바르기

신작수필

39. 왕토 바르기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초가는 기본 구조물 외에 가장 필요한 재료가 황토로 물을 섞어 이긴 황토가 꼭 필요하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반농반목수로 인하여 초가 짓는 일에 자주 동원이 되기도 하였다. 집짓는 데 어린아이가 왜 필요 하겠느냐고 하겠지만 초가를 짓는 데에는 어린 아이라도 모두가 한 몫을 하기도 했다.

 그저께까지 황토를 구해서 그렇게 고생을 하여 이기는 작업을 하여 두었다. 오늘이 그 새집 짓는 곳에서 천장과 벽을 바르는 날이다.

 초가에 보꾹(=지붕의 안쪽)과 벽(壁)을 바르려면 준비가 잘 되어야 한다. 공동준비물은 흙손, 흙 칼, 대나무 장대, 여러 종류의 사다리 등이며, 개인장비로는 헌옷을 걸치고, 모자, 수건, 장갑 등이 있어야 한다. 또 끓인 물과, 아버지 담배용으로 불을 준비한 횃대며, 기타 필요한 장비들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이 흙의 굳기다. 황토를 이겨서 준비하여 두었기에 어른 주먹보다 크게 뭉쳐서 준비하여야 한다. 황토를 이겨서 만반의 준비를 하여 두었으니 작업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1팀에 아버지와 나, 2팀에 셋째 형과 누이, 3팀에 큰 머슴과 중 머슴, 그리고 작은 머슴은 허드레 일을 하는 것이다.

 먼저 1팀이 큰 방의 보꾹에 왕토 바르기를 시작한다. 중간 사다리를 놓고 보꾹에 밑에서 작업을 하여야 한다. 내가 장대 끝에 주먹밥처럼 생긴 이긴 황토덩이를 대나무 장대로 찍어서 준비하면, 아버지는 중간 사다리에 올라가서 보꾹을 향할 준비를 하고 계신다. 흙받이로 받아 두고서 흙 칼로 착착 삼 방향으로 긁어모아서 흙 칼에 황토를 올려 냅다 보꾹에 쳐 바르는 것이다. 이런 일이 보꾹 전체를 바를 때까지 하여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이 일련의 일들을 많이 해 보아서 잘 하지만 처음 하는 사람은 힘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 보꾹에 붙여지는 것이 아니라, 바닥으로 떨어지면 밑에서 황토를 올려 주던 사람의 얼굴에다가 떨어지는 것이다. 팀을 짤 때는 함께 잘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2팀, 3팀 모두 출발하여 보꾹에 왕토 바르기를 한다. 왕토 바르기는 보꾹을 처다 보고 하는 일이기에 더욱 힘이 든다. 똑 같은 일을 반복 하고나면 지친다. 왕토를 바르는 사람은 그만큼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다.

 아침부터 일을 계속하고 나면 제일 먼저 소식이 온다. 배가 고파온다. 용케도 때를 맞추어 새참이 나온다. 형수님과 어머니의 새참 준비는 우리가 아침을 먹고 일하러 나간 그 시간부터 준비하여 해온 것이다. 새참을 먹으면 언제나 좋다. 새참을 먹을 시간이면 뒷집 기장(機張)댁 할머니로부터 지나가는 과객까지 이래저래 사람들이 몰려온다. 어머니는 항상 새참을 넉넉히 준비한다. 새참 먹고 화장실 가는 것, 담배 한 모금 피우는 사람들은 최고의 휴식시간이다.

새집 짓는 일을 하면 자꾸 사람들이 몰려와서 누가 물어나 보았나. 이러면 안 되고, 저러면 안 된다고 말을 하게 된다. 아버지는 가만히 듣고만 계신다. 이야기가 끝이 나면 그때에 한 말씀 하신다.

“그렇지요. 그 방법보다는 이 방법이 좋던데.”

라고 조목조목 따져서 알려 드리면 그렇게 떠들던 아저씨도 입을 다물고 말을 못하고 만다.

 정말 초가를 어디 한두 번이나 지어보았나 자그마치 이 동네 집을 반 이상이나 모두 당신 손수로 지은 것인데 평생에 농사짓는 것 보다 초가 지은 것이 더 많은 경력이면 경력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오후 시간까지 흙 바르는 일을 하여 보꾹과 벽을 모두 바르고 나면 어지간히 집 모양새가 나기 시작한다. 특히 벽을 바르고 나면 여물 썰어 넣은 것이 효과가 나타난다. 바르는 동시에 조금씩 마르지만 짚을 썰어 넣었기에 말라도 터 갈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목수 일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점이다.

 벽 얽기를 잘못하면 아무리 벽을 잘 발라 두어도 흙이 붙지 못하고, 서로 안고 나자빠져 벽을 유지할 수가 없게 되고 만다. 벽 얽기 할 때도 다 요령이 있기 때문에 벽을 발라 두어도 절대로 안고 넘어지지 않는 것이다. 마치 음양이 맞듯이 서로 꼭 당겨 붙어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비법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벽 얽기 할 때 곱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굵고 잔 것을 섞어서 울퉁불퉁하게 해야 흙이 잘 붙어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 지은 집의 주춧돌 위에 기둥과 대들보를 걸치고 연목을 걸어 지붕을 잘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이제 보꾹과 벽까지 바르고 나니 제법 집다운 모양새가 되었다. 󰃁

(푸른 숲/20100-20130303.)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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