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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내 고향 뒷동산에는

[스크랩] 푸른 숲/20100 수필2집 "내 고향 뒷동산에는"(37)초가 벽 얽기

신작수필

37. 초가 벽 얽기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시골 초가를 짓는다는 것은 큰일이라면 큰일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래저래 집지을 자재를 준비하는 데 별로 힘들이지 않고 구해서 짓는 것이다. 초가는 집터(坐向)를 보는 것과 기둥세우고 대들보 얹어 연목 걸치고. 지붕 이는 것과 벽 만들기 이었다.

 초가 벽은 어떻게 해야 만들어 지는 것인가? 아버지는 기본 구조를 만들어 두고서 틈나는 시간마다 벽 얽기를 하게 된다. 벽을 만들려면 기둥과 기둥사이, 대들보와 문지방 사이에 나무를 넣고 얽어서 흙을 발라야 벽이 완성되는 것이다.

 큰 방이 되는 부분에서 앞으로 보면 방문이 들어 갈 자리에 창호 크기에 따라 사이 나무를 세워 두고 문 달 곳만 비우고서는 모두 벽을 만드는 것이다. 뒷문, 사이 문, 부엌 문, 봉창 등을 미리 계획한 후부터 벽 얽기를 하여야 한다.

 대들보와 문지방 부분에 홈을 파고 의지대를 걸치고 이어서 쪼갠 대나무나 가는 나무를 대고서는 안에서 밖으로 짚을 세 가닥으로 연이어 가면서 엮는다. 이때 대나무나 가는 나무에 손가락이 부딪히게 되면 갈라진다. 그리고 피가 철철 흐른다. 흐르는 피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벽을 얽어 나간다.

 초가 벽을 얽어 나가는 날은 비오는 날이나 습기가 많은 날이 좋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건조한 날씨에 벽 얽기 작업을 하고 있으면 부딪히는 곳마다 피탈이 난다. 아버지 손에는 아무런 약도 안 바르고, 얇은 헝겊에다가 밥풀로 문질러서 감아 두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렇게 감아 둔 것을 아버지는 “밥 참한다.”라고 한다. 아무런 효과도 없는 대 그저 손가락 보호용일 뿐이었다.

 초가 벽 얽기를 하여도 어머니는 꼭 새참을 내온다. 아버지는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에 어머니도 거들어 보겠다고 벽을 얽는다. 벽 얽기가 결코 쉽지 않다.

“아니, 아니! 그만 두시라고! 그런 일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지.”

못내 아버지는 어머니가 벽 얽는 것을 말린다. 그렇다. 우리가 얽었으면 ‘잘한다! 그래, 그래!’했을 것을 어머니가 하면 고운 손 버리실까 보아 말리는 것이다.

 초가 벽 얽기는 다시 시작된다. 노끈이나 짚으로 얽어가면서 재료를 준비하여 들고 있다가 갖다 대면 이내 작업을 서두르신다. 벽을 빨리 얽어야 또 다음일이 진행되기 때문에 벽 얽기를 자꾸 서두르는 것이다.

 아버지는 앞부분부터 얽고, 셋째 형은 뒷문 쪽으로 얽고, 막내 형은 부엌 쪽 벽을 얽고, 큰 머슴은 작은방 사이 벽을 얽고, 모두 분담하여 척척 진행이 되고 있다. 그런데 어린 내가 볼 때는 확실히 경험이 많은 아버지가 일도 많이 하고 빨리 한다. 일을 해 둔 결과도 튼튼해 보였다. 목수로서 어려움이 없이 모두가 척척 이었다.

 큰방에는 앞문, 뒷문, 부엌문, 작은방 문 등 문이 많지만 작은 방에는 출입문과 큰방으로 사이 문이 있고, 동창(東窓)이 높다랗게 달린다. 작은 방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도 답답함을 없애주려고 동창이 달리게 되는 것이다. 아침 동쪽에 해가 뜨면 제일 먼저 작은 방 동창에 비추이게 된다. 그 동창이 있어서 햇살이 그 집으로 그날을 제일 먼저 알려 주게 된다.

 일단 빨리 벽은 얽어 두는 것으로 나중에 흙을 안팎으로 바르면 속에 것이 다 잘 얽었든 못 얽었든 똑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벽을 얽어 둔 것이 무너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어느 새 큰방의 벽이 다 얽어지고, 머릿방 벽이 얽히고 있다. 아버지는 이내 부엌 벽을 만드는데, 부엌 벽은 방의 벽과는 달리 작업을 하여야 한다. 부엌 벽은 본디 앞뒤로 정지문을 달도록 준비를 한 후 서쪽 벽에는 7할 정도까지 담을 쌓는다. 담 위에는 나뭇가지를 중간 중간에 꽂아 바깥 의 바람이이 통하도록 한다. 부엌에 불을 지피면 연기도 잘 빠져 나가도록 하기 위하여 구멍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초가 한 칸을 짓는데 벽 얽는 것만 해도 할 일이 많은 것이다. 하기는 초가 한 칸이라지만 이런 움막집이라도 비를 피하고 사람이 살고, 조리할 수 있는 부엌을 가지고 머릿방을 두려면 해야 할 것은 모두 해야 집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초가 벽 얽기를 같이 따라 일을 해 보면 결코 쉽고, 만만한 일이 아니다. 손가락 열개가 마디마다 피를 흘리고, 흔히 밥 참을 하였다지만 손가락의 희생은 말 할 수 없이 많다. 󰃁

(푸른 숲/20100-20130301.)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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