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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내 고향 뒷동산에는

[스크랩] 푸른 숲/20100 수필2집 "내 고향 뒷동산에는"-(6) 옻나무

신작수필

6. 옻나무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우리 집에는 옻나무는 없었다. 옻나무는 산이나 밭둑에서 자란다. 옻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옻이 오르기 때문에 심어 두지 않았다.

 옻은 어디에 좋은가? 옻나무가 냉증과 암, 여성 질환 여러 가지 질병에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가 바로 옻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한번 몸에 묻으면 지워지지 않는 정유성분이 몸속에 들어가면 굳어있는 혈액이나 피딱지 등을 녹여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 없는 옻나무 이야기는 왜하느냐 하면 다 아버지의 몰지식한 덕분이다. 초가집을 임금 받고 다 지어 놓고서는 혼자 산에 가서 옻나무를 보이는 대로 모두 베어 지게에다 짊어지고 오신다. 이때 어린 우리들을 범접 못하게 한다. 이 일은 머슴도 오지 말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옻이 오르면 고생한다고 한다. 특히 옻이 속으로 오르면 며칠간씩 사람이 일어나지를 못하고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옻을 맨손으로 베고, 맨손으로 만지셨다. 보통 사람이면 옻이 올라 죽는다고 할 것이다. 즉 아버지는 옻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옻을 산에서 옻나무를 베면 벤 자리에 진이 아주 독한 진이 하얗게 흘러내린다. 그리고 그 진이 굳어지면 시커멓게 변한다.

새집으로 지고 오신 옻나무는 혼자서 불을 지핀다. 새로 지어 놓은 집에다가 구들장을 놓은 새 집에다가 옻나무로 불을 지피고 계신다. 그리고 우리는 가까이 못 오게 금기까지 둘러 둔다. 새로 지은 집에다가 불을 지피고 구들장이 잘 놓아졌는가, 어디 딴 곳으로 연기가 새지 않은가를 점검하신다.

 과연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일인지는 아직까지도 나는 모르겠다. 새로 지은 집에 구들장을 놓고서는 반드시 옻나무로 불을 지핀다. 불을 지피면 옻나무가 타면서 진액이 줄줄 흘러내린다.

 불을 다 지핀 후로는 우리 집으로 오셔서 물을 덥혀서 옛날 검은 비누를 찾아 손을 씻는다. 그러면 아무렇지도 않고, 탈도 없었다. 옻을 만지시고서는 아버지 혼자만의 소독 방법이었다.

옻나무는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낙엽, 활엽, 소교목으로 수고 12m, 직경 40cm까지 크고, 바람이 막혀 있는 동남향의 산록, 하안(河岸), 밭둑에 적지로서 표고 900m까지도 재배가 가능하며 토심이 깊고 돌이 섞인 석력토의 비옥한 곳에서 잘 자란다.

 줄기가 곧게 올라가 층층이 가지를 수평으로 뻗어서 수형을 이루며 꽃은 5월에 녹황색으로 피고, 열매는 지름 6∼8mm의 편구형 핵과로 10월에 연한 황색으로 익는다. 개화기는 6월중으로 전국적으로 식재되고 있으며, 옻나무의 종류에는 참옻나무, 개옻나무, 검양옻나무, 산검양옻나무, 붉나무 등이 있다.

 참옻나무라고 믿고 있는 옻나무는 수액이 많이 나오고 약성이 좋다는 이유로 개옻나무와 구분을 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참옻나무는 직경이 한 뼘 이상, 키도 10여 미터까지 자라는데 개옻나무는 키도 크지 않고 굵어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참옻나무는 나무 밑 둥이나 가지의 껍질을 보면 튼 살이 가로로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참옻나무와 개옻나무를 구별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한다. 세로로 튼 살이 있으면 개옻나무라 한다. 붉나무는 잎줄기만 보면 쉽게 식별이 가능하므로 줄기를 볼 필요도 없다. 참옻 순은 개옻 순에 비해 하얀색이 많다.

 참옻나무와 개옻나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먼저 참옻나무는 원산지가 중국이다. 원래 우리나라 토종 신토불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개옻나무는 토종 우리나라 것이다. 참옻나무가 약효가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나, 개옻나무가 약효 면으로는 더욱 뛰어 날 수도 있다. 물론 맛으로 따지면 참옻나무와 비교하여 단맛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좋은 약은 입에 쓴 법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개옻나무가 약성분이 다량 들어 있어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므로 약효 면으로만 따지면, 개옻나무나 참옻나무나 별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우리나라 토종 옻나무가 중국에서 건너 온 참옻나무 보다 낫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아니해서 개옻나무가 천대받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도시로 나와 살면서 옻닭을 자주 사 먹게 된다. 왜냐하면 젊어서 무엇이 좋다고 밤새도록 술을 마신 이유로 자연히 뱃속이 차가워져서 옻닭을 해 먹으면 속이 편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과학적인 근거도 없이 새로 집지어서 구들장 놓고 반드시 옻나무를 베어다가 불을 지피셨고, 나는 도시 생활하면서 그 나쁜 술을 밤새워 마신 연유로 옻닭 해 먹으면서 보내고 있다. 둘 다 그 원인과 결과가 좋은지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 세월 자꾸 가니 그저 더 두고 볼 일이다. 󰃁

(푸른 숲/20100-20130129.)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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