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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수필집·내 고향 뒷동산에는

[스크랩] 푸른 숲/20100 수필2집 "내 고향 뒷동산에는"-(8)물방개

신작수필

8. 물방개

이영백

cheonglim03@hanmail.net

 

 물방개는 어디에 살지? 몰라. 정말 모른다. 내가 어렸을 때 고향에서는 그냥 민물 도랑에 사는 것을 보고 자랐다.

 물방개는 몸이 동글납작하고 길이는 1mm에서 35mm정도이다. 색깔은 몸빛깔이 초록색을 띤 검은색이고, 들판과 야산의 연못이나 늪, 하천 등의 물속에서 산다. 뒷다리 1쌍은 길고 납작하며 표면에 술이 달려 있어서 물에 잘 뜰 수 있다. 수중환경에 적응을 잘 하고 육식성 곤충으로 다른 곤충과 그 밖의 수중생물들을 잡아먹으며 산다.

 1957년 가을 대운동회에 어린 우리들이 이름을 아는 “물방개”를 가지고 장사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 물방개가 아주 슬퍼보였다.

 전이 넓게 있는 철제 세수 대야를 갖다 두고서 그 전에다가 검은 색 페인트로 돌아가면서 칸을 그어 두고 “캐러멜 1통”, 다음 칸은 “꽝”을 표시하고, 또 꽝이고, 이제 “껌 한 통”, 또 꽝, 또 꽝이고 “누가 사탕” 한 개, 다음 꽝이고, 또 꽝이고, 이제 “연필 한 자루”가 있고, 다음에 꽝이고, 또 꽝을 그려 두었다. 또 한 쪽에는 양은그릇에 물방개를 잡아다 두고 국자를 하나 담가두었다.

 이제 돈 십 환을 내면 그 주인아저씨는 국자로 물방개를 떠 준다. 돈 낸 아이는 세수 대야 한 가운데에다 물방개를 놓자 물방개가 헤엄쳐 다닌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깔까? 이 물방개가 가는 곳에 세수 대야 바깥에 늘어 둔 물건에 도착하면 그 상품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 물방개가 꽝에 도착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꽝이 되고 만다. 아니 물방개는 비싼 캐러멜에는 절대 안 간다. 꽝 아니면 연필이다. 아니 도대체 물방개와 주인아저씨가 짜고 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도 해 보지만 어찌 물방개와 말과 행동이 통한단 말인가?

 하하, 그 물방개가 주인아저씨를 정말 많이 도와준다. 그저 주인아저씨는 물방개가 가는 데에 따라 돈을 받는다. 그 정말 신기하다. 아마도 그 주인아저씨가 물방개가 싫어하는 냄새를 발라 캐러멜 쪽으로는 안가고 꽝 아니면 연필로 가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도 해 본다. 안 그러면 꽝 쪽에 물방개가 좋아하는 무슨 향수를 발라서 일까? 참 궁금하였다. 그래. 세상이 어디 마음대로 된다든가? 하하하……. 그저 웃고 살자. 물방개를 욕하지 말고, 물방개를 이용하는 나쁜 심사가 있는 장사꾼을 나무라자. 그것이 마치 오늘날의 로또(Lotto)고, 복권(福券)이었든가.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호수 늪지가 많은 곳에서는 물방개(그곳에서는 우리나라 물방개를“까꾸옹”이라고 한다.)가 산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이 까구옹을 잡아서 튀김요리를 해 먹는다. 이 물방개를 잡아 직접 튀김을 해 먹지는 아니하고, 기름을 짜서 향료로 이용하는데 까꾸옹 기름은 맛이 아주 맵다. 베트남에 쌀국수에 매운 맛을 내기 위해 가미하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매운 쌀국수를 먹어 본 사람은 물방개 기름을 먹었다는 것이다.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이 물방개를 잡아다가 이렇게 혹독한 일(?)을 시키다니 말이다. 누가 사람을 따라 갈 수가 있을까? 그 당시 사람들 중에 제일 먼저 물방개를 잡아서 돈을 버는데 사용할 줄 안 그는 과연 누구이었던가?

 물방개는 소금쟁이처럼 수면에서 생활을 하는 곤충(昆蟲)이다. 그러나 자신의 다리로 수면 위에 서서 생활하는 소금쟁이와는 달리, 물방개는 보트처럼 평평한 타원형 모양의 몸을 물에 띄어, 짧고 평평한 가운데 다리와 뒷다리를 스크루처럼 사용한, 긴 노처럼 생긴 앞다리로 헤엄치고 다닌다. 물방개는 수중곤충의 하나로 분류되어 있지만, 물속으로 잠수하는 것은 깜짝 놀랐을 때일 뿐이다.

 수중도 아닌 공중도 아닌 물과 공중이 접하는 경계선인 수면을 생활의 터전으로 선택한 이유에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물방개에게도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 우선, 위아래로 적에게 공격당할 가능성이 있다. 공중의 적과 수중의 적인 것이다. 위아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 시도 쉴 틈 없이 위아래로 경계해야만 한다. 그래서 원래는 좌우에 한 개씩 있는 눈이, 각각 상하로 2개씩 나뉘고 말았다. 그래서 물방개는 눈이 4개나 있다.

 물방개는 앞쪽을 어떻게 감시할까? 그 방법은 파도에 있다. 즉 수면의 파도를 더듬이로 감지해 전방을 살피는 것이다. 물방개가 노처럼 생긴 긴 앞다리를 저으면 수면에 작은 파도가 생겨, 그 파도가 퍼져나간다. 예를 들어, 오른 쪽 앞의 수면에 뭔가가 떠 있으면 파도는 그 무엇인가에 반사해서 돌아오게 된다. 물방개의 더듬이는 그 파도를 민감하게 감지해, 그 방향에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마치 박쥐의 전파 발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배가 고파 먹이를 찾는 때에는 앞다리의 젓는 방향을 바꿔서 먹이가 있는 쪽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먹이에 다다르면 그것이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본다. 만약에 수면에 떨어져 죽은 벌레이기라도 하면 즉시 잡아먹어 버린다. 근처에 다른 물방개가 있으면 더 강한 파도가 올 것이다. 수면을 달리는 물방개를 자신이 파도를 일으키면 말이다. 쌍방의 물방개는 급하게 서로 접근을 해서 서로의 냄새를 맡아보고 이성(異性)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즉시 생식행위를 하게 된다고 한다.

 초봄에 연못의 수면을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도는 물방개도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심심해서 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인간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관찰하면서, 다른 세상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요즘 물이 오염되고 시멘트를 이용하여 관개수로(灌漑水路)를 만들어 버려서 도랑에 풀과 흙이 없으면 모든 생물들은 죽고 만다. 물방개들이 옛날처럼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물방개가 사는 세상이라야 공평하다. 물방개를 살리자. 시골 운동회 때 물방개로 장사하던 그 “꽝”나오는 장면이 어찌 이리도 다시 선명히 떠오를까? 󰃁

(푸른 숲/20100-20130131.)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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