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신라천년의 전설(54)이차돈과 백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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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이차돈(異次頓)과 백률사(栢栗寺)

푸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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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차돈(異次頓)은 신라 제23대 법흥왕(法興王) 때 사람인데 아버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조부(祖父)는 갈문왕(葛文王)의 아들이었다.

 이차돈(異次頓)은 마음이 정직하고 충심(忠心)이 놀라우며 지혜는 거울과 같고 후손들을 위하여 적선(積善)을 게을리 하지 않고 죽백(竹栢)같은 마음으로 나라를 위하여 충신(忠信)이 되려고 늘 힘써 왔다.

 이차돈(異次頓)은 나이 22세 되는 해에 사인(舍人)이라는 낮은 벼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왕의 눈에 들게 되었다. 법흥왕(法興王)은 불교(佛敎)에 열성을 가졌으나 신하들은 가사(袈裟)를 두르고 머리를 깎는 것이 흉할 뿐더러 그것은 백성(百姓)을 그르치는 사교(邪敎)라고 모두가 반대(反對) 하였다.

 왕(王)은 주위에 못 이겨 자기의 주장(主張)을 세우지 못하고 늘 마음속은 불편하였다.

 어느 날 왕은 심화를 풀 양으로 고요한 후원을 거닐 적에 이차돈(異次頓)이,

“상께 아뢸 말씀이 있사와 뵈옵나이다.”

하고 이차돈(異次頓)이 어전(御前)에 엎드렸다.

“무슨 일인고?”

이 때 이차돈(異次頓)은 용안(龍顔)을 우러러 보고 적성(赤誠)으로서 이렇게 상주(上奏)하였다.

“옛날 사람은 초부(樵夫)*에게도 지혜를 물었다 하오니 소신(小臣)에게도 폐하님 마음에 계신 바를 알려 주실 수 없겠습니까?”

이 말에 왕은,

“뜻은 고마우나 너로서는 당하지 못할 일이다.”

하시매, 이차돈(異次頓)은,

“나라를 위하여 몸을 없애는 것은 신하된 자의 대절(大節)이옵고, 임금님을 위하여 목숨을 바침은 백성 된 자의 도리올시다. 이번에 페하께서는 생각하신 바를 소인이 짐작하고 뵈옵게 되와 민망하옵니다. 그러므로 소인이 과분한 짓이오나 왕명이라 하옵고 그릇됨을 전파하오며 절을 짓겠사오니 후일 위전(僞傳)하온 죄(罪)로 죽게 되어도 상(上)의 뜻을 받아 불교(佛敎)가 널리 퍼지면 소신의 대절(大節)을 다한 것으로 생각하겠나이다.”

“피를 뿌리고, 목숨을 꺾더라도 스스로 칠수(七獸)를 불쌍히 여길 것이니 나의 뜻이 비록 백성에게 이롭다 해도 어찌 무죄(無罪)한 사람을 죽이리.”

“소신도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없는 줄을 아는 바이오나, 소신(小臣)이 저녁에 죽어서 이튿날 아침에 도가 널리 퍼져 불도(佛道)가 다시 성왕(盛旺)하고 임금님께서 평안(平安)하시면 그보다 더 그 기쁨이 없겠나이다.”

 하고 물러간 후, 그 이튿날부터 이미 각오한 이차돈(異次頓)은 왕명(王命)이라 하면서 큰 절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이것을 본 장관(長官)들은 왕께 항소(抗疏)를 올렸더니, 왕은 누가 거짓말을 하고 다니느냐 곧 잡아 올리라 하여 마침내 이차돈(異次頓)도 끌려 왔다.

“그대들은 짐이 절을 지으련다는 헛된 소문을 내었는가?”

고 호령하였다.

 신하들은 벌벌 떨며 어쩔 줄을 몰라서 자기들은 그런 일이 없음을 맹세하니까 왕은 다시 사인(舍人) 이차돈(異次頓)을 심문하였다. 그 때 이차돈(異次頓)은 아무 대답이 없고 실색(失色)**하였다. 여기서 왕은 크게 노한 체하고 즉시로 죽이기를 명하니 형리(刑吏)는 곧 죽이기로 하였다.

 이차돈(異次頓)이 죽는 마당에서,

“우리나라는 어찌도 이리 우매(愚昧)한고, 불도(佛道)를 닦아 착한 일을 하고 극락정토(極樂淨土)에 가도록 함이 마땅하거늘 임금님의 뜻을 거슬러 절을 이룩하지 못하도록 하니 통분(痛憤)할 일이로다. 비나니 부처님께서 제가 죽는 날로 영험(靈驗)을 내리시어 어리석은 무리를 개심(改心)하게 해 주소서.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하며, 불경을 외운 후 형리(刑吏)에게 선뜻 목을 내밀었다. 형리가 목을 자르매 머리는 날아가서 소금강산(小金剛山) 밑에 떨어지고, 목에서는 흰 피〔白血〕가 십여 척(약3m)이나 솟구치고 온 천지(天地)는 캄캄해지고 모든 샘이 갑자기 마르고 고기들이 날뛰며, 나무가 부러지고, 원숭이 떼가 울고, 땅이 진동하고 꽃비가 내렸다.

 이것을 본 왕(王)과 신하(臣下)들은 모두 눈물을 씻으며, 크게 뉘우쳐 목이 떨어진 자리에 절을 세워 “자추사(刺楸寺)”라 하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자추사 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으나 이로 말미암아 더욱 영험 난 절이 되고, 산이 되었다.

 그 후로는 불교(佛敎)를 반대하는 사람이 없고, 불도(佛道)가 성왕(盛旺)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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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부(樵夫) : 나무 하는 사내.

**실색(失色) : 놀라서 얼굴빛이 변함.

 

참고 자료

○ 신라(新羅)의 불교(佛敎) 공인(公認)

 신라(新羅)의 23대 법흥왕(法興王)은 왕의 권한이 약해 불교를 받아 들이려했지만 귀족들의 반대로 정치적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이때 이차돈(異次頓)의 순교(殉敎)로 신라는 불교를 공인(公認)하게 되었다. 불교 공인은 왕권 강화에 기틀이 되었다고 한다. 신라가 불교를 공인하게 된 것은 고구려나 백제보다 무려 150년가량 늦은 527년 법흥왕 때였다. 법흥왕은 홍륜사(興輪寺)라는 절을 지으려다가 귀족들의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는데 그때, 신앙심에 불타는 젊은 신하 이차돈이 순교를 자청하고 나섰다. 그는 죽기 직전 “내가 죽은 뒤에는 반드시 이변이 일어 날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고 한다. 마침내 이차돈의 목을 베자 잘린 목에서 하얀 피가 솟구치며 사방이 어두워지면서 꽃비가 내렸다고 한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귀족들은 더 이상 불교를 반대할 수가 없었고 불교를 공인하게 된 것이라 한다.

○ 이차돈(異次頓)

『삼국유사』에 인용된 일념(一念)의 “촉향분례불결사문(髑香墳禮佛結社文)”에 의하면 성은 박씨(朴氏)이며, 아버지는 알 수 없고, 할아버지는 아진종랑(阿珍宗郞)으로 습보 갈문왕(習寶葛文王)의 아들이다. 그러나 같은 책에 인용된 김 용행(金用行)이 찬한 아도비문(阿道碑文)에는 아버지는 길승(吉升), 할아버지는 공한(功漢), 증조부가 걸해대왕(乞解大王)이라 했다. 그의 이름은 거차돈(居次頓)·염촉(厭觸：또는 猒觸)·이처(伊處)·처도(處道)라고도 한다. 순교 당시 국왕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내사사인(內史舍人)의 직책에 있었다. 빛나고 착실한 사람으로서 심지가 곧고 심중(深重)하며 의로움에 분발하는 용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신라 법흥왕이 불교를 일으키고자 하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는데 귀족들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이차돈이 왕과 함께 그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강구했다. 이차돈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불교를 융성시키고자 했으나 왕은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비록 제가 죽더라도 도를 펴게 된다면 유감이 없겠다.”고 대답했다. 그리하여 그는 왕과 비밀리에 약속한 뒤 왕명을 가장하여 천경림(天鏡林)에 절을 지었다. 공사가 시작되자 신하들의 논란이 분분했다. 왕이 신하에게 물으니 모두 “지금 승려를 보니 깎은 머리에 옷차림이 누추하고, 하는 이야기가 괴이하니 이를 좇으면 후회가 있을 것이므로 죽을죄를 짓더라도 명을 받들지 못하겠다.”고 했다. 이차돈은 “비상한 사람이 있은 뒤에 비상한 일이 있다. 내가 들으니 불교의 이치는 오묘하여 불가불 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왕은 “너 혼자만 다른 이야기를 하니 양쪽을 좇을 수가 없다.”고 하여 죽이려 했다. 이차돈은 하늘에 고하여 맹세하기를 “내가 불법을 위해 형장에 나가지만 의리(義利)를 일으키려 한다. 부처가 만일 신통력이 있다면 죽은 뒤에 반드시 이상한 일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목을 자르자 머리가 하늘을 날아 금강산(金剛山：경주 북쪽)에 떨어지고 잘린 목에서는 흰 젖이 수십 장(丈)이나 솟아났으며, 순간 주위가 어두워지고 하늘에서는 기묘한 꽃들이 내려오며 땅이 크게 진동했다. 그러자 귀족들이 모두 두려워하고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유해를 금강산에 장사지냈다. 또 이후로는 불법을 받들고 귀의할 것이라고 맹세했다. 이로써 신라에 불교가 널리 퍼져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삼국유사』에 인용된 『향전(鄕傳)』에 의하면 이차돈은 왕과 비밀리에 약속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절을 짓도록 한 것으로 되어 있어 차이가 있다. 순교 당시 이차돈의 나이는 22세 또는 26세로 전한다. 그의 순교를 계기로 법흥왕은 529년(법흥왕 16) 살생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고, 신라 최초의 불교사찰인 흥륜사(興輪寺)를 천경림에 짓기 시작해 544년(진흥왕 5)에 완성했다. 절을 지을 때 사용된 재목을 모두 천경림에서 구했다고 한 것으로 보아 그곳은 수목이 울창하여 재래신앙이 행해지던 장소였다고 짐작된다. 그런데 흔히 이차돈의 순교와 동시에 신라에서 불교가 공인되었다고 간주하지만, 그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즉 『삼국유사』에서는 흥륜사를 짓는 것이 527년에 비로소 시작하여 534년에 천경림을 베어내어 공사를 일으켰다고 했고, 『고승전』에서도 534년에 천경림의 나무를 베어내고 절을 지었는데 이것이 신라 창사(創寺)의 시작이라고 한 것이 그 근거가 된다. 이렇게 여러 가지 전승이 전하는 것은 신라에서 불교가 공식적으로 수용되는 과정이 고구려·백제와는 달리 순탄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차돈의 순교 이전에도 이미 “묵호자(墨胡子)”나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신라에 와서 불교를 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사실이 전한다. 이는 신라 귀족들의 폐쇄성이라든지 재래신앙의 강고함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불교의 공인은 기본적으로 신라의 정치체제에서 왕권의 강화과정과 함께 이해되고 있다. 즉 신라의 발전과정에서 분화되고 보다 복잡해진 사회를 일원적으로 포괄하는, 한 차원 높은 규범과 이를 뒷받침하는 지배이념이 필요했고, 불교는 그에 적합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것은 다원적인 귀족세력을 강력한 왕권 아래에 두는 것과 밀접한 연관을 가졌다. 상대등(上大等)이 설치되어 귀족세력과 왕권의 완충역할을 맡게 되는 것도 불교가 공인된 직후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후 불교는 왕실의 초월적인 권위를 나타내는 데 적극적으로 이용되었고, 법흥왕과 왕비는 만년에 승려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차돈의 순교와 관련된 설화는 불교가 융성한 뒤에 꾸며진 신비한 내용이지만, 불교 수용을 전후한 시기의 왕실과 귀족세력 간의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이차돈이 순교한 뒤 왕실의 내인(內人)들이 명복을 빌기 위해 자추사(刺楸寺)를 지었는데, 집집마다 이 절에서 치성을 드리면 반드시 대대로 영화를 얻고 여러 사람이 도를 행하여 불교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817년(憲德王 10)에 그의 순교 장면과 함께 사적을 새긴 “6각석당(六角石幢)”이 경주 “백률사(柏栗寺)”에 세워졌다. 이 석당은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

(푸른 숲. 2013.01.12.)

 

*이차돈의 순교비(육각석당) :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출처 : 푸른 숲/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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