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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인)푸른 숲 수필가·20100/청림의 신라 천년의 전설

[스크랩] 신라천년의 전설(52)처녀의 화신 등나무

ʊ이야기와 도시(n) - 新羅千年의 傳說

 

52. 처녀의 화신(化身) 등나무

푸른 숲

cheonglim03@hanmail.net

 

 경북 경주시에서 서북(西北)에 떨어져 있는 현곡면 오류리(見谷面 五柳里) 냇가 용림(龍林)이란 울창한 숲이 있다.

 이 용림은 신라(新羅)시대 임금님이 많은 신하를 데리고 가끔 사냥하시던 곳으로 그 숲 북쪽에 깊은 못이 있는데 누가 먼저 한 말인지는 모르나 그 못 속에는 용(龍)이 살고 있었다고 하며, 이 숲의 나무를 베기만 하면 용(龍)이 노(怒)하고 조화(造化)를 부려 장마나 가뭄이 들게 되어 농사가 잘 되지 않으므로 이 숲의 나무를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 숲에는 한 7백년 묵은 굉장히 큰 두 그루의 등나무가 있는데 뿌리만 따로 있지 몸은 서로 안아 있는 듯 감기어 두 나무는 한 나무와 같다. 그러므로 동리 사람들은 “건곤이용지수목(乾坤二龍之樹木)”이라 일컬어 왔다.

 그 등나무의 줄기가 퍼져 여름철에 그늘이 지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 노는 곳으로, 비오는 날이면 비를 피하는 곳으로, 더구나 그 향기로운 꽃이 피면 벌과 나비가 다투어 찾아오고 또한 일꾼들의 낮잠 자기 좋은 곳으로서 무심한 동네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 등나무 밑을 찾아오건만 이 두 등나무에 서린 뼈아픈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는가?

 신라 시대 이 근처에 꽃과 같이 아름답고 사이좋은 처녀 자매가 살고 있었다. 열아홉, 열일곱의 두 처녀가 곧 이 서글픈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종달새 하늘 높이 날고 먼 산에 아지랑이 낀 봄에 두 처녀는 가끔 들로 산으로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을 진정치 못하여 아름다운 꿈을 가슴에 안고 봄바람을 쏘이러 다녔다. 그들은 남모르게 가슴 속에만 홀로 간직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그것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단 하나의 비밀이며 또한 기쁨이었다.

 그러나 언니도, 동생도 자기가 사랑하는 도령에 대해서는 누구임을 말하지 않았다. 수줍은 처녀들은 서로 감히 부끄러워 묻지도 않았다. 덧없이 가는 세월은 흘러 그 해 여름 전쟁이 일어 나 온 나라의 젊은 장정(壯丁)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싸움터로 나가게 되었다.

이 두 처녀의 가슴 깊이 남몰래 사랑하던 도령도 떠나게 되었다. 이제 가면 언제 올지 말지한 길을 떠나는 도령을 전송하기 위하여 두 처녀는 구경한다는 핑계로 나왔다. 이글이글 타는 처녀들의 눈과 부리부리한 도령의 눈이 마주쳤을 때 처녀들은 자기도 모르는 이상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도령은 언니와 눈이 마주치자 그 옆에 있는 동생에게 눈이 갔다. 두 처녀는 그 때에 비로소 같은 한 사람, 즉 한 남자를 친 자매가 둘이서 사랑해 왔다는 것을 알았다. 이 얼마나 얄궂은 조물주의 장난인가? 두 자매는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못가로 옮겼다. 잔잔한 물을 바라보며 자매는 나란히 못가에 앉아 동생은 언니를, 언니는 동생을 간혹 쳐다본다. 눈이 마주치면 어색한 듯 고개 숙이고 긴 한숨을 쉬었다. 오랫동안 침묵은 계속되었다. 언니가 먼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얘∼! 그 사람을 나는 오늘부터 잊을 테니 염려 마라.”

“언니! 저는 정말 이런 줄 몰랐어요. 언니의 사랑을 내가 왜……. 나는 지금부터 잊어버릴 테니 언니나…….”

 말로는 서로 사양하듯 하나, 두 가슴은 터지는 듯 안타까웠다.

 얼마 후 그 도령이 전사(戰死)하였다는 소식이 왔다. 두 처녀는 아무 말 없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이 못가에 나와 앉아 서로 위로하며 눈물을 흘렸다. 두 처녀는 서로 허리를 껴 앉고, 이 못 속에 빠져 서러운 사랑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 후에 이 등나무가 나타났다고 하여 두 자매의 화신(化身)이라 하였고, 그 꽃은 부부의 애정이 끊이지 않는다고 해서 원앙침(鴛鴦枕) 속에 이 꽃을 넣게 되었다.

 

참고 자료

○ 등나무 전설

 옛날 신라(新羅) 때 어느 마을의 한 농부는 19세와 17세의 마음씨 곱고 예쁘기로 소문난 딸 자매를 두었는데 이 자매는 씩씩하고 잘 생긴 한 사람의 화랑을 서로 모르게 사모 하였다.

어느 날 그 화랑(花郞)이 출전하게 되어 그때야 한 남자를 두 자매가 사랑했던 것을 알고 놀라 서로 양보하겠다고 사양하며 지내던 중 그 남자가 전사(戰死)했다는 비보가 전해져 두 자매는 충격과 슬픔을 달래려 연못가에 나와 해질 무렵까지 얼싸안고 울다가 지쳐 부둥켜안은 채 연못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그 후 연못가에 두 그루의 등나무가 돋아나 마치 하나처럼 엉켜 마을 사람들은 두 자매의 넋이 등나무가 되었다고 했다.

 죽은 줄 알았던 화랑(花郞)이 전쟁이 끝나고 돌아와 그 사연을 듣고 그 역시 뒤따라 연못에 몸을 던져 죽고, 수백 년을 자라며 봄이면 향기롭게 꽃핀다는 전설(傳說)이다.

그래서 이 꽃을 말려서 원앙침(鴛鴦枕)에 넣으면 금슬(琴瑟)이 좋아 진다고 한다. 등나무 잎을 삶아 그 물을 마시면 틈이 갔던 애정이 다시 이루어진다는 아름다운 민속(民俗)이 전해져 이 나무를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

(푸른 숲. 2013.01.10.)

출처 : 푸른 숲/20100
글쓴이 : 62seonsa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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