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수필 3) 미늘 94. 송충이는 솔잎 먹고 살아라

엽서수필3 : 일흔셋 삶의 변명 “미늘”

94. 송충이는 솔잎 먹고 살아라

이영백

 

 언젠가 나의 글에서도 뜻을 밝혔다. 초교교사가 싫어서 8년하고 그만 둔 것이 결코 아니다. 중등에서는 시간마다 똑같은 내용을 앵무새처럼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는 똑 같은 내용을 연속 가르치지 않고, 시간마다 다른 내용을 가르친다. 그것이 초교 교사의 직업적 매력이다.

 막상 초등학교 교사직을 떠나고 보니 교육대학 다닐 때 교육학 지도교수들이 한결 똑같이 하신 말씀이 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라고 하였다. 결과적으로 초등학교 교사는 송충이였든가?

 초등학교 교사를 할 때 첫 학교 4ㆍ5ㆍ6학년, 두 번째 4ㆍ6학년, 세 번째 6학년, 네 번째 5ㆍ6학년, 다섯 번째 6학년 등 다섯 학교에서 모두 끝 학년은 6학년으로 담임하였다. 초교학생이라도 6학년을 가르치면 기초학문이지만 이론이 제법 깊어지는 학년이다. 바로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마스터하면 대한민국에서 기초교육은 다 배우게 되는 것이다.

 8년간 400여 명의 제자를 가르친 것은 인생삼락에서 세 번째를 실행한 축에 들 것이다. 즉 맹자는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으로 첫째는 부모형제가 무고한 것이요, 둘째는 하늘 우러러 부끄럼 없는 것이요. 셋째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라 했다. 비록 초교제자들이지만 다섯 군데에서 가르친 인연으로 은퇴하고 안부와 초청을 지금도 받고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누리지 못하는 행복을 누리는 일일게다.

 처음 대학에서 배운 것들이 초등학생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지식으로 획득하였기에 가르치려는 의욕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학원 마치고 다시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자 POSCO산하 교육재단 초교에 서류를 제출하였던 적도 있었다. 인연이 안 되려니 연락이 오지 않았다. 또 공립으로 경상북도, 대구광역시에도 시험을 치러 보았다, 결과적으로 인연이 닿지 못하였다.

 현실에서 첫째는 인건비요, 둘째는 혼자 시골로 떠나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것이 대학원 공부를 마치느라 젊은 청춘의 시간을 너무 허비하고 말았던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라” 이 짧은 한 마디의 말로 현실에 처한 대한민국 초등학교 교사들에게는 너무 뼈저리게 하는 말일 것이다.

(20210801. 일)